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 넘어 '수업 설계'로…경남교육청 연수에서 읽는 에듀테크의 패러다임 전환
디지털 도구의 보급은 이제 교육 현장에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 학생의 사고를 자극하고 성장을 이끌어낼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30일 창원 진
yna.co.kr 보도 AI 도구 넘어 '수업 설계'로…경남교육청 연수에서 읽는 에듀테크의 패러다임 전환
디지털 도구의 보급은 이제 교육 현장에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 학생의 사고를 자극하고 성장을 이끌어낼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30일 창원 진해구 이순신리더십국제센터에서 교원 8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I·디지털 기반 깊이 있는 수업 설계 역량 강화 연수'는 단순한 도구 활용법을 넘어, 기술과 교육 본질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의 장이었다. 초등과 중등 과정을 나눠 각 6시간씩 진행된 이번 연수는 학습 데이터 분석, 개별 맞춤형 학습, 실시간 피드백 등 구체적인 교수법을 다루며, 교사들이 하반기 수업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설계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수의 핵심은 '참여·실습형' 운영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단순히 AI 도구의 사용법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등 과정에서는 학습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한 수업 설계 방법과 학생 주도형 수업 사례를 공유했다. 이는 교사가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 수업 전략을 재구성하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함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등 과정에서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개별 맞춤형 학습과 실시간 피드백 사례를 나누고, 교과별 수업을 공동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31일 사천 인재니움에서 열린 후속 연수에서는 초·중등 교원이 함께 모여 'AI·디지털 문해력 수업 설계' 과정을 운영하고, AI 윤리 딜레마 사례를 분석하며 연계 수업을 직접 설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AI 기술의 긍정적 측면뿐 아니라 윤리적 쟁점을 교육 현장에 통합하려는 시도로,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적 접근을 보여준다.
경남교육청의 이번 연수는 최근 전국 교육청이 추진하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과 맞물려 더욱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며, 이에 맞춰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인프라 부족과 교원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남교육청이 '도구의 사용'이 아닌 '수업의 설계'에 초점을 맞춘 것은, 기술 도입의 성패가 결국 교사의 수업 전문성에 달려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김지연 창의인재과장이 "새로운 도구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기술로 학생의 성장을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한 발언은 이러한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연수에서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공동 설계'와 '사례 확산'이라는 전략이다. 연수에 참여한 교원들은 단순히 연수를 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반기 수업 개선과 교육 지원 인력으로 활동하게 된다. 도교육청은 이번 연수에서 발굴한 우수 사례를 지역 학교에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회성 연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현장에서 실천한 결과를 다시 교육청이 수집해 다른 학교와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특히 중등 과정에서 교과별 수업을 공동 설계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AI 기술이 특정 교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등 전 교과에 걸쳐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성과와 함께 짚어야 할 과제도 있다. AI 기반 수업 설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디지털 역량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연수에 참여한 80여 명의 교원은 전체 교원 수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이 현장에서 멘토 역할을 한다고 해도 모든 교사가 동일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수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문제나 학생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청이 'AI 윤리 딜레마 사례 분석'을 연수 과정에 포함시킨 것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적용과 후속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점에서 이번 연수는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에듀테크 기업들은 화려한 기능과 기술적 혁신을 내세우며 학교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정작 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도구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라는 점이 이번 연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경남교육청이 연수에서 다룬 학습 데이터 분석, 개별 맞춤형 학습, 실시간 피드백 기능은 이미 많은 에듀테크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이를 실제 수업 설계와 연결 짓는 교수법적 가이드라인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에듀테크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나 수업 설계 템플릿을 함께 제공하는 '솔루션형 접근'이 필요해졌다.
또한 이번 연수가 초등과 중등을 분리해 운영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초등 과정이 학습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업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등 과정은 교과별 심층 학습 지원에 방점을 두었다. 이는 학습자의 인지 발달 단계와 교과 특성에 따라 AI 활용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교육청이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듀테크 기업들 역시 학교급별, 교과별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시사한다.
결국 경남교육청의 이번 연수는 AI 디지털 교육이 '기술 도입' 단계를 넘어 '수업 혁신'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도구의 보급이 아니라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기술의 수동적 사용자가 아닌 수업을 설계하는 능동적 주체로 재정의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연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학교 현장의 일상적인 수업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지속하는 일이다.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결국 교사의 전문성 위에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경남교육청의 시도는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