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홍콩이 판교와 과천을 찾은 이유…K-에듀테크, '수출' 아닌 '현지화' 시험대]
싱가포르와 홍콩 교육계 인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아 K-에듀테크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단순한 벤치마킹 방문이 아니라 자국의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에 한국산 AI 교육 서비스를 어떻게 이식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etnews.com 보도 | 2026-09-25 [싱가포르·홍콩이 판교와 과천을 찾은 이유…K-에듀테크, '수출' 아닌 '현지화' 시험대]
싱가포르와 홍콩 교육계 인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아 K-에듀테크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단순한 벤치마킹 방문이 아니라 자국의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에 한국산 AI 교육 서비스를 어떻게 이식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실사에 가까웠다.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2026'을 전후해 이어진 이번 방문은 K-에듀테크가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 교육시장의 실질적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관건은 기술력이 아니라 현지 제도와 언어, 교실 문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맞춰질 수 있느냐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지난 20일 싱가포르 유아개발청(ECDA)과 교육부(MOE) 유아교육 담당 부서, 현지 유아교육기관 운영 관계자 등 13명이 경기도 판교 본사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방문단은 박대민 부회장의 회사·교육사업 소개를 들은 뒤 유아 교사를 위한 AI 업무 지원 서비스 '킨더보드', 글로벌 AI 에듀테크 수업 플랫폼 '루미티치', 디지털 창작 플랫폼 '아트봉봉'의 기능을 시연받았다. 이들은 싱가포르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에 맞춘 서비스 적용 방안과 AI를 활용한 교사 업무 경감,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법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박은영 해외사업실 이사는 유아교육 현장의 AI전환(AX)·디지털전환(DX)을 지원해온 서비스와 활용 경험을 공유하고 현지 적용 가능성을 함께 살폈다고 설명했다.
홍콩 스마트시티 컨소시엄(SCC) 교사·학생 대표단 60명은 지난 17일 경기도 과천 비상교육 본사를 찾아 AI 기반 에듀테크 수업을 체험했다. 홍콩 초·중등 교사 11명과 학생 49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한국어 에듀테크 솔루션 'KLASS'를 활용한 AI 기반 한국어 수업과 'AllviA'를 활용한 디지털·AI 기반 교과 수업에 직접 참여했다. 수업 후에는 홍콩 현지 학교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도입 방향을 논의했고, 비상교육의 교육문화공간 '라키비움'도 둘러봤다. 오형식 비상교육 글로벌 컴퍼니 대표는 홍콩 교사와 학생들이 제품을 실제 수업 방식으로 체험하고 현장 활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며, SCC 등 현지 교육기관과 접점을 넓혀 요구를 반영한 협력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두 방문의 공통점은 '체험'과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측은 싱가포르 방문단이 자국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에 따른 적용 방안을 집요하게 물었다고 전했고, 비상교육 역시 홍콩 대표단이 실제 수업 방식으로 솔루션을 체험한 뒤 현지 도입 방향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K-에듀테크의 해외 진출이 그동안 제품 소개와 전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교육 제도에 맞춘 커스터마이징과 교사 연수, 평가 체계 연동까지 요구받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다. 특히 싱가포르는 유아교육 단계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를 운영하는 시장이고, 홍콩은 스마트시티 정책과 연계해 학교 단위 에듀테크 도입을 추진해왔다. 두 시장 모두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정착시키느냐'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목할 대목은 양사가 내세운 제품군이 단일 도구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라는 점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교사 업무 지원(킨더보드), 수업 플랫폼(루미티치), 창작 도구(아트봉봉)를 묶어 유아교육 현장의 AX·DX 전반을 겨냥한다. 비상교육은 한국어 교육(KLASS)과 교과 수업(AllviA)을 결합해 언어 장벽과 교과 적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공략한다. 홍콩 대표단에 한국어 학습 솔루션을 체험시킨 것은 현지 한국어 교육 수요를 겨냥한 동시에, 자국어가 아닌 언어로도 작동하는 AI 교육 플랫폼의 범용성을 입증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과제도 뚜렷하다. 싱가포르 방문단이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 적용 방안을 집중 질문했다는 사실은, 한국산 콘텐츠와 AI 모델이 현지 규정에 맞게 재설계되지 않으면 도입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학생 데이터의 국외 이전과 개인정보 보호 규제, 교사 대상 연수 체계, 학부모 신뢰 확보도 진출 과정에서 넘어야 할 관문이다. 전시장에서의 호평이 실제 계약과 교실 정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현지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방문이 갖는 업계적 의미는 분명하다. K-에듀테크가 '기술 수출'을 넘어 '교육 체계 수출'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 교육시장에서 규제 수준과 디지털 인프라가 높은 편에 속하는 시장으로, 이들 시장에서 검증을 통과하면 동남아·중화권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시연이 아닌 실제 학급 단위 파일럿 운영으로 이어지는지다. 둘째, 현지 교육과정에 맞춘 콘텐츠·평가 모듈을 자체 개발할 역량을 갖추는지다. 셋째, 교사 연수와 기술 지원을 포함한 현지 서비스 조직을 구축하는지다. 기술력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 시장에서, K-에듀테크의 다음 성적표는 교실 안에서 매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