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필드대, 생성형 AI 교육 원칙 공개…"인간 중심 접근으로 학문적 기준 사수"

영국 셰필드대학교가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을 둘러싼 기관 차원의 원칙을 공식 발표했다. 단순히 AI 사용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이분법을 넘어, 모든 학부 과정에 AI 리터러시를 구조적으로 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sheffield.ac.uk 보도 셰필드대, 생성형 AI 교육 원칙 공개…"인간 중심 접근으로 학문적 기준 사수"

영국 셰필드대학교가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을 둘러싼 기관 차원의 원칙을 공식 발표했다. 단순히 AI 사용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이분법을 넘어, 모든 학부 과정에 AI 리터러시를 구조적으로 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학이 '규제자'가 아니라 '설계자'로 나선 이번 선언은 유럽 고등교육계가 생성형 AI를 제도 안으로 흡수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셰필드대가 공개한 원칙의 핵심은 '공통 접근(Common Approach)'이다. 모든 학부 프로그램이 구조화된 교수 활동과 정식 평가를 통해 생성형 AI 리터러시를 통합하도록 하고, 동시에 모든 평가에서 허용 가능한 AI 활용 범위를 교직원과 학생에게 명확히 제시한다. 이를 통해 ▲교직원·학생의 명확한 기대치 설정 ▲전 학생 대상 AI 리터러시 역량의 단계적 개발 ▲AI 활용 미래에 대비한 졸업생 양성 ▲학문적 기준과 진실성 유지 ▲기관 차원의 일관성과 형평성 확보라는 다섯 가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지점은 이 접근이 '동질화가 아닌 조화(harmonisation, not homogenisation)'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기관 차원의 기대치를 제시하되 학문 분야별 전문성을 존중한다. 인문학과 공학, 의학이 AI를 다루는 방식이 같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 정책이 자칫 일률적 규제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제도적 답변으로 읽힌다.

원칙은 크게 다섯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인간 중심 접근'이다. 교직원에게는 교육과정에 AI 리터러시를 내장할 수 있도록 개발·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중심 접근을 견지하며 학생을 이 과정에 참여시킨다. 모든 학생은 재학 중 AI 리터러시를 개발할 기회를 보장받는다. 또 평가 기준에 AI가 학습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거나 저해할 수 있는지를 명시하고, 적절하고 책임 있는 활용에 대한 인정도 포함한다. 고용주 등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선제적 소통을 통해 미래 졸업생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파악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 활동들은 Elevate, 301 Academic Skills, 도서관, ELTC, 진로·취업 서비스 등 대학 중앙 서비스의 지원을 받는다.

두 번째 축은 AI 도구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다. 대학은 훈련 데이터셋에 내재한 편향으로 인한 편향 가능성, 부정확한 정보·허위 참고문헌·환각(hallucination)의 위험을 명시적으로 인정한다. 학습은 인간의 과정이라는 우선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AI를 학습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신중한 접근과 함께 언제 AI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인식하도록 한다. 이 밖에 포용성과 접근성, 윤리적 사용, 데이터 보호와 안전한 사용, 학문적 진실성 등이 원칙의 나머지 축을 이룬다.

셰필드대의 이번 발표는 유럽 대학들이 생성형 AI를 다루는 방식이 '금지에서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초기에는 표절 도구로 낙인찍히며 사용 금지 조치가 잇따랐지만, 최근에는 AI 리터러시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셰필드대가 'AI를 쓰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로 질문을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접근이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함의는 적지 않다. 첫째, 대학이 요구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한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비판적 평가, 편향 인식, 윤리적 판단을 포함하는 복합 역량이다. 이는 AI 활용 능력만 강조하는 일부 상용 솔루션과는 결이 다르다. 둘째, 평가 설계 영역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다. AI의 기여와 저해를 구분해 평가 기준에 반영하려면 평가 문항 설계, 과정 중심 평가, AI 활용 로그 검증 등 새로운 평가 인프라가 필요하다. 셋째, 대학이 중앙 서비스와 학과를 연결하는 통합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하면서, 학습관리시스템(LMS)과 AI 도구를 연동하는 플랫폼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원칙 선언과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과제다. 학문 분야별 전문성을 존중하는 '조화' 원칙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학과별 편차가 학생 간 형평성 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안고 있다. 또 AI 리터러시를 모든 학부 과정에 내장하려면 교직원의 재교육과 평가 재설계에 상당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셰필드대가 제시한 원칙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떤 성과와 한계를 드러낼지, 그리고 이것이 국내 대학과 에듀테크 기업의 정책 설계에 어떤 참조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