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없이 도쿄대 합격"…일본 수험생을 바꾼 생성형 AI, 한국 교육에 던지는 질문
일본 도쿄대 교양학부에 재학 중인 19세 요시다 소시로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일본 최고 명문대에 합격했다. 그의 공부 도구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생성형 AI 앱 하나였다. 지난해 입시에서 도쿄대 인문사회계열 2류에
mainichi.jp 보도 | 3 days ago "학원 없이 도쿄대 합격"…일본 수험생을 바꾼 생성형 AI, 한국 교육에 던지는 질문
일본 도쿄대 교양학부에 재학 중인 19세 요시다 소시로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일본 최고 명문대에 합격했다. 그의 공부 도구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생성형 AI 앱 하나였다. 지난해 입시에서 도쿄대 인문사회계열 2류에 합격한 그는 "기존 학습 자료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만드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일본 입시 현장에서 생성형 AI가 기존의 사교육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챗GPT와 함께한 도쿄대 합격기"…달라진 수험 풍경
요시다의 학습법은 기존 수험생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그는 챗GPT를 활용해 도쿄대 기출문제와 교과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한 뒤, AI에게 "약 700단어 분량의 독해 지문을 만들어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연습문제를 생성했다. 세계사 과목은 교과서를 영어로 번역하도록 지시해 두 과목을 동시에 학습하는 실험도 했다. 수학 필기 정리에는 AI를 활용해 소요 시간을 기존의 10분의 1로 줄였고, 그 절약한 시간을 다른 과목 학습에 투자했다.
그가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가 챗GPT 유료 버전을 단체 구독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교과서 구절을 번역하거나 세계사 노트를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곧 입시 준비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AI에게 학습 계획표 작성까지 맡겼다. 학원과 문제집에 의존한 경쟁자들과 달리 "다른 방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자평이다.
이런 사례는 일본에서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다. 도쿄에 본사를 둔 교육 지원 기관 스터디플러스 트렌드 연구소가 2025학년도 입시를 치른 수험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7%가 공부하는 동안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영어 작문과 에세이 검토 용도로 AI를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일본 입시 시장에서 생성형 AI는 이미 '선택'이 아닌 '기본'이 된 셈이다.
AI는 이제 도쿄대 수석 수준…입시 패러다임의 전환점
더 충격적인 사실은 AI 자체의 실력이 이미 도쿄대 최상위 합격자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 라이프프롬프트의 CEO 엔도 사토시는 생성형 AI로 도쿄대 입시 문제를 풀게 한 결과, 수석 합격자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수험생들의 학습 도구 활용을 넘어, 입시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 상황은 한국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일본보다 앞선 AI 인프라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갖추고 있지만, 입시에서의 AI 활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한국수능은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의 AI 활용도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AI가 단순히 '문제 풀이 도구'를 넘어 '학습 설계자'이자 '튜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상황이 한국과 다른 점은 사교육 시장의 구조다. 일본은 한국처럼 대형 입시 학원이 지배적인 시장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대신 개인 과외나 소규모 학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 때문에 AI가 기존 사교육을 대체할 여지가 더 컸다. 요시다의 사례처럼 학생 스스로 AI를 활용해 학습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자기주도적 AI 학습'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반면 한국은 대형 입시 학원의 데이터 축적과 AI 기반 학습 관리 시스템(스마트러닝)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해 있다.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 주요 업체들은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사교육 산업이 AI를 도구로 채택한 형태로, 일본 수험생처럼 학생이 주도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에듀테크 산업의 재편과 교육 공공성의 새로운 화두
일본의 사례가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단순히 콘텐츠 전달을 최적화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 방법 자체를 재정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요시다가 보여준 것처럼 학습자가 직접 AI를 활용해 문제를 생성하고, 학습 자료를 변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은 기존 에듀테크 서비스의 설계 철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서비스가 '제공자 중심'의 플랫폼이라면, 새로운 흐름은 '학습자 중심'의 개방형 도구다.
이런 변화는 에듀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학생들이 범용 AI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 학습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프리미엄 학습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대신 AI 활용 능력을 극대화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이나,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질을 검증하고 학습에 최적화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도 중요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챗GPT 유료 버전의 학교 단체 구독이 AI 활용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는 AI 접근성의 문제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료 AI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격차가 새로운 교육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와 교육청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디지털 격차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AI가 입시를 포함한 교육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일본의 사례는 AI가 사교육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보완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을 넘어, 교육의 목적과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시점이 왔음을 보여준다. 한국 교육계와 에듀테크 업계는 일본의 변화를 단순한 해외 사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곧 닥칠 변화의 전조로 읽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AI가 수석 합격자 수준의 실력을 갖춘 시대에,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문제 풀이 방법이 아니라 AI와 공존하며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