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AI융합심화전공, 핵심 자연어처리 과목 미개설…졸업 앞둔 학생들 구제책 마련

연세대학교 인공지능융합대학이 2026학년도 2학기 AI융합심화전공의 AI 코어 과목 가운데 '자연어처리와 챗지피티(AIC3110)'를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과목은 챗GPT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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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인공지능융합대학이 2026학년도 2학기 AI융합심화전공의 AI 코어 과목 가운데 '자연어처리와 챗지피티(AIC3110)'를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과목은 챗GPT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핵심 원리인 자연어처리 기술을 다루는 심화 과목으로, 전공 졸업요건의 핵심을 담당해왔다. 미개설은 단순한 학사 일정이 아니라, AI 융합교육의 커리큘럼 설계가 현장 수요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이자, 곧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진로에 직결된 현안이다.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학은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2026학년도 2학기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수 안내문을 게시했다. 핵심 내용은 '자연어처리와 챗지피티' 과목 이수가 졸업요건 충족에 반드시 필요한 학생에 한해, 해당 과목 대신 AI융합심화전공의 1전공 또는 2전공 과목을 3학점 추가 이수하면 그 학점을 전공학점으로 인정해 졸업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즉, 12학점이던 AI 코어 졸업요건 학점은 9학점으로, 48학점이던 전공 학점은 51학점으로 각각 조정된다.

적용 대상은 2027년 2월 졸업 및 수료 예정자 가운데 '자연어처리와 챗지피티' 이수가 졸업요건 충족에 반드시 필요한 학생으로 한정된다. 다만 같은 학기에 개설되는 '인공지능개론및응용(AIC2120)'과 '인공지능알고리즘(AIC2130)' 두 과목을 이수해 AI 코어 졸업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학생은 이번 한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학 측은 사실상 '대체 과목 이수가 불가능한 학생'만을 구제하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시적이라는 점이다. 공지문은 2026학년도 2학기에만 적용되는 임시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2027년 2월 이후 졸업 예정자, 즉 2027학년도 신입생이나 후배 학년생에게까지 동일 혜택이 자동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측이 '한시적'이라는 단어를 명시한 것은 커리큘럼 정상화 로드맵이 존재하거나, 최소한 향후 개설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자연어처리와 챗지피티'는 AI 코어 과목 가운데 학생들의 수요가 특히 높은 과목이다.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에 확산하면서, LLM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AI 전공 학생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유사 기관에서도 자연어처리 관련 과목은 개설 강좌 수 대비 수강 신청이 몰리는 과목군에 속한다. 그 같은 과목이 미개설된 배경에는 전임교원 확보 일정, 강의 담당 가능 교원의 연구년, 학기 단위 개설 로테이션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학 측은 이번 공지에서 미개설 사유를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세대의 대응을 두고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첫째는 유연한 학사 운영의 모범이라는 평가다. 졸업요건이 사실상 변경되는 사안임에도, 대학이 학점 인정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고 적용 대상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학생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치다. 특히 AI 융합심화전공이 학과 간 연계가 강한 다전공 구조인 만큼, 1전공·2전공 과목을 통한 대체 이수 경로를 열어둔 것은 학생의 학습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측면이 있다. 둘째는 근본적인 커리큘럼 안정성 의문이다. AI 분야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과목이 학기 단위로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대학의 교육과정 설계가 산업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학 당국이 미개설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단순한 학사 일정이 아닌 '졸업이 멈출 수도 있는 리스크'로 비칠 수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AI 관련 학과와 전공 수는 202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왔으며,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학은 그 흐름을 대표하는 기관 중 하나다. 신설 학과와 전공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원 확보 지연, 강의실·실습 인프라 부족, 개설 과목 로테이션 부재 등은 신설 기관의 통상적인 성장통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성장통이 특정 학기·특정 과목에 집중될 경우, 졸업 시기가 임박한 학생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상당하다. 이번 연세대의 한시적 조치는 그 같은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사안이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AI 교육 커리큘럼은 더 이상 정적 설계로 유지되기 어렵다. 생성형 AI, LLM, 멀티모달 모델 등 기술 패러다임이 수개월 단위로 바뀌는 환경에서, 대학은 최소한 핵심 과목의 개설 주기와 교원 풀을 산업 수요와 연동해 점검해야 한다. 둘째, 한시적 졸업요건 변경이라는 행정적 해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대학은 향후 학기 개설 계획의 사전 공지, 미개설 시 대체 과목 풀의 상시 운영, 교원 확보 로드맵의 투명한 공개 등을 통해 학생의 학습 권리와 진로 계획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셋째, 에듀테크 기업과 대학 간 협업 모델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산업계 전문가가 겸임교수나 특강 형태로 핵심 AI 과목을 보강하거나,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최신 LLM 과목을 설계해 운영하는 구조는 신설 학과가 직면한 교원·커리큘럼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는 대안이다.

결국 이번 연세대의 조치는 한 대학의 학사 공지에 그치지 않는다. AI 교육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학이 산업 변화 속도와 교육과정 안정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학생 입장에서는 졸업을 앞둔 이번 학기만큼은 대체 이수 경로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업계와 대학이 함께 고민해야 할 본질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