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의 AI 전교생 필수교육, 한국에는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가
4,000km 떨어진 베이징의 한 공과대학이 모든 학부생에게 인공지능을 필수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컴퓨터과 학생뿐 아니라 경영학도, 디자인 전공자, 인문학도까지—AI는 이제 특정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
esgtimes.kr 보도 중국 대학의 AI 전교생 필수교육, 한국에는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가
4,000km 떨어진 베이징의 한 공과대학이 모든 학부생에게 인공지능을 필수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컴퓨터과 학생뿐 아니라 경영학도, 디자인 전공자, 인문학도까지—AI는 이제 특정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갖춰야 할 기초 문해력이라는 인식이 중국 고등교육 현장에서 제도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이징정보과기대학이 최근 발표한 18개 교육개혁 과제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대학들도 AI 교육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과 전공 간 편차가 큰 현실에서 중국의 사례는 한국이 직면한 '전공 융합' 과제의 본질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만든다.
베이징정보과기대학의 개혁안은 두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전교생 공통교육이다. 모든 학생이 입학 후 우선 AI의 기본 원리, 활용법, 윤리적 쟁점을 다루는 필수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단순히 생성형 AI 툴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성형 AI가 제시한 결과의 정확성과 편향을 검증하는 능력, 개인정보·저작권·연구윤리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까지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둘째는 전공별 심화교육이다. 학교는 기계·전자·컴퓨터 같은 전통 이공계는 물론 경영, 경제, 디자인, 인문사회계열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공에서 AI를 자신의 학문 분야에 적용하는 응용과목을 개설했다. 이미 229개의 'AI+X' 강좌가 구축됐고, 강의자료는 디지털·모듈형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기업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실제 과제를 교육콘텐츠로 변환해 학생들이 산업 데이터와 현실 문제를 수업에서 다룰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교육의 정의 자체를 확장했다는 데 있다. 중국 정책은 AI 교육을 '도구 사용법' 차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핵심 학습역량을 생성형 AI 결과에 대한 비판적 검증 능력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AI 리터러시를 단순한 디지털 활용능력이 아니라 학술적·윤리적 사고력과 연결되는 핵심 역량으로 격상시킨다는 점에서 한국의 교육과정 설계에도 중요한 비교 지점이 된다.
한국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대응 자체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주요 대학들은 AI 리터러시, 데이터 분석, 코딩 관련 교양과목을 잇따라 개설해왔다. 일부 대학은 이미 모든 신입생에게 AI 기초교육을 제공하며 전교생 공통교육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기쁨 속에 그림자가 있다. 대학에 따라서, 또 전공에 따라서 AI 교육의 깊이와 질적 수준이 크게 다르다. 상당수 인문사회·예체능계열 학생은 여전히 AI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즉, 한국의 AI 교육은 양적 확대기에는 진입했지만, 전교생 공통교육과 전공 심화교육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통합 설계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베이징정보과기대학의 사례가 시사하는 진정한 과제는 여기에 있다. 단순히 강좌 수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공통교육과 전공 교육을 구조적으로 잇는 커리큘럼 아키텍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곧 한국 대학이 '전공 융합'을 외치면서도 정작 교육과정 안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오래된 미제약제와 맞닿아 있다. 전공 간 벽이 높은 한국 학부의 현실에서, AI를 매개로 한 융합교육은 학과 간 칸막이를 허무는 실험적 통로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중 대학 간 협력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미 양국은 제조업, 무역, 문화콘텐츠, 중국어 번역 같은 영역에서 긴밀한 산업 관계를 맺고 있어, AI 기술을 실전 문제와 결합한 공동 프로젝트형 수업이 만들어질 여지가 충분하다. 한중 대학이 이런 분야에서 공동 강좌를 개발하고, 학생들이 양국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AI 활용 능력에 전공적 깊이를 더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AI 교육 자체가 새로운 산학협력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이 사례가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교육의 경쟁력은 '몇 개의 강좌를 개설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연결했는가'에 달려 있다. 전교생 공통교육을 밑거름으로 깔고, 전공별 심화교육을 그 위에 쌓으며, 산업 현장의 실제 과제를 학습 콘텐츠로 끌어들이는—이런 입체적 설계 없이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그릴 수 없다. 한국의 대학과 에듀테크 기업들이 베이징정보과기대학의 개혁안에서 '커리큘럼 아키텍처'라는 키워드를 읽어낸다면, AI 필수교육 논의는 비로소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