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미디어, '루미티치' 들고 파라과이 무대 올랐다… K-에듀테크의 중남미 신시장 전략

지난달 2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의 국회의사당. 국제관용평화의회(IPTP) 중남미·카리브 지역회의의 기조연단에 한국 에듀테크 기업의 대표가 섰다. 아이스크림미디어(461300)의 현준우 대표가 한국의 교육 성장을 A

fnnews.com 보도 | 2026-09-28 아이스크림미디어, '루미티치' 들고 파라과이 무대 올랐다… K-에듀테크의 중남미 신시장 전략

지난달 2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의 국회의사당. 국제관용평화의회(IPTP) 중남미·카리브 지역회의의 기조연단에 한국 에듀테크 기업의 대표가 섰다. 아이스크림미디어(461300)의 현준우 대표가 한국의 교육 성장을 AI 기술과 결합해 중남미 관계자들 앞에 제시한 것이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판로 개척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 정책 노하우와 AI 플랫폼을 동시에 수출하려는 야심 찬 시도의 서막이었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측은 28일 이날 회의에서 자사의 글로벌 AI 수업 플랫폼 '루미티치(LumiTeach)'를 공식 공개했다고 밝혔다. 루미티치는 국내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S'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솔루션으로, 교사가 AI를 활용해 수업 자료를 신속히 제작하고 학생들의 학습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단순 기술 수출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교육과정, 언어, 학교 인프라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함께 내세웠다는 점에서 기존 에듀테크 수출 사례와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준다. 교육 데이터 주권 보장과 현지 인력의 기술 운영 역량 강화라는 두 축을 협력 원칙으로 제시해, 예산과 디지털 인프라가 제한된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적 도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준우 대표는 기조발표에서 한국이 지속적인 교육투자로 인재를 육성하고 경제·사회 발전을 이룬 국가적 경험을 공유하는가 동시에, "AI 시대에도 교육의 중심은 교사의 전문성과 판단"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AI를 교사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닌, 학생과의 소통과 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도구로 규정하면서 기술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정의한 셈이다. 발표 직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도 중남미 국가의 의원과 교육당국자들이 한국의 교육재정 구조와 제한된 예산 내 AI 교육 도입 우선순위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 대표 역시 "교육 협력은 각국의 실질적 필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현지 환경 맞춤형 협력 적극 모색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행보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신시장 공략을 넘어선다. 첫째, 한국 에듀테크의 글로벌 확장이 그동안 미주, 동남아, 유럽 등에 편중돼 있었다면, 이제 중남미·카리브 지역이라는 새로운 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약 30개국 6억 인구의 잠재 시장을 보유하면서도 교육 디지털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한국 기업의 교육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AI+교육' 솔루션을 단독으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교육 성장 경험이라는 정책적 스토리텔링과 번들링해 제공한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는 단순한 B2B SaaS 거래와는 차원이 다른,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레이어에 진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한국의 교육 성장은 국제적인 벤치마크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세계경제포럼(WEF)과 OECD 등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교육열, PISA 성적, 교육투자 대비 성과 등이 꾸준히 긍정적으로 평가받았고, 이는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용해 온 가장 강력한 레버 가운데 하나였다. 루미티치가 가진 '데이터 주권 보장'과 '현지화' 원칙은, 자국 내 데이터 통제권을 민감하게 여기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규제 환경과도 정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이터 주권 강화 흐름은 EU의 GDPR, 브라질의 LGPD(General Data Protection Law) 등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 중이어서, 이 같은 원칙을 내건 협력 모델은 중남미뿐 아니라 향후 중동이나 아프리카 시장으로의 확장에서도 유효한 카드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K-에듀테크의 해외 진출은 그동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해 왔으나, 현지 커리큘럼 적합성, 언어 장벽, 공공조달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상업적 성과를 가시화한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중남미는 국가별 언어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분산돼 있고 브라질·멕시코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공 인프라가 산재해 있어, 데모 시연이나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제 보급과 결제 수익으로 연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솔루션을 판매하는 모델이 아닌, 교육청·정부와의 컨설팅 계약, 교원 연수 프로그램, 그리고 현지 파트너십과 같은 다층적 수익 모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밖에도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은 메타(구 페이스북), 구글, 바이두 등 빅테크의 AI 튜터 서비스와도 정면 충돌하고 있다. 김세영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AI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각국의 교육 정책과 문화적 맥락을 읽는 전문성과 정부·공공기관과의 신뢰 구축 능력이 K-에듀테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루미티치'라는 브랜드를 앞세우되, 동시에 정책 협력과 현지 인력 양성을 결합하는 접근을 택한 것은 비교적 현실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파라과이 행보는 K-에듀테크가 '기술 수출'을 넘어 '교육 패권 모델 수출'로 확장해 나가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한국 교육의 성장 DNA와 AI 에듀테크가 결합된 한국형 모델이 중남미 현지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향후 1~2년간의 파일럿 사업 성패와 현지 파트너십 구축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 거래 관계가 아닌 정부·의회·현지의 협력 체계를 동시에 구축해 나가려는 시도 자체는, K-에듀테크가 글로벌화 2.0 시대로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