맞춤형 학습의 함정 ② — 학교 전체를 맞추면
미국의 맞춤형 학교들은 조사 범위를 넓히자 효과가 작아졌고, 학생들은 교실을 걸어 나갔습니다.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는 효과를 따질 만큼 쓰이지도 못했습니다. 학교 전체를 맞추는 동안 무엇이 빠져나갔는지 짚습니다.
기획시리즈 「맞춤형 학습의 함정 — 연습은 맞추고, 교실은 남겨라」 2/3 · AI(GrokBot)가 작성한 기획 기사 · 편집자 검토 후 발행
학교 전체를 학생 각자의 화면에 맞추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맞춤형 학교와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가 먼저 겪은 일을 따라가면, 성적보다 먼저 빠져나간 것들이 보입니다.
2025년 3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 김차명 교사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쓰려면 먼저 학생들을 가입시켜야 했습니다. 학부모 동의서를 받고, 교육디지털원패스에 가입하고, 교과서 포털에서 다시 인증했습니다. 반 학생 모두를 등록하는 데만 열흘이 걸렸습니다(EBS 2025).
그래도 이 반은 학교에서 가장 먼저 AI 교과서를 쓴 반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이 교과서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교육부 2023). 학교 전체를 맞춤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미국에서는 그 실험이 먼저 있었습니다.
맞춤형 학교의 성적은 올랐나요?
1편에서 본 것처럼, 교사가 쥔 연습과 피드백의 맞춤에는 증거가 있었습니다. 이번 편은 수업 전체를 맞춤으로 바꾼 학교들입니다. 학생마다 진도와 과제를 따로 짜고, 학교 운영 전체를 맞춤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한 방식입니다.
효과는 이번에도 ‘등수’로 옮깁니다. 100명 중 딱 중간인 50등 학생이 새 방법으로 배우면 몇 등쯤 될지 어림한 값이며, 몇 등만 올라도 작지 않은 효과로 봅니다(효과 크기 해석 기준 2020).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게이츠재단 지원을 받은 맞춤형 학교 62곳을 조사해 2015년 유망한 결과를 냈습니다(랜드연구소 2015).
2년 동안 수학 성적이 50등에서 39등쯤으로 오르는 크기였습니다. 성적이 낮던 학생의 성장이 더 컸습니다. 이 보고서는 맞춤형 학교를 지지하는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됐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성과가 가장 컸던 학교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교사가 학생 자료를 바탕으로 모둠을 짜고, 그 자료를 학생과 함께 들여다보는 일을 꾸준히 했습니다. 맞춤이 잘 된 곳에서도 사람의 판단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2년 뒤 학교 범위를 넓혀 다시 조사하자 1년 효과는 작아졌습니다. 중간 학생이 50등에서 47등쯤으로 오르는 정도였습니다. 조사 대상이 달라 같은 학교의 효과가 줄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은 어느 학교도 이론이 그린 만큼 기존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랜드연구소 2017).
알고리즘이 매일 학생마다 그날의 수업 방식을 정해 주던 수학 모델 티치 투 원(Teach to One)도 있었습니다. 강의를 들을지, 친구와 풀지, 혼자 화면으로 풀지를 프로그램이 정했습니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연방 평가는 주 수학시험에서 이 모델의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컬럼비아대 평가 2019).
이 평가는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서 이 모델을 쓴 학교들을 비슷한 조건의 학교들과 여러 해 동안 견줬습니다. 학생 1만 1천여 명의 자료였습니다. 규모가 작은 시범 사례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은 무엇을 겪었나요?
가장 널리 퍼진 모델은 서밋 러닝(Summit Learning)이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1억 달러 넘게 지원한 플랫폼입니다(초크비트 2023).
학생들은 일주일에 16시간가량 컴퓨터 과제 목록을 혼자 풀었습니다. 짧은 퀴즈를 넘기면 다음 단계로 갔습니다. 진도는 학생마다 달랐고, 다음에 무엇을 배울지는 플랫폼의 목록이 정했습니다(초크비트 2023).
미국 캔자스에서 중·고등학생들이 교실을 나가고 연좌 시위를 벌인 일(1편 첫머리)도 이 플랫폼을 둘러싼 일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은 캔자스에서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8년 11월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약 100명이 몇 시간씩 컴퓨터만 보며 스스로 배워야 한다고 항의하며 수업 중 교실을 나갔습니다(뉴욕포스트 2018).
학생들의 항의는 기계 자체보다 곁에서 빠져나간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힙니다. 랜드연구소 보고서도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학습 목표를 이야기하는 일처럼 공이 드는 요소는 일반 학교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맞춤이라는 이름과 달리, 한 사람에게 맞춘 대화는 늘지 않았던 셈입니다.
효과를 확인할 기회도 놓쳤습니다. 서밋은 하버드 연구진의 효과 연구 제안을 거절했습니다(초크비트 2019). 저커버그 부부의 재단은 몇 해 뒤 교육 지원 전략을 바꿨습니다(초크비트 2023).
애초에 ‘맞춤’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버나키 연구팀은 맞춤형 학습 연구 376건을 검토한 뒤, 맞춤의 정의부터 연구마다 제각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버나키 외 2021). 누가, 무엇에, 무엇을 위해 맞추는지조차 합의되지 않은 개념으로 학교 전체를 움직이려 한 셈입니다.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는 어떻게 됐나요?
한국은 맞춤을 교과서로 들였습니다. 감사원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학부모·교사 의견 수렴도, 시범 운영도 없이 도입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율 선정 학교에서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평균 60%였습니다(연합뉴스 2025.12).
첫 달에는 가입 절차부터 막혔습니다. 3월 하순이 되도록 AI 교과서를 쓰기로 한 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가입 절차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입니다(EBS 2025). 첫머리의 열흘은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감사원은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들일 때는 시범 운영으로 효과부터 검증하라고 교육부에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수업에 먼저 적용해 보고 고치는 현장 검토도 개발이 늦어지면서 건너뛴 상태였습니다(연합뉴스 2025.12).
법적 지위도 바뀌었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8월 법 개정으로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가 됐습니다(연합뉴스 2025.8). 2학기에 도입한 학교는 1학기보다 58.8% 줄었습니다(이데일리 2025).
교사들의 사용도 저조했습니다. 감사원 설문에서 영어·수학 교사의 85.5%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쓰지 않았거나 중간에 그만뒀다고 답했습니다(아시아경제 2025).
쓰지 않은 이유 1위는 ‘서책형 교과서를 단순 디지털화한 수준’이었습니다. 맞춤을 약속했지만, 교사 눈에는 종이 교과서를 화면으로 옮긴 것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맞춤 학습이 효과 없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효과를 따질 만큼 쓰이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쓸모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서지섭 디지털사업팀장은 학기 말 복습 때 학생 이해 수준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주거나 영어 발음을 확인하는 데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동아일보 2025). 1편에서 본 연습과 피드백의 맞춤과 같은 자리입니다.
교과서 지위를 잃자 셈법도 바뀌었습니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어 채택했는데, 학교가 따로 사야 한다면 대체할 콘텐츠도 많아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동아일보 2025).
학교 전체를 맞추는 동안 무엇이 빠져나갔나요?
두 나라의 경험을 나란히 놓으면 세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는 검증입니다. 서밋은 효과 연구를 거절했고, 한국은 시범 운영을 건너뛰었습니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전에 학교 전체가 먼저 바뀌었습니다.
둘째는 교사의 자리입니다. 1편에서 본 미국 메인주 숙제 실험에서는 교사가 무엇을 연습할지 정하고, 그 결과를 다음 수업으로 가져왔습니다. 서밋에서는 진도를 플랫폼의 목록이 정했습니다. 한국 교실에서는 교사의 시간이 수업보다 가입 절차에 먼저 쓰였습니다.
셋째는 같은 교실이라는 바탕입니다. 브루클린 학생들이 항의한 것은 혼자 화면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생마다 늘 다른 경로를 걷게 하면, 맞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반 편성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반 편성 연구가 참고가 됩니다. 100년 치 연구를 다시 모은 분석에서 반 자체를 수준별로 나누는 편성은 성적에 이득이 거의 없었고, 같은 반 안에서 모둠을 유연하게 짜는 방식은 이득이 있었습니다(능력별 편성 종합 분석 2016). 영국의 교육 근거 종합은 반을 나누는 편성이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불리하다고 정리했습니다(영국 교육기금재단 툴킷: 반 편성).
정리하면, 맞춤 자체가 실패했다기보다 맞출 것과 남길 것을 가르지 않은 채 전부를 맞추려 한 데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편이 가깝습니다. 연습은 화면에 맡길 수 있어도, 검증과 교사의 판단,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까지 화면에 맡길 수는 없었습니다. 함께 배우는 시간이 배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3편에서 따로 살핍니다.
이 증거의 한계
랜드연구소 보고서는 무작위 실험이 아니고 게이츠재단 지원 학교만 다뤘으며, 2015년과 2017년 보고서는 표본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컬럼비아대 평가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서밋과 브루클린 사례는 언론 보도에 기댄 것이고, 서밋 학교 전체의 성적 자료는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수치는 감사원 결과와 교육부 자료를 전한 보도로 확인했고, 도입 학교 감소율은 자료를 낸 15개 시·도 기준입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학습 효과를 독립적으로 평가한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반 편성 연구는 교사가 반이나 모둠을 나눈 경우를 다룬 것이라, 알고리즘이 학생을 나누는 맞춤에 겹쳐 읽는 것은 이 글의 해석입니다. 두 근거는 성적이 낮은 학생이 불리한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엇갈립니다. 첫머리 장면은 한 학교의 사례입니다. 등수 환산은 시험 점수가 고르게 퍼져 있다고 가정한 근사치입니다.
기획시리즈 「맞춤형 학습의 함정 — 연습은 맞추고, 교실은 남겨라」 · ① 맞춤은 효과가 있나 · ② 학교 전체를 맞추면(이 글) · ③ 교실에 남겨야 할 것 — 실천 제안(‘바로 해 볼 것’)은 ③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금창호 (2025. 3. 24). [단독] AI 교과서 개점휴업…사전 인증 '과반' 못해. EBS 뉴스(다음 뉴스 게재본). https://v.daum.net/v/20250324142355274
- 교육부 (2023. 2. 23).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시대’ 연다 —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 발표 [보도자료].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94011&lev=0&m=020402&opType=N&s=moe&statusY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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