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점령한 에듀테크, 시니어 시장으로 뛴다…'전 생애주기' 확장 경쟁의 서막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초등 교실을 지켜온 에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무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아동·학생 대상 학습 서비스를 넘어 시니어 라이프케어와 돌봄까지 영역을 넓히며, 교육산업이 더 이상 '교실

it.chosun.com 보도 | 2026-09-29 교실 점령한 에듀테크, 시니어 시장으로 뛴다…'전 생애주기' 확장 경쟁의 서막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초등 교실을 지켜온 에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무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아동·학생 대상 학습 서비스를 넘어 시니어 라이프케어와 돌봄까지 영역을 넓히며, 교육산업이 더 이상 '교실 안'에 머물지 않는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초등교사 93%가 사용하는 교사용 디지털 플랫폼 '아이스크림S'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 회사가 이제 시니어 시장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한국 교육산업에서 '전 생애주기(Life-long Cycle)'로의 확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시니어 진출 전략과 실적 궤적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시니어 사업은 '라이프 루틴 플랫폼'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시니어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안정적인 본업 수익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회사의 매출 흐름을 보면 확장 전략의 재원이 확보된 상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1041억원, 2023년 1231억원, 2024년 1500억원, 2025년 1959억원으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4년간 매출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도 뚜렷하다. 인지 미술 프로그램 '그림약방'을 중심으로 강남노인종합복지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온·오프라인 결합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단순 여가를 넘어 이용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 추천까지 시도하고 있다. 특히 향후 'AI 타임 코치'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은 에듀테크 기업다운 차별화 전략이다. 기존 복지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했던 개인화 영역과 데이터 기반 관리 영역을 정조준한 것이다. 복지관 단위로 제공되던 획일적인 시니어 서비스와는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기업들의 '전 생애주기' 전환, 각자의 해법

아이스크림미디어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주요 교육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니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교원은 상조 브랜드 '교원라이프'를 기반으로 시니어 고객을 확보한 뒤 여행·라이프케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동 교육 시장에서 '학습' 중심에서 '성장 지원'으로 서비스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동시에, 상조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웅진은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며 장례·웰엔딩(Well-ending) 시장까지 영역를 넓혔다. 교육이라는 출발점에서 출발해 생애 마지막 단계까지 사업 영역를 확장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웅진의 본업인 교육보다 상조 부문의 성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교 역시 방문요양과 인지훈련, 상조까지 아우르는 시니어 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교육 콘텐츠를 돌봄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재능교육은 시니어 대상 학습과 두뇌 훈련 중심의 평생교육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방문교사 모델의 전환도 추진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산업은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교육기업들이 시장을 옮겨 타는 것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불가피한 흐름으로 읽힌다.

'선택과 집중'이 관건…무분별한 확장의 그림자

그러나 확장 경쟁이 단순히 긍정적인 흐름만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니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만, 본격적인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기업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시니어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모두가 뛰어든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특히 시니어 시장은 아동 교육 시장과 구조가 다르다. 의사결정 주체가 고령 본인인 경우가 많고, 디지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복지관·지자체·보험사 등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교육기업들이 기존 B2C 노하우와 콘텐츠 역량을 무기로 진출하더라도, 결국 돌봄과 정서적 케어라는 본질적 가치 없이는 고객 신뢰를 얻기 어렵다. 웅진프리드라이프 사례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진입이 오히려 시너지를 낳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비스 정체성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에듀테크의 다음 10년, 데이터와 AI가 승부 가른다

이번 기사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에듀테크 기업의 '데이터 인프라'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시니어 사업에서 '이용 데이터 기반 맞춤 추천'과 'AI 타임 코치'를 내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초등 교실에서 쌓아온 학습 데이터와 교사 네트워크, 플랫폼 운영 노하우가 시니어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전될 때 비로소 '전 생애주기 플랫폼'이 의미를 가진다.

결국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아동 시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AI 역량을 시니어 서비스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식할 수 있는가. 둘째, 상조·돌봄·라이프케어 등 이질적인 영역을 단순 묶기가 아닌 하나의 고객 여정으로 설계할 수 있는가. 웅진, 대교, 교원, 재능교육, 아이스크림미디어 등 다섯 축의 확장 전략이 향후 3~5년 안에 그 결과를 가를 것이다.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된 한국 교육산업에서 '전 생애주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흐름에 올라타는 것과 그 흐름을 장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교육기업들의 시니어 시장 확장 경쟁은 결국 '본업의 강점을 얼마나 새로운 시장에 정직하게 이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