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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실, 다른 교과서"…수학 포기 직전 학생 살린 AI 디지털교과서
매일경제 보도 [제목]
"같은 교실, 다른 교과서"…수학 포기 직전 학생 살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부]**
한 교실에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앉아 있다. 줄줄이 수학을 선행한 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분수도 어색한 학생까지, 학력의 스펙트럼이 한 자리에서 뒤엉킨다. 14년차 수학 교사 엄보용 씨는 "교사 혼자 모든 학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가 선택한 해법은 'AI 디지털교과서(AIDT)'였다. 공교육 디지털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본문 1 – 현장의 목소리]**
경기도 안산의 경안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엄보용 씨는 경기교육청 '하이러닝' 플랫폼, 교육부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코디네이터, AIDT 실행연수 강사 등 다양한 역할을 병행하며 현장과 정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가 체감하는 가장 큰 고비는 '학습 부진의 누적'이다. 엄 씨는 "수학은 누적 학목이라 앞 단계에서 결손이 생기면 이후 내용을 따라갈 수 없다"며 "한 반의 절반 이상이 수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도구로 AIDT를 꼽은 이유는 명확하다. 수업 전 AI 진단평가 한 번이면 20명이 넘는 학생의 학습 이력, 취약 단원, 해결 패턴이 데이터로 정리된다. 교사는 이 데이터를 근거로 '수업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학생'과 '결손이 있는 학생'을 즉시 가려낼 수 있다. 하위권 학생에게는 부족한 단원을 보충학습으로 제공하고, 상위권 학생에게는 심화 문제를 이어붙이는 식이다. 엄 씨는 "AI가 단기간에 상위권 대학 진학을 보장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학원비가 부담돼 공부할 의지만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 변화를 줄 수 있는 도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IDT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재분류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엄 씨는 이 변화를 '기회'로 해석했다. 출판사별 교육자료를 자유롭게 조합해 대시보드를 구성할 수 있게 됐고, 2학기부터는 외부 AI 교육자료까지 활용해 과제 참여율, 정답률, 학습 흔적을 통합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문 2 – 정책 변화와 업계 흐름]**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AIDT가 '교육자료'로 분류된 배경에는 공급 다양화와 현장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정책 의도가 깔려 있다. 그동안 AIDT는 단일 검정 시스템을 통과한 '교과서' 성격이 강해, 출판사 간 콘텐츠 경쟁이 제한적이고 교사의 활용 폭도 좁았다. '교육자료' 전환은 사실상 모든 디지털 학습 콘텐츠가 교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넓혀 놓은 셈이다.
업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상교육은 AIDT 수학 콘텐츠와 디지털 학습 서비스를 학교에 공급하며 맞춤형 학습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 NE능률은 AIDT 전용 대시보드와 학습 분석 도구, 교사용 과제 관리 시스템을 통해 교수·학습 운영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단순 콘텐츠 제공을 넘어 '데이터 기반 교수·학습 운영 플랫폼'으로 사업 무건을 확장하는 흐름이다. 다만 정책적 변화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쓰이느냐는 학교별 디지털 기기 보급, 무선망 환경 같은 '기초 체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엄 씨도 "디바이스 기종이 학교마다 다르고 무선망 환경도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우선은 이런 인프라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사점 – 에듀테크 산업을 향한 메시지]**
이 기사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기술 도입 사례'가 아니다. 첫째, AIDT '교육자료'화는 에듀테크 업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신호탄이라는 점이다. 출판·콘텐츠·플랫폼·학습분석 사업자가 모두 같은 교실 안에 솔루션을 제시하게 됐고, 경쟁 축이 '콘텐츠 우위'에서 '데이터 분석과 교사 워크플로우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상교육, NE능률 같은 플레이어는 단순히 교재 단가를 파는 사업 모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학교와 데이터로 연결되는 '구독형 교수·학습 SaaS' 모델의 경쟁력이 향후 3년간의 실적 차별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교사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다. 엄 씨는 "기술이 교실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울한 학생의 어깨를 토닥이고 좌절한 마음을 읽는 것은 인간 교사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AI가 할 일과 교사가 할 일의 영역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산업계 과제다. 학습 분석 기능을 지나치게 자동화하면 교사는 도구 앞에서 수동적인 데이터 소비자가 되고, 결국 학생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셋째, 지역·학교 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재정적 뒷받침이 곧 성패를 가른다. 한국 사회의 학습 불평등은 학원비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학교가 어떤 디지털 인프라를 갖고 있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에듀테크 산업이 'AI가 공교육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거창한 담론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엄 씨처럼 현장 교사가 매일 체감하는 '한 명이라도 더 수학에 다시 앉게 하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증명돼야 할 것이다. 데이터는 들고 와도, 결국 교실 한 칸에 앉아 있는 학생의 얼굴을 보는 일은 인간만이 한다는 점, 이 단순한 진실이야말로 AIDT와 에듀테크가 향후 10년간 잊지 않아야 할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