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형 대학에 '소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검토…대학가 AI 인프라 공유 모델 뜬다

정부가 대규모 대학에 소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인근 대학들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컴퓨팅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마다 값비싼 AI 장비를 개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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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규모 대학에 소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인근 대학들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컴퓨팅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마다 값비싼 AI 장비를 개별적으로 갖추기보다 거점대학의 인프라를 공유해 대학 간 AI 교육·연구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과 연구의 기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대학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정책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최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의 '교육부와의 대화' 세션에서 "대규모 대학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두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AI 거점대의 인프라를 주변 대학들이 공유하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방안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중이다. 'AX 시대의 고등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전국 약 140개 대학 총장이 참석해 AI 대전환과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의 교육·연구 경쟁력을 높일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대학들도 공동 AI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개별 대학이 고비용의 컴퓨팅·클라우드 인프라를 각각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학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AI 인프라와 지속적인 운영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차관도 대학 내 AI센터 설치와 학생들의 AI 활용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부가 검토하는 모델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비용이 투입되는 초대형 상업용 데이터센터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학의 AI 수업과 연구에 필요한 GPU와 서버 등 고성능 연산자원을 거점에 확보하고,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교육·연구 인프라에 가깝다. 대상 대학과 구축 규모, 예산, 운영 방식 등은 아직 구체화해야 할 단계다.

이번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학의 AI 경쟁력이 더 이상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과 미세조정,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는 막대한 GPU 연산 자원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고성능 GPU 한 장의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하고, 이를 수십 장 단위로 묶은 서버 클러스터를 운영하려면 전력·냉각·유지보수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정 여력이 탄탄한 수도권 대형 대학과 그렇지 않은 지역·중소 대학 사이의 AI 인프라 격차는 곧 교육과 연구 역량의 격차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공유 모델은 이 같은 격차를 완화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모든 대학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추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거점대학에 연산 자원을 집중하고 주변 대학이 이를 나눠 쓰는 방식은 중복투자를 줄이면서 AI 교육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다만 관건은 데이터센터를 어느 대학에 설치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대학과 학생이 실제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느냐에 있다. 접속 권한 배분, 사용 시간 관리, 요금 부과 방식, 개인정보·연구데이터 보호, 운영 주체와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비슷한 움직임은 초·중등 교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석진 대전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학생 AI 교육과 교원 교육활동, 데이터 기반 교육행정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청 GPU 서버팜' 구축을 공약했고, 당선 이후 2027년까지 시범 구축, 2029년 AI 서비스 연계, 2030년 고도화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강원도에서는 강삼영 교육감이 원주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학은 물론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도 자체 AI 연산 인프라의 필요성이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구상이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함의는 적지 않다. 우선 대학 단위의 공동 AI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용 AI 서비스와 학습 분석 도구, 연구 지원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대학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대학이 공유하는 인프라에서는 상호운용성과 표준화된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클라우드·플랫폼 기업과 교육 콘텐츠 기업 간 협업 모델도 다변화할 전망이다. 반대로 거점대학 중심의 자원 배분이 굳어질 경우, 비거점 대학의 AI 교육 역량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위축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공유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지역 단위 공동 활용 모델을 제대로 설계하고, 운영비 지원과 접근성 보장 방안을 구체화한다면 이번 구상은 단순한 장비 확충을 넘어 대학 AI 교육·연구 기반을 함께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거점 선정과 예산 배분을 둘러싼 잡음만 남는다면, 또 하나의 인프라 경쟁 구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대학가와 에듀테크 업계가 이 구상의 후속 설계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