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몬트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교실의 풍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교단 위에 AI가 올라선 것이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VCU) 메트로폴리탄 교육연구컨소시엄(MERC)이 7월 8일 발표한 두 편의 신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챗GPT·클로드(Claude)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news.vcu.edu 보도 버몬트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교실의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교단 위에 AI가 올라선 것이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VCU) 메트로폴리탄 교육연구컨소시엄(MERC)이 7월 8일 발표한 두 편의 신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챗GPT·클로드(Claude)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포함한 인공지능 활용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처럼 현장의 변화 속도를 제도와 정책, 그리고 교사 연수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타운에서 복스고등학교의 사회 교사인 사라 킴은 요즘 수업 시간마다 한 가지 질문을 받는다. "선생님, 이 숙제에 AI 써도 돼요?" 2023년 챗GPT가 일반에 공개된 지 3년, 그녀는 학생들의 에세이 초안, 책 요약, 수학 풀이에서 AI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 킴은 "아이들이 AI를 도구로 쓰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학교 정책에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같은 학년, 같은 학과 선생님마다 판단이 다른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바로 이 지점이 VCU 연구진이 짚은 문제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미국 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활용 현황을 전국 단위로 분석하고, 별도로 버지니아주 10개 학군의 AI 정책을 심층 점검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10개 학군 중 6곳은 교직원 안내서에 AI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조항조차 갖고 있지 않았으며, 나머지 4곳 역시 부분적인 수준의 내용에 머물렀다. 교원의 AI 사용을 직접 규정한 학군은 단 2곳에 불과했고, 학생 기록의 AI 기반 활용을 차단하기 위해 데이터 프라이버시 체계를 조정한 학군은 사실상 없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내프(David Naff) VCU 교육연구·평가 부교수는 "학교 시스템 전체가 여전히 AI를 어떻게 규정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지금은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보다 일관되고 중앙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제이슨 세네샬(Jesse Senechal) VCU 교육학부 조교수도 "일부 학교에서는 특정 영역에서 AI 통합을 규제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느리고 파편화된 진행이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어떤 모습이 벌어지고 있을까. VCU 연구팀이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AI 활용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교사들은 장애가 있는 학생이나 다국어 학습자를 위한 교안 분화(differentiation)에 활용하는 비중이 높았고, 학생들은 숙제 지원과 글쓰기 피드백을 가장 흔한 용도로 꼽았다. 이처럼 활용 영역이 수업 준비에서 학습 평가, 개별 맞춤까지 빠르게 확장되면서, 학교당국이 수립한 정책 프레임과 현장 사이의 골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해졌다. 버지니아주는 올 7월 1일부터 발효된 새로운 주법에 따라 교육부로 하여금 공립학교 대상 AI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도록 했다. 향후에는 각 학군 교육위원회가 자체 AI 활용 정책을 수립하는 것까지 의무화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연말까지 주요 학군별로 첫 번째 공식 AI 정책 문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제도적 정비를 앞두고 "(1) 전 교원 대상 AI 역량 강화 연수, (2) 학생 대상 효과적이면서도 윤리적인 AI 활용 교육, (3) 학생 데이터 보호를 위한 프라이버시 체계 업데이트"를 핵심 권고로 제시했다.

한편, 미국 내 AI 교육정책 흐름을 넓게 보면 이번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먼저 AI 활용의 영역이 교안 작성·숙제 보조를 넘어 개별 학습자 맞춤형 지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4년 당시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다소 거시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2026년 현재는 'AI를 어떤 과제와 어떤 학습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보다 미시적인 운영 질문으로 관심이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둘째, 정책 형성이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주() 차원의 거시 가이드라인 + 학군 단위의 미시 규정이 결합된 2단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논의와 결을 같이한다. 다만 VCU 보고서가 강조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이슈는 국내에서 아직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사안으로, 에듀테크 업계의 향후 규제 설계에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AI를 교실에 들여놓는 일은 도구를 들여놓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는 'AI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학생은 'AI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해 AI는 교육 내용 그 자체가 된다. 이렇게 보면 VCU 연구가 제시한 가장 큰 메시지는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정책보다 더 빠르게 성숙한 사용자(교사와 학생) 존재'라는 역설이다. 결국 향후 1~2년은 각 학군이 경쟁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시기인 동시에, 교원 연수 시장의 영역 재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검증된 실패 사례-막연한 정책, 데이터 사각지대, 교원 역량 격차-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교육 시장에서 AI 도입을 설계할 때 '이런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장 현실적인 체크리스트가 될 것이다.

교육은 늘 시대의 기술과 함께 요동쳐왔다. 그러나 AI만큼 빠르게, 그리고 깊이 교실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은 최근 20여 년 사이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격차를 줄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결국 학교 다음 10년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