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교 '정보·기술' 독립 교과 신설...수업시수 2배 확대의 의미와 과제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기술·가정' 과목에서 분리되는 신설 교과 '정보·기술'의 연간 수업시수를 현행의 약 2배인 최대 70시간으로 제안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리터러시 강화가 목

mainichi.jp 보도 일본 중학교 '정보·기술' 독립 교과 신설...수업시수 2배 확대의 의미와 과제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기술·가정' 과목에서 분리되는 신설 교과 '정보·기술'의 연간 수업시수를 현행의 약 2배인 최대 70시간으로 제안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리터러시 강화가 목적이지만, 전체 수업시수는 현행 1,015시간을 유지한다는 방침 아래 다른 교과의 시간을 줄여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전문 교사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본 교육계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7월 8일 중앙교육심의회 특별위원회에 신설 중학교 교과 '정보·기술'의 연간 수업시수를 약 70시간으로 설정하는 내용의 교육과정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는 현행 '기술·가정' 내 기술 영역이 1~2학년 연간 약 35시간(주 1시간), 3학년 약 17.5시간(주 0.5시간)이었던 것에 비해 대폭 확대된 수치다. 새 교과는 1~2학년 연간 최대 70시간, 3학년 35시간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단순한 시수 확대가 아니라, 정보 교육을 독립 교과로 승격시켜 체계적으로 가르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부과학성은 생성형 AI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학생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잘못된 정보를 식별하고, 프롬프트를 설계하며,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이해하는 능력은 이제 단순한 컴퓨터 활용 능력이 아닌 기초 소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수업시수 확대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 수급이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2025학년도 기준으로 일본 중학교 기술 교사 중 약 25%가 기술 분야 정식 교원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 교과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이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수업시수가 두 배로 늘어나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교원 양성 체계로는 충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사 양성 과정의 확대와 현직 교사의 재교육, 그리고 비정규직 교사의 전환 채용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다른 쟁점은 수업시수 배분의 정치적 문제다. 문부과학성은 전체 연간 수업시수를 1,015시간으로 유지하면서 신설 교과를 위해 주당 1시간을 초과하는 다른 교과의 수업시간을 약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어, 수학, 영어 등 기존 교과의 축소를 의미하며, 각 교과 교육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일부 교육계에서는 교사의 업무 부담 증가와 학생과의 상호작용 시간 부족을 이유로 전체 수업시수 감축을 요구했지만, 문부과학성은 '깊은 학습(딥러닝)' 달성이 어려워진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개정안에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바로 '조정 가능한 수업시간 제도'의 도입이다. 이 제도는 개별 수업의 시간을 단축하고 절약된 시간을 지역 특화 탐구 활동이나 교사 연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초등학교는 연간 약 138시간, 중학교는 약 128시간(주 4시간 상당)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는 획일적인 수업 시간표에서 벗어나 학교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문부과학성은 이 제도를 2030년 전면 시행에 앞서 2028학년도부터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장기 결석 학생이나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을 위한 특별 교육과정 프로그램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일본의 결정은 한국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이미 2025년부터 초·중등학교에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정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지만, 여전히 정보 교과의 독립성과 수업시수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일본이 정보 교육을 독립 교과로 승격시키고 시수를 두 배로 늘린 것은, 정보 교육이 더 이상 선택적 교육이 아닌 필수적 기본 교육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다만 일본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시수 확대가 곧 교육의 질 향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사 전문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처럼, 한국도 정보 교육의 양적 확대에 앞서 질적 기반을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 그리고 교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동시에 설계되어야 한다. 일본의 이번 개정안은 에듀테크 산업 측면에서도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정보 교육 시수가 두 배로 늘어나면 AI 교육 플랫폼, 코딩 교육 도구, 정보 윤리 콘텐츠 등 관련 에듀테크 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도 일본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일본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교육과정 개정은 2030학년도부터 전면 적용될 예정이지만, 실제 학교 현장의 변화는 그 이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교사 연수와 교재 개발, 그리고 인프라 구축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금부터가 중요한 전환점이다. 한국 역시 일본의 움직임을 단순한 해외 뉴스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자국의 정보 교육 정책을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AI 시대의 교육 경쟁력은 결국 정보 교육에 얼마나 체계적으로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일본의 이번 결정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