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AI 교과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새로운 시장
네이버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손잡고 시니어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AI·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공동 개발한다. 지난 7일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체결된 업무협약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급속한 A
yna.co.kr 보도 시니어 AI 교과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새로운 시장
네이버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손잡고 시니어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AI·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공동 개발한다. 지난 7일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체결된 업무협약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급속한 AI 전환 시대에서 플랫폼 기업이 교육 영역에 진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웨일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문해 교과서와 네이버 쇼핑 이용법 등 실생활 중심의 교육 콘텐츠가 그 핵심이다.
이번 협약의 가장 큰 특징은 '실생활 밀착형' 교육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디지털 문해 교육이 스마트폰 기본 조작이나 인터넷 검색법에 머물렀다면, 네이버는 자사의 실제 서비스를 교재로 활용한다. 네이버 쇼핑 이용법, 웨일 브라우저의 다양한 기능, AI 기반 서비스 사용법 등을 알기 쉽게 풀어 담은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시니어들이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교육이 추상적인 개념 학습이 아닌, 일상의 문제 해결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는 최근 에듀테크 업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의 협력 구조에도 의미가 있다. 네이버가 가진 기술력과 서비스 인프라를 국가 평생교육 체계에 접목함으로써, 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문해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월용 원장의 말처럼 양 기관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편적 평생교육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은, 공공 교육기관과 민간 플랫폼 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특히 전국 각지의 평생학습관과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보급될 경우,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 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약의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의 교차점에 놓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격차 지수에서 시니어 계층은 여전히 취약 그룹으로 분류된다. AI 기반 서비스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될수록, 이들 계층의 소외감과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정책이 꾸준히 추진되어 왔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가 이번 사업에 나선 데에는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미래 시장 선점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니어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소비력과 디지털 서비스 이용률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 쇼핑을 비롯한 자사 서비스의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시니어 계층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이 필수적이다. 이번 교육 콘텐츠가 시니어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관문 역할을 한다면, 이는 곧 네이버의 잠재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윤숙 부문장이 "네이버쇼핑을 비롯한 여러 AI 기반 서비스가 누구에게나 쉽고 편리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교육적 지원에도 힘쓰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협약은 기업의 핵심 서비스를 교육 콘텐츠와 결합한 '서비스 기반 교육(Service-based Education)'의 새로운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의 에듀테크 기업들이 학습 관리 시스템(LMS), 적응형 학습 알고리즘 등 기술 중심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면, 네이버는 자사의 실사용 서비스를 교재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교육 콘텐츠의 제작과 보급에 있어 플랫폼 기업이 가진 고유한 강점을 활용한 접근법이다. 시니어들이 실제로 사용하게 될 서비스를 교육의 장에 끌어들임으로써, 학습의 전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교육 콘텐츠의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AI 기술과 디지털 서비스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한 번 제작된 교과서가 곧 구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마련한 거버넌스 체계가 콘텐츠의 최신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둘째, 교육의 효과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니어들의 디지털 역량이 향상되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 중심의 교육을 진행함에 따라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 디지털 문해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니어들이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은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플랫폼 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기술의 수혜 범위가 넓어지는 동시에, 기술에서 소외된 계층과의 격차도 함께 커진다. 네이버가 평생교육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에듀테크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이번 협약이 단순한 콘텐츠 제작을 넘어 시니어 맞춤형 AI 교육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플랫폼 기업들로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와 설계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