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풀 수 있는 문제는 모두 쉬운 문제다” – 싱가포르 AICET가 제시한 생성형 AI 시대 교육의 새 기준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ChatGPT를 활용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장려해야 할지, 아니면 제한해야 할지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도구의 허용 여부를 넘어, AI 시

aicet.comp.nus.edu.sg 보도 | 19 hours ago “AI가 풀 수 있는 문제는 모두 쉬운 문제다” – 싱가포르 AICET가 제시한 생성형 AI 시대 교육의 새 기준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ChatGPT를 활용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장려해야 할지, 아니면 제한해야 할지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도구의 허용 여부를 넘어, AI 시대에 ‘진정한 학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산하 AI 교육기술센터(AICET)의 벤 레옹(Ben Leong) 교수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애플 교육 리더십 포럼에서 하나의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AI를 ‘할 줄 모르는 일’을 대신하게 하는 도구가 아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덜어주는 도구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평가 방식의 혁신과 인간 고유의 역량 강화를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축으로 제안했다.

벤 레옹 교수의 핵심 주장은 학생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발생하는 ‘AI 죽음의 협곡(AI Chasm of Death)’에 대한 경고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학습자가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AI라는 ‘보조 바퀴’에만 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디지털 여가 시간이 하루 1시간을 초과하거나, 디지털 학습 시간이 3시간을 넘어설 경우 수학 성적 하락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기술 사용의 ‘양’보다 ‘질’과 ‘맥락’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제시한 AI 활용의 기본 원칙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략이지만, ‘할 줄 모르는 일’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학습 기회의 상실이자 성장의 정체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학습자의 현재 인지 수준과 학습 목표에 따른 차별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는 연령대별 단계적 AI 통합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초등교육 단계에서는 교사의 높은 감독 하에 AI에 대한 가벼운 노출을 유도하고, 중등교육 단계에서는 AI의 윤리적 사용법을 교육하며, 고등교육 단계에서는 AI를 학습 과정에 완전히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AI 리터러시가 단순한 기술 사용 능력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력을 수반하는 종합적인 역량임을 방증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의 성공 여부는 결국 평가 방식의 혁신에 달려 있다. 레옹 교수는 현재의 평가 시스템이 AI가 가장 잘하는 ‘정답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며, 평가의 패러다임을 ‘숙달(Mastery)’과 ‘학습 책무성(Accountability)’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더라도 그 결과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설명 책임을 지도록 설계된 평가, 즉 과정과 사고의 궤적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레옹 교수는 AI 시대에 인간의 어떤 기술이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미적분, 기초 프로그래밍, 어휘 학습과 같이 가르치고 평가하기 쉬운 기술들은 정확히 AI가 가장 잘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리더십, 감성 지능, 창의성, 대중 연설과 같이 가르치고 측정하기 어려운 능력들은 AI가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는다. 이는 교육의 방향이 ‘지식 전달’에서 ‘인간 중심 역량 개발’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AICET가 개발한 인터랙티브 코칭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철학을 구현한 사례다. 이 시뮬레이션은 학습자를 복잡한 감정적 시나리오 속으로 안내하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성찰하는 메타인지적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교실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인간적 기술을 함양하도록 돕는다.

결국, AI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은 교육의 본질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레옹 교수의 핵심 메시지인 “AI가 풀 수 있는 문제는 결국 쉬운 문제”라는 발언은 교육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가 쉽게 해결하는 문제는 이미 표준화된 절차와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기술적 문제’인 반면, 인간 관계, 윤리적 갈등, 창의적 문제 해결 등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목표는 AI와 경쟁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에듀테크 업계에 주는 시사점과 향후 전망**

이번 AICET의 발표는 에듀테크 산업 전반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현재 시장에 범람하는 AI 튜터링 서비스의 대부분은 정답 제공과 즉각적인 피드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레옹 교수의 지적처럼 이는 학생들의 인지적 성장을 돕기보다 ‘AI 죽음의 협곡’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에듀테크 솔루션은 단순히 AI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숙달 정도를 진단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과 ‘할 줄 모르는 일’을 구분하는 지능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가 방식의 혁신은 AI 시대 에듀테크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과정 중심 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구술 평가와 같은 새로운 평가 모델을 지원하는 기술적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에듀테크의 목표는 기술적 편의를 넘어,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도구로서 재탄생하는 것에 있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결국 ‘기술 사용법’이 아닌 ‘인간다움’이라는 점을 이번 기조연설은 다시 한번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