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시니어 맞춤형 'AI 교과서' 제작...디지털 문해 격차 해소의 새 모델 되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전반에 스며들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의 소외감과 불편은 갈수록 심화
sedaily.com 보도 | 10 hours ago 네이버, 시니어 맞춤형 'AI 교과서' 제작...디지털 문해 격차 해소의 새 모델 되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전반에 스며들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의 소외감과 불편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손잡고 시니어 맞춤형 AI·디지털 교육 콘텐츠 제작에 나서 주목된다. 단순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민간 플랫폼의 기술력이 공공 평생교육 체계와 결합하는 새로운 에듀테크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네이버는 지난 7일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에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시니어 및 디지털 소외계층의 AI·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양 기관이 AI·디지털 평생교육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의 에듀테크 플랫폼인 '웨일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문해 교과서를 제작해, 네이버쇼핑 이용법과 주요 웨일 기능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 활용법을 고령층 눈높이에 맞춰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기존의 디지털 교육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고령층이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비스 사용 경험을 교육 콘텐츠에 결합함으로써, 학습 동기를 높이고 실생활 적용 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협약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시니어 교육 콘텐츠 하나가 추가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AI 대전환 시대에 '누가 기술을 향유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약 7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성형 AI 활용률은 젊은 세대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 AI 기술이 오히려 정보 격차를 확대하는 '지능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자사의 대표 서비스인 쇼핑과 웨일 브라우저를 교육 소재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기술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를 공공 교육의 장에 직접 연결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번 협약은 에듀테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 에듀테크 시장은 초중등 교육이나 성인 직업능력 개발에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평생교육 분야, 특히 시니어 대상 디지털 교육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과 온라인 서비스 이용률도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공공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평생교육 에듀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김월용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생성형 AI 시대에 네이버의 기술력을 교육 현장과 연계함으로써 일상 속 디지털 문해 격차를 혁신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 기관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편적 평생교육 복지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은 "AI 커머스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이번 협약을 통해 네이버쇼핑을 비롯한 여러 AI 기반 서비스가 누구에게나 쉽고 편리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교육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교육 콘텐츠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형태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향상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평생학습의 영역이다. 네이버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구축할 콘텐츠가 단순히 온라인 자료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전국 평생교육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교육 내용도 생성형 AI 활용법, AI 기반 금융 서비스 이용법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사점: 에듀테크의 새로운 지평, '포용적 기술 교육'
이번 네이버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협약은 에듀테크 산업의 패러다임이 '교육의 효율화'에서 '교육의 포용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에듀테크는 주로 성적 향상이나 직무 역량 강화 같은 생산성 중심의 가치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지금,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이 겪는 불편과 소외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되었다. 네이버가 시니어 교육에 자사의 핵심 서비스를 개방한 것은, 에듀테크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과 비즈니스 기회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이러한 민관 협력 모델은 다른 분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의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 교육, 유통업계의 고령층 대상 온라인 쇼핑 교육, 통신사의 시니어 대상 AI 서비스 활용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사한 협력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협약이 단순한 홍보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콘텐츠로 구현될 수 있을지가 향후 에듀테크 업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AI가 만드는 격차는 AI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네이버의 이번 시도가 한국 사회의 디지털 문해 격차 해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