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인재 조건, 'AI 리터러시'를 넘어 'AI 실행력'으로
최근 싱가포르의 한 사립 교육기관이 발표한 ‘AI-Ready Workforce’ 보고서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교육 책임자들이 AI 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AI
unitedceres.edu.sg 보도 | 4 days ago AI 시대의 인재 조건, 'AI 리터러시'를 넘어 'AI 실행력'으로
최근 싱가포르의 한 사립 교육기관이 발표한 ‘AI-Ready Workforce’ 보고서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교육 책임자들이 AI 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AI 개념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이론 중심의 강의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실무 적용 사례를 강조하는 커리큘럼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고서가 주목한 첫 번째 기준은 프로그램 콘텐츠의 정합성이다. 많은 기업이 최신 AI 트렌드를 쫓아 교육을 도입하지만, 정작 조직의 비즈니스 목표와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의 생산성 향상이 목표라면 생성형 AI 활용법보다는 예측 정비나 품질 관리에 특화된 머신러닝 모델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 교육기관들도 산업군별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유나이티드 세레스(United Ceres) 교육기관이 운영 중인 ‘응용 인공지능 디플로마’ 과정은 실무 프로그래밍과 AI 솔루션 구축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과정은 단순히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강생이 직접 AI 모델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경험을 쌓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두 번째 핵심 기준은 실습 기회의 제공 여부다. AI 교육의 성패는 결국 학습자가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업무 환경과 유사한 시나리오에 적용해보지 않으면, 교육 종료 후 현업 적용률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은 캡스톤 프로젝트나 인턴십 연계와 같은 실질적인 실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AI 교육을 장려하며 기업과 교육기관 간 협력 모델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에듀테크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기업들도 사내 AI 아카데미를 운영하거나 외부 교육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육 후 성과 측정과 현업 적용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가 방법과 학습 성과에 대한 논의도 빠질 수 없다. 보고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단순 수료증 발급 여부보다는 학습자의 역량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갖추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인 시험 방식으로는 AI 활용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평가나 실제 과제 수행 기반의 평가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AI가 생성한 코드나 분석 결과의 품질을 평가하는 새로운 유형의 평가 도구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학습자가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한국 교육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은 IT 인프라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AI 교육에 있어서는 아직도 입시나 자격증 취득에 치중된 ‘도구적 접근’이 지배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계획은 분명 고무적인 신호지만,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교실에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AI를 도구로 활용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설계부터 평가 방식까지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시사점은 명확하다. AI 교육을 도입할 때는 최신 기술 트렌드나 유행하는 툴 사용법에 집중하기보다,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된 실질적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금융권에서 필요로 하는 AI 역량과 유통업계에서 요구하는 AI 역량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해당 기관의 산업별 전문성, 실제 프로젝트 수행 사례, 그리고 졸업생들의 취업 또는 성과 데이터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교육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AI 교육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조직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향후 AI 교육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전망이다. 생성형 AI의 대중화로 기본적인 AI 활용 능력이 모든 직무의 필수 조건이 되는 동시에,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특화된 고급 AI 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중개자에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유나이티드 세레스가 제시한 네 가지 평가 기준, 즉 콘텐츠의 정합성, 실습 기회, 평가 방법, 학습 성과는 앞으로 AI 교육의 질을 가늠하는 보편적인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 관계자들도 이 기준을 자체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