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가를 휩쓴 'AI 학과 붐', 그 이면에 숨은 교육의 본질 논쟁

중국 고등교육 현장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요동치고 있다. 불과 8년 전인 2018년 35개에 불과했던 AI 학부 과정이 2026년 현재 600개가 넘는 대학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단순한 학과 증설을 넘

global.chinadaily.com.cn 보도 중국 대학가를 휩쓴 'AI 학과 붐', 그 이면에 숨은 교육의 본질 논쟁

중국 고등교육 현장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요동치고 있다. 불과 8년 전인 2018년 35개에 불과했던 AI 학부 과정이 2026년 현재 600개가 넘는 대학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단순한 학과 증설을 넘어, 중국의 엘리트 대학 집단인 '더블 퍼스트 클래스' 대학 중 최소 90곳이 AI 관련 단과대학이나 학부를 신설하며 대학의 학문적 생태계 자체를 재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인재 양성 종합 계획과 2026학년도 학부 과정에 AI 비즈니스, 체현 지능(Embodied Intelligence), 뇌-컴퓨터 과학기술 등 38개 신규 전공을 추가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공식적인 신호탄이었다. 거대한 국가 전략과 시장의 수요가 결합되며 중국 대학들은 AI 교육의 최전선에 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팽창의 배경에는 막대한 규모의 산업적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핵심 AI 산업 규모는 1조 2천억 위안(약 177조 원)을 돌파했지만, 인재 수급은 여전히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중국은 최대 400만 명의 AI 전문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학가의 대응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 중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대학들이 AI 학과를 신설할 때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교육 연구 기관인 마이코스(MyCOS)의 분석에 따르면, 많은 대학들이 기존의 컴퓨터과학, 빅데이터, 자동화 등 학과를 통합·재편하여 새로운 AI 학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AI 교육이 단순히 새로운 분야의 개척이 아니라, 기존 공학 교육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조를 의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각 대학의 교육 과정은 'AI+' 융합 모델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설계되고 있다. 푸단대학은 모든 학부·대학원생에게 AI 교육을 100% 확대 적용하는 3단계 AI 커리큘럼 시스템을 도입했다. 닝보대학은 모든 전공에 최소 하나 이상의 'AI+' 융합 교과목 개설을 의무화했으며, 칭화대학은 모든 학문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AI+X'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교육과학연구원의 라오옌팅 부연구원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AI는 더 이상 단순한 하나의 전공이 아니라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 분야에 스며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이 특정 공학도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기초 소양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문과와 이과를 가리지 않고 대학 교육의 보편적 기반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확장의 이면에서는 교육의 질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사범대학의 팡푸취안 총장은 베이징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AI는 과학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라고 단언하며, 인류의 우주 이해가 주기율표와 뉴턴의 법칙 같은 기초 과학에 기반하고 있듯이, AI라는 기술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나아가 인문학과 예술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은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쫓는 대학의 행보가 진정한 학문적 깊이를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회의론을 대변한다. AI가 단기적인 취업률을 높이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기르는 전통적인 고등 교육의 가치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중국의 사례는 한국 교육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AI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학과 개편과 융합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의 사례는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단순히 AI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전공자를 늘리는 양적 팽창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팡푸취안 총장의 경고처럼 기술 너머에 있는 기초 학문의 토대가 무너지면, 결국 AI 기술의 발전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AI 교육의 보편화를 주장하는 목소리와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향후 대학 교육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 교육당국과 대학들이 중국의 성공 사례에서 배울 점은 AI 인프라 구축이나 커리큘럼 도입 속도가 아니라, 기술 발전과 학문적 본질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교육 모델을 설계하는 혜안일 것이다. AI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논쟁이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