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접수한 에듀테크, 이번엔 시니어 시장이다]
초등교사의 93%가 사용하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무기로 성장한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시니어 라이프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본업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교육기업들이 일제히 '전 생애주기 산업'으로의 전환을
it.chosun.com 보도 | 2026-09-23 [교실을 접수한 에듀테크, 이번엔 시니어 시장이다]
초등교사의 93%가 사용하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무기로 성장한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시니어 라이프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본업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교육기업들이 일제히 '전 생애주기 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교원, 웅진, 대교, 재능교육 등 전통 교육 강자들도 이미 상조와 요양, 인지훈련 영역에 깊숙이 발을 들였다.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는 시니어 산업이 에듀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시니어 세대의 일상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라이프 루틴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지 미술 프로그램 '그림약방'을 중심으로 강남노인종합복지관 등과 협력하며 온오프라인 결합형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여가 활동 제공에 그치지 않고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향후 'AI 타임 코치'로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복지 서비스가 채우지 못한 개인화와 데이터 기반 관리 영역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읽힌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매출은 2022년 1041억원에서 2023년 1231억원, 2024년 1500억원대를 거쳐 2025년 1959억원까지 치솟았다. 본업에서 확보한 안정적 수익 기반을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신사업에 투입하는 구조다.
경쟁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교원은 상조 브랜드 교원라이프로 시니어 고객을 확보한 뒤 여행과 라이프케어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기존 아동 교육 시장에서는 '학습' 중심에서 '성장 지원'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상조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시니어 시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웅진은 지난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며 장례와 웰엔딩 시장까지 진출했다. 교육을 넘어 생애 마지막 단계까지 사업을 확장한 대표 사례로, 업계에서는 기존 교육 사업보다 상조 부문의 성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교는 방문요양과 인지훈련, 상조를 아우르는 시니어 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교육 콘텐츠를 돌봄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재능교육 역시 시니어 대상 학습과 두뇌 훈련 중심의 평생교육 서비스를 강화하며 방문교사 모델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압력이 자리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산업은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교육기업들이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과 플랫폼 기술, 방문교사 네트워크는 시니어 케어 사업과 상당 부분 겹친다. 특히 방문교사 조직은 요양과 인지훈련 서비스의 인적 인프라로 전환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기존 자산을 활용한 확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교실에서 축적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 기술을 시니어 인지 관리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시장 안착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교육기업 한 관계자는 "시니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만 본격적인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기업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시니어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기업의 시니어 진출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교육 산업의 정체성 재정의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에듀테크는 '학령기 학습 효율화'라는 협소한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미디어가 교실에서 검증한 개인화 알고리즘을 인지 관리에 적용하고, 교원과 대교가 방문 네트워크를 돌봄 인프라로 전환하는 시도는 교육 기술의 적용 범위를 전 생애주기로 넓히는 신호다. 관건은 시니어 시장의 특수성이다. 학습 의욕이 뚜렷한 학령기와 달리 시니어 서비스는 건강 상태, 돌봄 필요도, 가족 관계 등 변수가 훨씬 복잡하다. 교육 콘텐츠를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상조라는 확실한 수익원을 확보한 웅진과 교원에 비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의 검증 단계에 있다. 반대로 교실 데이터와 AI 개인화 역량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승부는 '교육 기술을 얼마나 시니어의 실제 삶에 맞게 번역하느냐'에 달려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교육기업들이 시니어 시장에서 제2의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