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으로 완성하는 AI 인재, 항대 '캡스톤디자인Ⅱ'의 현장형 교육 모델
한국항공대학교 AI자율주행시스템공학과가 2026학년도 2학기, 4학년 필수 과목인 '캡스톤디자인Ⅱ'를 SW중심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한다. 이번 캡스톤디자인은 단순한 졸업작품을 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
ave.kau.ac.kr 보도 산학협력으로 완성하는 AI 인재, 항대 '캡스톤디자인Ⅱ'의 현장형 교육 모델
한국항공대학교 AI자율주행시스템공학과가 2026학년도 2학기, 4학년 필수 과목인 '캡스톤디자인Ⅱ'를 SW중심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한다. 이번 캡스톤디자인은 단순한 졸업작품을 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SW중심대학 사업 지원을 받아 기업의 현장 문제를 산학이 함께 해결하는 R&D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학 교육이 교실 안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과 직접 맞닿는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로, 에듀테크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번 캡스톤디자인Ⅱ는 AI융합대학 소속 학생들이 기업의 실제 과제를 1년 동안 수행하는 장기 프로젝트 방식으로 설계됐다. 모집 대상은 6학기 이상 이수자 또는 2027년 2월 졸업 예정자로, AI자율주행시스템공학과의 경우 로보티즈, 이지메디봇, 메이킷올 세 개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가 열린다. 참여 학생에게는 최대 2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되며, 프로젝트 담당 교수와 업체 담당자의 개별 평가에 따라 금액이 조정된다. 신청은 역량관리시스템을 통해 8월 12일까지 받아 진행되며, 8월 14일 배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프로젝트의 기술적 깊이다. 로보티즈와의 'Physical AI for Multi-Robot System' 프로젝트는 인간의 자연어 명령을 LLM(대규모언어모델)이 이해하고, 다수의 로봇이 스스로 작업을 분배·실행·복구하는 협업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행동 트리(Behaviour Tree) 기반의 고수준 계획 생성, 멀티로봇 환경에서의 태스크 할당, 모방학습을 통한 동작 생성 등 로봇공학과 생성형 AI가 결합된 최첨단 과제가 학생들의 손에 맡겨진다.
이지메디봇과의 'AI 기반 수술 보조 로봇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역시 주목할 만하다. 모션캡처로 수집한 외과의의 손·팔 동작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니퓰레이터가 정밀한 수술 보조 동작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텔레오퍼레이션 제어 구조와 모방학습을 결합해 의료 로봇 분야의 실질적 시제품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의료 AI와 로봇공학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향후 의료기기 산업의 인력 양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메이킷올과의 협업은 '고정밀 VFX 3D 데이터 획득을 위한 드론/로봇 모빌리티 촬영 자동화'라는 다소 색다른 과제를 다룬다. 항공뷰 드론과 지상 로봇을 활용해 영화·영상 분야에서 요구되는 고정밀 3D 데이터를 자동으로 취득하는 시스템으로, 콘텐츠 산업과 모빌리티 기술의 교차를 보여준다. 이는 AI자율주행시스템공학과의 학문적 정체성이 단순히 '자율주행차'에 그치지 않고, 드론·로봇·영상·의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캡스톤디자인Ⅱ의 운영 방식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변화가 발견된다. 첫째, 프로젝트가 1년 단위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1학기 종료 후 평가에 따라 지도교수와의 협의를 거쳐 프로젝트 변경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한 가지 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도록 설계됐다. 짧은 학기 단위의 단편적 프로젝트와는 다른 밀도 높은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둘째, 복수전공 학생을 위한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다. 주전공과 복수전공 학과의 프로젝트를 각각 1개씩, 총 2개를 반드시 수강해야 하며, 주전공은 1·2지망, 복수전공은 3지망으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학제적 역량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습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학과 간 프로젝트 운영의 충돌을 방지하려는 운영상의 세심한 조치로 해석된다.
셋째, 수강 신청과 프로젝트 배정이 분리된 구조다. 수강 시스템상에는 교과 시간이 특정돼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 진행 시간은 배정된 프로젝트별로 별도로 결정된다. 학과 사무실에서 수강 신청을 자동 처리하는 방식은 학생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기업 일정에 맞춰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운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사점에서 보면, 이번 캡스톤디자인Ⅱ 운영은 한국 에듀테크·AI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첫째, 산학협력 R&D 프로젝트가 캡스톤이라는 졸업 필수 교과 안에 정식 제도화됐다는 사실은,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 대학 단위에서 공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기업이 던지는 '진짜 문제'를 풀면서, 기업은 잠재적 인력을 사전 검증할 수 있는 윈-윈 구조가 작동하는 셈이다.
둘째, LLM·멀티로봇·의료로봇·VFX 자동화 등 프로젝트 주제 선정에서 드러나듯, AI 교육이 더 이상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단일 역량에 머물지 않고, 도메인 전문성과 AI 기술의 결합을 요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학생들은 특정 산업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위에 AI 솔루션을 설계·검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셋째, NVIDIA DLI와의 'Building RAG Agents with LLMs' 교육이 별도로 진행되는 점도 시사적이다. RAG(검색 증강 생성) 에이전트 구축은 현업 AI 서비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캡스톤과 별도로 최신 LLM 실무를 훈련하는 채널이 함께 운영됨으로써 학생들은 이론적 캡스톤과 실무형 단기 교육을 동시에 접하게 된다. 이는 정규 교과와 비정규 학습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모델의 좋은 사례다.
향후 이 모델이 효과를 거두려면 몇 가지 과제가 뒤따른다. 학생 평가와 장학금 지급에서 교수·기업 간 평가 기준을 명확히 조율해야 하고, 프로젝트 변경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이 해당 기술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사후 지원 체계, 예컨대 창업 연계나 인턴십 전환 같은 후속 트랙이 마련된다면 교육 효과가 산업 인적 자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AI자율주행시스템공학과의 이번 시도는, 한국 공학 교육이 '강의실 속 이론'을 넘어 '산업 현장의 문제'로 학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산학이 함께 만드는 캡스톤이 향후 AI 인재 양성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