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조세의 융합…매경·시립대 'i-TAX 최고경영자과정'이 던지는 화두
최고경영자에게 세금 전략은 더 이상 재무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면서 기업의 가치 평가 방식과 세제 환경까지 동시에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매
매일경제 보도 | 3 days ago AI와 조세의 융합…매경·시립대 'i-TAX 최고경영자과정'이 던지는 화두
최고경영자에게 세금 전략은 더 이상 재무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면서 기업의 가치 평가 방식과 세제 환경까지 동시에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매일경제와 서울시립대학교가 손을 잡고 'i-Tax 최고경영자과정(Innovations & Tax 최고경영자과정)'을 신설해 주목받고 있다. 기술 혁신과 세금 전략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경영진의 의사결정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기획 의도가 읽힌다.
이번 과정은 오는 9월 9일부터 12월 23일까지 매주 수요일,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3층에서 진행된다. 교육 대상은 기업 대표와 임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로 한정했다. 수강료는 석식과 컨설팅 비용을 포함해 800만원이다. 커리큘럼은 △경제 △산업 정책 △AI △경영혁신 △세금 전략 등 다섯 개 축으로 구성됐다. 단순한 세무 실무가 아니라 기술 패러다임 전환과 세제 환경 변화를 아우르는 융합적 접근을 택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이 '조세'를 단순히 절세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AI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고, 산업 정책이 방향을 바꾸는 상황에서 세금은 곧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예컨대 AI 기반 서비스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과세 기준, 반도체와 배터리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에 따른 이전가격 전략 등은 더 이상 재무 담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이 흐름을 읽고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에듀테크 및 경영교육 시장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기존 최고경영자과정(AMP)이 주로 리더십과 경영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기술과 규제, 그리고 재무적 요소를 결합한 융합형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AI의 등장 이후 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단순한 네트워킹 중심의 과정보다는 실질적인 '지식 업데이트'를 원하는 수요가 커졌다. i-TAX 과정은 이런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매일경제가 언론사로서의 네트워크와 콘텐츠 제작 역량을 결합한 점도 차별화 요소다. 매경은 그동안 세계지식포럼과 매경TEST 등을 통해 경제·경영 교육에 깊이 관여해 왔다. 이번 과정 역시 단순한 강의를 넘어 현직 기자와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직접 전달하는 채널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와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학 단독 과정과는 다른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짚고 넘어갈 점도 있다. 800만원이라는 수강료는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이는 곧 이 과정이 대기업 임원이나 중견기업 대표 등 '선별된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교육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에듀테크의 대세가 '초개인화'와 '민주화'라지만, 최고경영자 과정은 여전히 엘리트 교육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AI와 조세라는 주제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도 절실한 만큼, 향후 더 다양한 층위로 확장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번 과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기술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경영 전반, 나아가 세무와 회계 영역까지 재편하는 변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AI를 활용한 세무 자동화와 예측 분석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기반 세무 솔루션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최고경영자가 AI와 조세의 접점을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에듀테크 업계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과정은 '기술 리터러시'와 '규제 리터러시'를 동시에 갖춘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그동안 AI 교육은 주로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 중심의 커리큘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기업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작동 원리보다는 AI가 비즈니스와 세금 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통찰이다. i-TAX 과정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융합형 경영교육 과정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산업 전반에 침투하면서 세무, 법률, 재무, 전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시장에서도 'AI+조세'나 'AI+법률'처럼 특정 도메인과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과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의 재교육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런 프로그램의 시장성은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매경과 서울시립대의 i-TAX 과정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I가 만들어낸 불확실성의 시대에, 경영자들이 어떤 안목과 지식을 갖춰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남은 과제는 이런 프리미엄 과정이 얼마나 많은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제공해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되느냐다. 그 성과에 따라 한국 경영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