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2학기, 생성형 AI 활용 기준 좌초…'교수 재량'이라는 변수가 답을 가리다

2026학년도 2학기 개강 첫 주, 전국 대학 강의실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어느새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 안내로 채워졌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부정행위 도매상

gokorea.kr 보도 | 2 days ago 대학가 2학기, 생성형 AI 활용 기준 좌초…'교수 재량'이라는 변수가 답을 가리다

2026학년도 2학기 개강 첫 주, 전국 대학 강의실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어느새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 안내로 채워졌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부정행위 도매상의 도구로 규정하고 전면 금지하던 기류가 빠르게 쇠퇴하고, 이제는 활용 범위와 투명한 출처 표기를 요구하는 흐름이 학계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대학 본부가 배포한 표준 지침과 강의 현장에서 학생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이 간극이 향후 고등교육 평가 체계 전반을 흔들 잠재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표준 가이드라인의 핵심 뼈대는 비교적 일관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우 보고서 말미에 사용 모델의 명칭과 버전, 입력 프롬프트 원문, 인공지능 산출물, 학생 본인의 수정 과정 일체를 첨부하도록 규정하는 식이다. 누락 시 영점 처리 및 징계라는 단속 조항도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현장에서는 교수 개인의 재량에 따라 허용 범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동일 학과 내에서도 어떤 과목은 창의적 프롬프트 설계를 높이 평가하고, 어떤 과목은 인공지능 사용 자체를 불허하는 사례가 공존한다. 공학계열 3학년 박모 씨(22)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씨는 수강 신청한 6개 과목 가운데 3개 과목은 자유 활용, 1개 과목은 개요 작성에만 제한 허용, 나머지 2개 과목은 전면 금지라는 제각각의 규정을 마주하고, 과제 작성보다 증빙자료 확보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토로했다.

평가 도구 자체의 한계도 학사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변수다. 다수 대학이 도입한 인공지능 탐지 소프트웨어는 위양성과 위음성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학생이 직접 작성한 문장을 인공지능 산출물로 오판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패러프레이징을 거친 인공지능 작성 글은 탐지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인문사회계열 4학년 김모 씨(24)는 지난 학기 직접 쓴 서론이 인공지능 작성 확률 70%로 판정돼 교수에게 소명해야 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이번 학기에는 과제 작성 과정을 화면 녹화까지 해두겠다고 말했다. 기술의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평가 판정에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관행이 학생 불안과 공정성 시비를 동시에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평가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 과제 비중을 줄이고 강의실 안에서 치러지는 대면 지필시험과 구술시험의 비중을 높이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활용 보고서를 제출하더라도 수업 시간에 1대1 질의응답을 거쳐 실제 이해도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플립러닝(역진행 수업)을 도입해 학생이 사전에 인공지능으로 기초 지식을 학습해 오면 강의실에서는 비판적 토론과 심화 프로젝트로 평가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교수들도 늘고 있다. 학술연구 분야 한 연구위원은 전통적 레포트 과제가 평가 도구로서 사실상 생명을 다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이 사실 기반 요약과 정리를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환경에서, 단순 암기와 정형화된 지식 전달 중심의 평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검증하는 능력이나 정교한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 자체를 새로운 평가 지표로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이번 2학기는 단순한 학기 운영의 변화를 넘어 대학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시사한다. 규제 일변도의 접근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정규 교양교육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윤리 교육과 함께 기술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전공 학문과 생산적으로 접목하는 실습형 수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동시에 학생 간 디지털 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매달 수만 원대의 구독료를 요하는 고성능 유료 모델은 경제적 여건에 따른 학습 도구 성능 차이를 낳고, 이것이 과제 완성도와 학점 격차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 총학생회의 캠퍼스 라이선스 도입 요구는 이러한 불평등을 제도권 안에서 해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법률 전문가들은 저작권과 데이터 보안의 사각지대도 짚는다. 비공개 연구 데이터나 타인 저작물을 무단으로 프롬프트에 입력할 경우 저작권법 위반, 영업비밀 유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뿐 아니라 입력 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재활용되는 2차 피해에 대한 대학 차원의 사전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학습자 주도적 사고력 저해 방지, 평가 투명성 확보, 데이터 보안 준수라는 3대 원칙을 담은 권고안을 각 대학에 전달한 상태이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학사 관리 체계 개편과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듀테크 업계 관점에서 이번 학기의 혼선은 결국 새로운 시장 신호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대학들이 교수 재량에 맡겨왔던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은 곧 학습관리시스템(LMS)과 연계된 인공지능 활용 추적 도구, 프롬프트 로깅 자동화 솔루션, 대면 구술 평가를 보조하는 분석형 평가 플랫폼에 대한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탐지 소프트웨어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단순 표절 검사를 넘어 사고 과정과 메타인지를 측정하는 평가 도구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인다. 무엇보다 교육부와 국회가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정규 교과과정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붙일수록,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와 실습형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겨날 것이다. '감점인가 통과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은 이제 대학과 에듀테크 모두에게 시대착오적 프레임이 됐다.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인간의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 능력을 공정하게 측정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인가다. 2학기 강의실에서 시작된 이 물음은 학기 말이 아니라 향후 10년 한국 고등교육의 방향을 결정짓는 화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