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미디어, 중남미에 던진 'AI 교육 외교'…K-에듀테크의 새 수출 전선]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 중남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AI 교육 협력을 제안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각국의 교육과정과 언어, 데이터 주권까지 고려한 '맞춤형 협력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K-에
hansbiz.co.kr 보도 | 2026-09-29 [아이스크림미디어, 중남미에 던진 'AI 교육 외교'…K-에듀테크의 새 수출 전선]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 중남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AI 교육 협력을 제안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각국의 교육과정과 언어, 데이터 주권까지 고려한 '맞춤형 협력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K-에듀테크가 동남아와 중동을 넘어 중남미로 외연을 넓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국제관용평화의회(IPTP) 중남미·카리브 지역회의'에서 한국의 교육 경험과 AI 기술을 결합한 교육협력 방향을 제안했다고 28일 밝혔다. 파라과이 국회에서 '평화를 위한 인공지능: 중남미·카리브의 미래를 위한 교육, 관용과 포용'을 주제로 이틀간 열린 이 회의에는 각국 국회의장과 의원, 교육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조발표를 맡아 한국의 교육 발전 경험과 AI 에듀테크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현 대표가 강조한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지속적인 교육투자가 한국의 인재 육성과 경제·사회 발전을 떠받친 경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제도적 기반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둘째, AI 시대에도 교사의 전문성과 판단이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기술은 교사가 학생 지도와 소통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셋째, AI 교육 기술을 도입할 때 각국의 교육과정과 언어, 문화, 학교 인프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특히 교육데이터를 어디에서 처리하고 누가 이용할지 각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구체적 사례로는 자사의 글로벌 AI 에듀테크 수업 플랫폼 '루미티치(LumiTeach)'가 소개됐다. 루미티치는 교사가 AI를 활용해 자신의 자료를 수업 활동으로 재구성하고, 학생들이 답과 생각을 표현하며 수업에 참여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는 한국의 교육재정 구조와 제한된 예산에서의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신흥국 교육 관계자들의 실질적 관심사가 '무엇을 도입할까'보다 '한정된 재원으로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할까'에 쏠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행보는 K-에듀테크의 수출 전략이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국내 에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에 집중됐고, 방식도 콘텐츠와 솔루션을 파는 일방향 수출에 가까웠다. 반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의회와 교육부를 상대로 한 정책 협력 채널을 열고, 데이터 주권과 현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 '교육 주권' 논의가 거세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자국 교육데이터의 역외 이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현지 데이터 처리와 통제권 보장은 해외 진출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중남미 시장의 전략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중남미·카리브 지역은 인구 약 6억 명, 학령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교육 인프라와 디지털 격차가 커 AI 교육 수요가 잠재적으로 큰 시장으로 꼽힌다. 동시에 스페인어권이라는 언어적 통일성이 있어 한 번 현지화에 성공하면 여러 국가로 확장하기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각국 교육과정과 재정 여건이 제각각이어서 일괄적 진출보다 국가별 맞춤 전략이 필수적이다.
현 대표는 "교육 협력은 각국의 교육적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한국의 교육 경험과 AI 기술을 바탕으로 현지 교사·교육당국과 각국의 환경에 맞는 협력 방안을 함께 찾겠다"고 말했다. 자사 기술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현지의 필요를 먼저 듣고 공동 설계에 나서겠다는 접근이다.
이번 사례가 에듀테크 업계에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첫째, 해외 진출의 성패가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제도·데이터 거버넌스를 아우르는 '교육 외교'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교사를 AI의 대체물이 아닌 중심축으로 세우는 담론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는 AI 교육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기술 도입 속도'에서 '교사 역할 재정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중남미가 K-에듀테크의 차기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 간 협력 채널을 실제 계약과 매출로 연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지 교원 연수와 인프라 지원, 언어·문화 현지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각국의 데이터 규제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 주권 존중'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 이행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이번 제안이 중남미 교육 현장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K-에듀테크 수출의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