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 초·중등교육( K-12) 현장의 인공지능(AI)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예산 지원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5월 12일 공화당 소...

법안의 핵심은 기존 연방 교육 보조금 프로그램의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ESEA의 다양한 보조금 제도에 AI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 교재 구입, 교사 연수 등에 필요한 비용을 '허용

govtrack.us 보도 미국 하원에 초·중등교육( K-12) 현장의 인공지능(AI)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예산 지원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5월 12일 공화당 소...

법안의 핵심은 기존 연방 교육 보조금 프로그램의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ESEA의 다양한 보조금 제도에 AI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 교재 구입, 교사 연수 등에 필요한 비용을 '허용 가능한 지출(Permissible Uses)' 항목으로 명시했다. 이는 연방 정부가 주()와 지역 교육청에 지원하는 막대한 규모의 교육 재원이 AI 교육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많은 학교가 AI 도구를 도입하고 있지만, 연방 차원의 체계적인 재정 지원 근거가 부족해 교육 현장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법안은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재정적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의 발의 배경에는 미국 교육계의 시급한 현안이 자리 잡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는 AI 활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부 학교에서는 과제 표절과 부정행위를 우려해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AI를 교육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등 대응이 제각각이다. 이러한 혼란은 학생들이 AI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으로 귀결됐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한 도구 사용법을 넘어 AI의 작동 원리,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편향성, 윤리적 사용 등 폭넓은 개념을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AI가 노동 시장과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현재, AI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교육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교육 기관들은 AI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지침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제교육기술학회(ISTE)는 AI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또한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학 등 명문 대학들도 초·중등학생을 위한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과 교사 역량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H.R. 8747 법안은 바로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연방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통해 모든 학생이 경제적 여건과 지역에 관계없이 AI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교육 시스템의 대응이 더디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향후 전망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GovTrack.us의 입법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될 확률은 34%로 집계됐다. 이는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미국 정치권의 양극화와 교육 문제를 둘러싼 연방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이견이 법안 통과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교육 정책을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사실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미국 의회에서 처리되는 전체 법안 중 약 4분의 1만이 위원회를 통과하는 점을 감안하면, AI 교육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입법 추진은 한국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디지털 교육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AI 리터러시 교육의 체계화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교육부가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AI 활용 교육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와 재정 지원 체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서 AI·디지털 교육 강화가 핵심 과제로 포함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교육계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AI 교육 정책이 단순한 선언이 아닌 법적·재정적 토대 위에서 추진되어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 격차가 곧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 미래 세대를 위한 지혜로운 투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