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컴공은 주산 배우는 셈”… 서울대생의 선택이 바꾸는 교육 지형

“AI가 코딩을 대신하는데, 굳이 4년을 투자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필요가 있을까.”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말이다. 실제로 이 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최근 2년 사

chosun.com 보도 | 2 days ago “AI 시대에 컴공은 주산 배우는 셈”… 서울대생의 선택이 바꾸는 교육 지형

“AI가 코딩을 대신하는데, 굳이 4년을 투자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필요가 있을까.”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말이다. 실제로 이 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최근 2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전공이었던 컴퓨터공학이 인공지능(AI)의 부상과 함께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학과 선택의 문제를 넘어, 한국 고등교육과 에듀테크 산업 전반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1학년 때 전공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학문을 탐색한 뒤 2학년 진급 시점에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수요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2024학년도까지만 해도 이 학부 학생 10명 중 3~4명이 컴퓨터공학부를 선택했지만, 2026학년도에는 그 비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 자리를 반도체 산업과 직결된 전기정보공학부와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철학과, 그리고 AI 윤리와 데이터 해석을 융합한 새로운 융합전공들이 대체하고 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코딩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개발자라는 직업의 희소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깃허브 코파일럿이나 GPT-4 기반 코드 생성 도구는 이미 생산 현장에서 단순 코드 작성과 디버깅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 채용 시장에서도 “AI를 다루는 능력이 코딩 능력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코드 작성’보다 ‘문제 정의’와 ‘아키텍처 설계’ 역량이 더 높은 몸값을 받는 분위기다. 학생들이 컴퓨터공학보다 철학과나 전기정보공학부로 눈을 돌리는 것은, ‘도구의 사용법’보다 ‘문제의 본질’을 묻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현상은 에듀테크 업계에도 직접적인 타격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그동안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코딩 교육 플랫폼이 큰 축을 담당해 왔다. 초등학교부터 코딩을 가르치는 ‘코딩 의무교육’ 정책과 맞물려, 온라인 코딩 부트캠프나 AI 튜터링 서비스가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생들의 선택은 ‘코딩 문해력’ 교육이 더 이상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가르치는 플랫폼은 곧 AI가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주산학원’이 될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이제 전략적 선회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선도 기업들은 ‘AI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함양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로 전환하고 있다. 예컨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증하고, 윤리적 쟁점을 토론하며,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AI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근본적인 교육 철학의 변화를 반영한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선택은 곧 미래 인재가 어떤 역량을 요구받을지에 대한 가장 생생한 예고편인 셈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컴퓨터공학의 몰락’으로 읽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오히려 이는 컴퓨터공학이 ‘모든 전공의 기초 소양’으로 흡수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AI가 코딩이라는 기술적 장벽을 낮춘 덕분에, 이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공학적 문제 해결력을 결합한 융합 인재가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과 에듀테크 기업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생각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맞았다. 향후 5년 안에 한국 교육 시장에서 ‘철학과 AI 융합’이나 ‘윤리적 데이터 분석’과 같은 새로운 교육 과정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생들의 선택은 단순한 전공 지형의 변화를 넘어, 한국 교육이 진정한 의미의 ‘미래형 인재’를 정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