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듀테크, 동남아·중화권 교실로 들어가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교실에서 한국산 인공지능(AI) 교육 플랫폼이 실제 수업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된 '아이스크림'과 '비상' 계열 에듀테크 서비스가 해외 현지 학교에 진입하며 K-에듀테크의 수출 모델

msn.com 보도 | 2026-09-29 [K-에듀테크, 동남아·중화권 교실로 들어가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교실에서 한국산 인공지능(AI) 교육 플랫폼이 실제 수업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된 '아이스크림'과 '비상' 계열 에듀테크 서비스가 해외 현지 학교에 진입하며 K-에듀테크의 수출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교육 기술은 콘텐츠와 기기 중심의 간접 수출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현장 진출은 플랫폼과 수업 운영 방식까지 묶어 파는 이른바 '교실 단위 수출'로의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단순한 서비스 소개가 아니라 실제 수업 현장에서의 채택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일부 학교는 한국 기업의 AI 학습 플랫폼을 도입해 수업 설계와 학습 진단, 개별 맞춤형 피드백에 활용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계열 서비스는 초등 중심의 디지털 교수학습 플랫폼으로, 교사가 수업 자료를 손쉽게 구성하고 학생별 학습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앞세운다. 비상 계열은 교과 콘텐츠와 평가 데이터를 결합한 맞춤형 학습 솔루션으로 접근한다. 두 진영 모두 국내에서 축적한 방대한 문항·콘텐츠 데이터베이스와 교사용 대시보드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해외 학교 입장에서는 별도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고도 검증된 수업 도구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주목할 지점은 이들 서비스가 단순 번역본이 아니라 현지 교육과정에 맞춰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싱가포르는 영어 기반 이중언어 교육과 역량 중심 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홍콩은 자체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현지 교사들과 협업해 수업 흐름과 평가 문항을 조정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는 과거 한국 에듀테크가 겪었던 '콘텐츠는 좋지만 현지 수업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로 해외 진출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력보다 교사의 수용도와 행정 체계와의 정합성이라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지적돼 왔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동남아와 중화권은 학원비 부담과 사교육 격차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디지털 교육 전환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학교 현장의 에듀테크 도입을 장려해 왔고, 홍콩 역시 AI와 STEM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확대하는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교사들의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도 한국 플랫폼에 유리한 조건이다. 반면 경쟁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대형 출판사와 미국·중국계 에듀테크 기업들이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고, 현지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데이터 축적과 UI 완성도만으로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수익 모델 측면에서도 과제가 남는다. 학교 단위 도입은 계약 규모가 크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이 길다. 반면 학원과 가정을 대상으로 한 B2C 시장은 결제와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해외 진출의 지속 가능성은 학교용 라이선스, 교사 연수, 콘텐츠 현지화, 그리고 학부모 대상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다층적 수익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기업들이 현지 파트너십과 정부 협력 사업을 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진출을 K-에듀테크의 '두 번째 물결'로 평가한다. 첫 물결이 기기와 콘텐츠 수출이었다면, 두 번째 물결은 수업 운영과 평가 데이터를 포함한 플랫폼 수출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성과를 확정하기에는 이르다. 해외 학교의 도입이 실제 학습 성과 향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검증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교사 이탈률과 장기 사용률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통하려면 기술 자랑이 아니라 현지 교사의 수업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느냐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K-에듀테크의 경쟁력은 AI 알고리즘 자체보다 한국의 치열한 교육 현장에서 다듬어진 수업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에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교실에서의 성과가 누적된다면, 이는 동남아와 중화권은 물론 북미·유럽 시장으로 확장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현지화와 교사 지원, 성과 검증에서 뒷걸음질친다면 일회성 수출 사례로 끝날 위험도 크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많은 해외 교실에서 한국 플랫폼이 '없으면 불편한 도구'로 자리 잡느냐다. 그 답이 K-에듀테크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