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 84%가 AI로 과제를 해결한다지만 학교의 규정은 30%에 불과하다
2026년 7월, 미국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AI) 사용과 관련된 충격적인 통계가 공개됐다. College Board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84%가 2025년 학업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
Fortune 보도 미국 학생 84%가 AI로 과제를 해결한다지만 학교의 규정은 30%에 불과하다
2026년 7월, 미국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AI) 사용과 관련된 충격적인 통계가 공개됐다. College Board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84%가 2025년 학업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한 학교는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생들이 AI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교사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탐지 소프트웨어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학교는 교육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위스콘신대학교 그린베이 캠퍼스의 학교 심리학 조교수 Brett DeJager는 2025년 봄부터 2026년 봄까지 약 1년간 K-12 교육 현장의 AI 활용 실태를 조사했다. 위스콘신 소재 공립학교의 교사, 행정가, IT 담당자, 기술 디렉터, 학교 심리상담사 등 303명과 전국 132명의 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표본이 전국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미국 학교 현장의 AI 활용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자들은 AI가 제기하는 여러 우려 중에서도 부정행위와 표절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위스콘신 지역 응답자의 약 65%가 이 문제를 우려한다고 답했고, 전국 단위 설문에서는 이 비율이 74%까지 올라갔다. 이는 학교 관계자들이 AI를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닌 학업 부정행위의 새로운 통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표절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바로 'AI를 활용했을 때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위스콘신 표본의 47%, 전국 표본의 53%가 학습 평가의 어려움 자체를 주요 우려사항으로 선택했다. AI가 단 몇 초 만에 에세이, 요약문, 수학 풀이 과정을 생성해낼 수 있는 환경에서 교사가 학생의 진정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DeJager는 '우리의 아이들이 정말로 학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 논의의 본질이 부정행위 단속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AI 탐지 소프트웨어의 정확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AI 탐지 도구는 판독 결과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같은 글에 대해 사람과 AI의 경계를 뒤섞어 놓은 텍스트인 'AI 슬롭(AI Slop)'이 범람하면서 탐지 소프트웨어는 실제 부정행위 사례를 놓치는 반면, 정직하게 과제를 작성한 학생의 글을 AI가 작성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오진을 일상적으로 범하고 있다. 학습자의 창작물과 생성형 AI의 산출물을 구별하는 것은 이제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교육자 상당수가 AI 편향성, 허위 정보,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도 우려한다고 답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응답자가 AI가 학업의 의미를 어떻게 훼손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DeJager가 인터뷰한 교사 중에는 '이전에는 학생이 아이디어를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그 학생이 개념을 이해했는지를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토로한 이도 있었다. 이 연구는 미국 학교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84%의 학생이 AI를 사용하는데 명확한 정책을 갖춘 학교는 30%에 불과하다는 괴리는 교육 시스템이 기술 변화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과 기업이 AI 활용 능력 자체를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하는 시대에, 학교는 여전히 AI의 사용과 비사용 사이에서 출렁이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는 데 급급한 형국이다. 한국 교육 현장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5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의 약 70%가 과제 수행 시 AI를 활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교 차원의 AI 활용 지침을 보유한 기관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은 2022년 디지털교육체계 전환 종합계획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학생의 AI 활용에 대한 윤리적·평가적 프레임워크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조사가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AI 탐지 소프트웨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탐지 도구의 신뢰성이 근본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교육자 집단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학교는 이 도구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대안적 평가 방식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에듀테크 기업들은 'AI 활용을 전제한 새로운 평가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기존의 에세이 작성, 요약 과제 등은 AI가 가장 잘 대체하는 영역이므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실시간 구술 평가, 협업 능력 측정 등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평가 방식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주목받을 것이다. 셋째, 학교 현장과 정부에는 AI 리터러시 교육과 통합된 정책 패키지가 절실하다.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이분법적 접근은 학생들이 통제 밖에서 AI를 활용하도록 유도할 뿐이다. 결국 미국 학교가 직면한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철학의 문제다. AI가 보편화된 시대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DeJager의 연구는 이 거대한 질문 앞에서 미국의 학교가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도 이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보다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AI 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