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교육, 선택 아닌 필수"...개학 중에도 교사들이 박람회로 몰려든 이유
개학을 앞둔 8월, 전국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가 개학했지만 꼭 와보고 싶었다"며 박람회장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찾은 곳은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
머니투데이 보도 "AI 활용 교육, 선택 아닌 필수"...개학 중에도 교사들이 박람회로 몰려든 이유
개학을 앞둔 8월, 전국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가 개학했지만 꼭 와보고 싶었다"며 박람회장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찾은 곳은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17회 2026 에듀플러스위크 미래교육박람회'다. AI 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자리에는 15개국 170여 개 기업·기관·단체가 참가했고, 혁신적인 교육기술과 우수 수업 사례를 공부하려는 교사와 학생, 에듀테크 관계자들로 행사장이 가득 찼다. 바쁜 학사 일정 속에서도 교사들이 직접 발걸음한 데는 교육 현장의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교육의 전 과정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특히 올해는 AI를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작성 등 신기술이 실제 교육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맘스코치는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의 학생 관리와 학급 운영을 지원하는 '클래스매니저'를, 크레버스는 AI 기반 영어 글쓰기 평가 솔루션 '허밍고'를 선보였다. 비고스는 생기부 작성을 돕는 AI 시스템 '하마룸'을, 임팩터스는 AI 개인화 교육 솔루션 '임팩트 스페이스'를 각각 전시하며 현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AI가 이제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평가하고 기록하는 일'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교육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대구 성곡중학교 정다운 교사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 준비를 위해 학교에서 단체로 연수를 왔는데 생각보다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놀랐다"면서도 "교사가 믿고 쓸 만한 프로그램이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서울 여의도중학교 최윤미 전문상담사는 "매년 상담에 쓸 만한 교구를 찾아 방문한다"며 "올해는 확실히 AI 관련 콘텐츠가 많은데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현장의 수용 속도와 신뢰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교사들은 AI가 '교실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실을 돕는 도구'가 되길 원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도입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AX(AI전환) 시대, 교원의 AI 활용 교육역량 강화 방향'을 주제로 강연한 도재우 공주교대 교수는 "기술이 존재하니까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 목적에 따라 필요한 기술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에듀테크 시장에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구가 목적이 되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교육적 필요가 먼저라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교실에서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결국 교사의 몫이라는 지적이 행사 내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번 박람회는 한국 에듀테크 산업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람회 글로벌 조직위원회 위원인 아비 와르샤브스키 마인드셋 CEO는 "한국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은 이미 기술적으로 매우 탄탄하고 앞서 있다"며 "앞으로 경쟁력과 성과를 해외 투자자와 교육기관, 기업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 교육부와 협업 중인 에듀테크 액셀러레이터의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다. 한국의 에듀테크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홍보와 네트워킹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의 방향성도 이번 박람회에서 재확인됐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축하 영상에서 "첨단 에듀테크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정부와 학교, 산업계가 다양한 생각을 모아 균형 잡힌 방향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천홍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교실에서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성장을 지켜보는 건 결국 선생님의 몫"이라며 "기술은 더하되 인간다움은 잃지 않는 교육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교육이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사점**: 이번 박람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활용 교육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믿고 쓸 수 있는 기술'이라는 조건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기능의 화려함보다 현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안정성과 실효성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교원 연수 프로그램이 단순한 도구 사용법 교육을 넘어,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수법과 평가 방식을 고민하는 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기술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이 중심이 될 때, 한국 에듀테크 산업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박람회는 그 출발점이자, 교육과 기술이 만나는 가장 뜨거운 접점을 보여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