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연수, '학점'이 되다…충북교육청 마이크로디그리형 AI 직무연수의 의미
충북도내 교사 61명이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청주교육대학교 강의실에 모였다. 이들이 이수하는 강의는 단순한 직무연수가 아니다.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학점으로 누적 인정되는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과
ccdn.co.kr 보도 | 3 days ago 교원 연수, '학점'이 되다…충북교육청 마이크로디그리형 AI 직무연수의 의미
충북도내 교사 61명이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청주교육대학교 강의실에 모였다. 이들이 이수하는 강의는 단순한 직무연수가 아니다.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학점으로 누적 인정되는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과정이다. 충북교육청이 AI 대전환 시대에 맞춰 교원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단발성 연수에 그치던 기존 교원 연수 체계를 ‘평생학습’과 ‘자기주도적 성장’의 틀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청주교육대학교에서 ‘마이크로디그리형 교원 직무연수’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은 △AI 현장으로의 이해Ⅰ·Ⅱ·Ⅲ △창작역량 함양 AI 융합 프로젝트 △공존과 책임의 AI 윤리 리터러시 등 총 5개 과정, 15차시로 구성됐다. 교육청은 연수비 전액을 지원하고, 연수 기간 동안 최신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료 구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6일 진행된 ‘AI 현장으로의 이해Ⅱ’ 과정에서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핵심 개념을 학습하며 AI 기술의 원리와 작동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이번 연수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 학점 인정 연계’다. 마이크로디그리형 직무연수는 교원이 대학에서 필요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이를 누적해 석사학위 취득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이는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교원이 대학원 수준의 체계적인 이론 학습과 실습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수와 차별화된다. 김영순 충북교육청 창의특수교육과장은 “교원들이 AI 시대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을 이끄는 핵심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 교육청이 AI 교육에 속도를 내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선 학교의 AI 활용 수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정작 수업을 진행해야 할 교사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일부 교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수업 설계에 능숙하지만, 다수는 AI 윤리 문제나 프롬프트 활용법 등 기초적인 부분에서조차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교육청의 마이크로디그리형 연수는 교원들이 대학의 전문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깊이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수는 AI 기술의 ‘사용법’보다 ‘원리와 윤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현장으로의 이해’ 과정에서는 AI의 작동 구조와 머신러닝·딥러닝의 핵심 개념을 다루며, ‘AI 윤리 리터러시’ 과정에서는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책임 있는 활용 방안을 논의한다. 단순히 AI 도구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 시대에 학생들이 갖춰야 할 비판적 사고력과 윤리 의식을 교사가 먼저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AI 리터러시를 단순 기능이 아닌 ‘교양’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최근 교육계의 논의와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마이크로디그리형 연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번 연수는 청주교육대학교와의 협업으로 진행됐지만, 향후 다양한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교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폭을 넓혀야 한다. 또한 연수 이수자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AI 기반 수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후속 지원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동료 교사와 공유하고, 학교별 AI 교육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선도 교사’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충북교육청의 마이크로디그리형 직무연수는 교원 연수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단기적인 스킬 향상에 그치지 않고, 대학원 학점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교원의 장기적인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AI 시대의 핵심 가치인 윤리와 비판적 사고를 교육 과정에 포함시켰다. 이는 에듀테크 업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순히 교사들이 사용하기 쉬운 AI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교사들이 AI의 원리를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 연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시도교육청이 충북의 사례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에듀테크 기업들이 교원 역량 강화 생태계에 어떻게 참여할지 주목된다. 교사가 성장해야 수업이 바뀌고, 수업이 바뀌어야 AI 시대의 인재가 길러진다. 이번 연수가 그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