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도교사 연수, 화려한 역량 체계 뒤 가려진 세 가지 부재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야심차게 준비한 '2026년 AI 활용 선도교사 양성 연수'가 전국 6개 권역에서 1만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이 연수는 "기술 숙달이 아니라

ohmynews.com 보도 AI 선도교사 연수, 화려한 역량 체계 뒤 가려진 세 가지 부재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야심차게 준비한 '2026년 AI 활용 선도교사 양성 연수'가 전국 6개 권역에서 1만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이 연수는 "기술 숙달이 아니라 수업·평가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전문 역량 함양"을 내걸며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됐다. 그러나 막상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후기를 종합해 보면, 화려한 설계도와 달리 현장의 체감은 크게 엇갈렸다. 특히 '교사의 판단 역량'이라는 핵심 목표가 실제 강의실에서 유명무실해지는 순간들이 반복적으로 목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수의 설계 자체는 분명 정교했다. 교육부와 KERIS가 새로 만든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는 3대 핵심가치 아래 7개 역량 영역, 21개 세부 지표를 '이해-활용-성찰' 3단계로 구조화했다. 사전워크숍에서는 이 체계를 OECD의 'Teaching Compass'와 연결 지으며,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닻'과 변화 속에서 방향을 찾는 '나침반'이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강의안에도 "도구 5개를 쓴 화려한 수업보다 도구 1개로 근거·수정·성찰까지 담은 수업이 낫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었다. 문서만 놓고 보면 이 연수는 AI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언제 AI를 쓸지·쓰지 않을지를 판단하는 교사의 전문성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이 설계가 강의실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집합연수 교재는 KERIS 가이드에 따라 권역별로 통일됐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전적으로 강사 재량에 맡겨졌고, 그 결과 편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 참여 교사가 공개한 후기에 따르면, 다수 강사는 도입부에 역량표를 잠깐 보여준 뒤 "이걸 길게 설명하면 지루하니 많이 사용하는 AI 활용법을 알려드리겠다"며 넘어가는 패턴을 보였다. 그 순간부터 역량표는 전시용이 됐고, 실제 강의 시간은 Gemini로 캐릭터 만들기, ChatGPT 챗봇 설계, NotebookLM 수업 기획, 인포그래픽 제작 같은 개별 기능 실습으로 채워졌다. 도구 활용 실습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활용법을 자신의 수업 맥락과 연결하는 설명이 빠진 채 기능 소개로 끝나는 방식은 애초에 이 연수가 내세운 지향점과 어긋나는 것이었다.

더 짚어야 할 대목은 평가 데이터 분석과 생활기록부 작성 자동화를 강의 내용에 포함시킨 점이다. 강사들은 "학생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서도, 생기부 작성이 쉬워진다며 AI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모순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역량체계에 '윤리적 실천'이 별도 항목으로 명시돼 있는데도, 파급력이 가장 큰 실습 현장에서 이 부분이 빠진 것은 분명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일부 강사는 자신의 교과 수업에 AI를 실제 적용한 사례를 '왜 이 도구가 필요했는지', '학생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2시간 동안 풀어냈고, 이 시간이야말로 연수가 원래 지향했던 모습에 가장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연수의 문제를 강사 개인의 역량 차이로만 돌리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일부 강의는 기획 단계에서 미리 만들어 둔 웹앱에 참여자가 자신이 가르칠 단원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는 기획자가 설계한 틀을 체험하는 수준에 그칠 뿐 교사가 자신의 수업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바이브 코딩 실습은 교사가 실제 자기 수업의 고민을 코드로 풀어보는 방식이어서 훨씬 의미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마저도 강사 개인의 유료 구독권을 참여자들과 나눠 쓰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도중에 중단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선도교사 연수에 참여한 교사조차 AI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개인이 별도로 유료 구독을 해야 하는 상황, 한 참여 교사는 이를 두고 "진짜 피아노로 소리를 익혀야 하는데 건반을 그린 종이 피아노를 치며 소리를 익히라는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권역별 편차도 확인됐다. 5권역(대전·세종·충북·충남) 연수에 참여한 교사의 공개 후기에는 상당히 다른 경험이 담겨 있었다. 해당 권역 강사는 "새 도구를 쓰기 전에 항상 교육과정부터 살펴본다", "도구의 흥미보다 학습목표와 학생에게 맞는지를 먼저 본다"는 원칙을 실제 수업 사례로 꾸준히 보여줬고, 바이브 코딩 실습에서도 "만들기만큼 검증하기가 중요하다"며 개인정보·보안 확인 절차를 함께 안내했다. AI 윤리교육을 "사용을 막는 교육이 아니라 책임 있게 쓰도록 돕는 최소한의 장치"로 설명한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 사례는 같은 연수라도 강사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연수 운영의 질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부재했음을 반증한다.

운영 면에서도 여러 마찰이 있었다. 실시간 온라인 연수에서는 출석 확인을 위해 카메라를 계속 켜두라는 요구가 있었고, 초반에는 서버 장애로 급히 웨비나 방식(일방향 대규모 접속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집합연수는 합숙 여부조차 혼선을 빚었다. 연수 장소가 호텔로 안내됐기에 시작 직전에 '비합숙'임을 알게 된 타지 교사들은 급하게 숙소를 구하거나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해야 했다. 디지털 도구 활용 역량 차이로 실습이 자주 끊긴 점, 유료 AI에만 가능한 기능을 실습해 강의 중 혼란을 빚은 일도 있었다. 8월 콘퍼런스 역시 온라인 참여자는 접속 시간만 확인하는 웨비나 방식이라 실질적 몰입이 어려웠고, 오프라인 참여자 사이에서도 체험 부스가 세미나 관련 콘텐츠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 같은 에듀테크 기업들의 홍보로 채워진 점에 대한 아쉬움이 나왔다.

이 연수에 모아진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AI 활용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사들의 학습 의지가 정점에 달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교사들이 연수에 만족했는가'와 '연수가 원래 목표에 도달했는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도구를 배운 경험 자체에는 만족했을 수 있지만, 그 만족이 AI를 교수학습에 전문적·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졌기 때문인지, 단순히 신기한 기능을 접했기 때문인지는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곧 좋은 수업을 의미하지 않으며, 실제로 좋은 수업을 보여준 강사는 소수에 그쳤다는 사실이 이 연수의 민낯을 잘 드러낸다.

이번 연수가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연수의 질을 강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 콘텐츠와 강사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유료 AI 도구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선도교사'라는 명칭이 무색해질 수 있다. 교육청 차원의 공식 계정 지원이나 공공 AI 플랫폼 개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AI 교육의 혜택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사와 학교에만 돌아가는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다. 셋째, AI 윤리 교육을 별도 이수 시간으로 분리할 것이 아니라, 모든 실습 과정에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개편해야 한다. 교사가 AI를 활용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이 과연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것인지, 단지 업무 경감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교육적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채 도구만 보급된다면, 이 연수의 원래 목표는 또다시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크다. AI 시대 교사의 핵심 역량은 도구를 다루는 손재주가 아니라, 기술이 바꿔놓을 교육의 지형에서 학생을 위한 판단을 내리는 안목임을 이번 연수의 경험이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