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기본기 먼저"…권순기 경남교육감의 역설, 에듀테크에 던지는 화두
경남교육의 키를 쥔 권순기 교육감이 12년 만에 보수 교육감으로서 던진 첫 화두는 의외로 'AI 혁신'이 아니라 '기초학력 회복'이었다. 서울대 화학교육과 출신으로 경상국립대 총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가 진단한 공교육
매일경제 보도 | 1 day ago "AI보다 기본기 먼저"…권순기 경남교육감의 역설, 에듀테크에 던지는 화두
경남교육의 키를 쥔 권순기 교육감이 12년 만에 보수 교육감으로서 던진 첫 화두는 의외로 'AI 혁신'이 아니라 '기초학력 회복'이었다. 서울대 화학교육과 출신으로 경상국립대 총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가 진단한 공교육의 최대 위기는 생각보다 원초적이었다. 초등학교에서 무너진 읽기·쓰기 능력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결손으로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첨단 기술을 도입해도 교육의 질은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제시한 '경남형 기초학력 보장제'와 '아이톡톡 전면 개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AI 시대 교육의 출발점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권 교육감이 지목한 문제의식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고, 특히 읽기와 쓰기 영역의 문해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보이는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학습 부진이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의 인지 능력 변화와 공교육의 대응 실패가 맞물린 복합적 난제다. 권 교육감이 "학력은 공교육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못 박은 배경이다.
경남교육청이 구상하는 기초학력 보장제의 핵심은 정밀 진단과 조기 개입, 그리고 전담 인력의 확보다. 학생별 성취 수준을 AI 진단평가로 파악하고 학습 결손이 확인된 학생에게는 기초학력 전담교사가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AI 기술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100시간 몰입캠프'와 같은 오프라인 집중 프로그램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습 부진의 원인이 인지적 결손뿐 아니라 학습 습관과 동기 상실에도 있음을 간파한 접근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권 교육감이 "교사에게 업무를 더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전담 인력을 확보하고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한 부분도 현장 교사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아이톡톡'의 전면 개편이다. 전임 교육감 시절 구축된 이 플랫폼은 현재 데이터 축적과 단순 분석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권 교육감은 이를 생성형 AI 기반의 맞춤형 학습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예고했다. 학생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고, 수준별 학습 경로를 자동 설계하는 방식으로의 진화를 약속한 것이다. AI 교육의 세 축으로 △기본 소양 교육 △수준별 맞춤 학습 △생성형 AI 활용 역량 교육을 제시한 것도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읽힌다. 다만 핵심은 여전히 사람의 사고력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AI는 목적이 아니라 학습과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라는 인식론적 입장이 분명하다.
이 같은 철학의 연장선에서 권 교육감이 '독서토론 활성화'를 미래 교육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가 정보를 제공하고 요약하는 시대에,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타인과 논쟁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판단이다. 독서토론은 단순히 책을 읽는 활동을 넘어, 텍스트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며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종합적 문해력 훈련이다. 이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변별력 있는 사고를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적 도구로 재평가될 수 있다. 교권 회복을 위한 '교권보호 118' 제도 역시 교육의 출발점이 교사의 정체성과 자존감이라는 점에서 기초학력 논의와 결을 같이한다.
이번 인터뷰가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학습 격차 해소라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AI 튜터, 생성형 AI 기반 학습지원 서비스 등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읽기·쓰기·사고력'이라는 기본기 회복이다. 경남교육청이 추진하는 기초학력 보장제와 아이톡톡 개편은 향후 지자체 교육청의 에듀테크 정책 방향에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교육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문해력과 사고력'이라는 발언은, 기술 발전이 교육의 목적을 대체할 수 없다는 당연하지만 자주 잊히는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권 교육감이 "구호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교육"을 약속한 만큼, 경남형 모델의 실제 성과가 어떻게 집계되고 현장에 정착되는지가 향후 국내 에듀테크 생태계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