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 AI 교육의 새 표준, 한국기술교육대 'STEP' 24개 과정이 그리는 그림
AI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국민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 STEP이 최근 총 24개의 AI 교
asiatoday.co.kr 보도 [기고] 공공 AI 교육의 새 표준, 한국기술교육대 'STEP' 24개 과정이 그리는 그림
AI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국민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 STEP이 최근 총 24개의 AI 교육과정을 전면 개방하며, 기초 소양부터 산업별 실무 활용까지 아우르는 공공 교육 인프라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콘텐츠 확장이 아니라 AI 인재 저변 확대라는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이 움직임은, 에듀테크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24개 과정은 지난 5~6월 우선 공개된 13개 과정에 최근 11개 과정을 추가하며 체계화된 결과물이다. 기존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계 안전 관리 등 비교적 도입이 용이한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제조공정 자동화와 AI 예측 등 기술 집약도가 높은 분야까지 영역를 넓혔다. 기초역량 과정은 데이터 활용과 보안, AI 윤리 같은 기본 소양을 다루고, 경영·금융·교육훈련·디자인·제조 등 주요 산업군의 AI 활용 트렌드를 짚는다. 여기에 직무별 실무 과정이 문화·예술, 건설, 기계, 전기·전자, 화학·바이오, 환경·에너지 등 현장 밀착형 산업군으로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학습자는 자신의 직무에 맞는 커리큘럼을 직접 골라 학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PLC ST 프로그래밍과 HMI 설계 과정에서 실습 비중을 대폭 강화한 부분이다. 이론 중심의 평이한 온라인 강의에서 벗어나,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한 기계 제어 프로그램 설계, AI 기반 광고 콘셉트 기획과 타깃 분석처럼 즉시 업무에 이식 가능한 사례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다. 이는 학습자가 강의 화면을 벗어나는 순간 내용을 잊어버리는 흔한 온라인 교육의 맹점을 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모든 과정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기술 교육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교육 취약계층까지 포용하면서,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도 함께 챙겼다.
배경에는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AI 3대 강국' 도약 전략이 있다.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산업 현장 전반에 AI를 확산시키려면 결국 이를 다룰 인력의 규모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STEP이 제공하는 2,500여 개의 공공 교육 콘텐츠는 양적 거대함을 넘어, 무료라는 접근성과 함께 전국민 단위 AI 역량 강화의 토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한연희 온라인평생교육원장은 "AI 역량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며, "일상과 업무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공 교육의 확대가 민간 에듀테크 시장에 미치는 시그널은 단순하지 않다. 첫째, 무료 고품질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유료 교육 플랫폼들은 학습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요구받게 됐다. 강사진의 권위나 수료 후 취업 연계, 기업 맞춤형 커리큘럼 같은 부가가치 영역에서 경쟁력이 갈리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둘째, 산업별 실무 과정을 통해 특정 직군의 AI 활용 역량을 빠르게 표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를 들어 화학·바이오 분야 분석가나 반도체 공정 관리자가 AI 기초 소양을 동일한 프레임 안에서 익히게 되면, 기업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비용과 교육 비용이 동시에 줄어든다. 이는 곧 산업별 AI 도입 속도를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셋째, 수어 통역과 같은 접근성 설계는 그동안 에듀테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던 교육 형평성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24개 과정이라는 숫자 자체가 가진 의미다. 이는 단순한 강의 목록이 아니라, 공공 교육이 산업 현장과 얼마나 긴밀하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향후 STEP이 얼마나 빠르게 신규 과정을 업데이트하고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느냐에 따라, 한국형 공공 AI 교육 모델이 단순한 정책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인재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은 이 흐름을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 플랫폼과 협력해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거나 기업 교육과 연동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AI 교육의 대중화가 시작된 지금, 경쟁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학습자의 일터와 성과를 얼마나 바꾸느냐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