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홍콩이 주목한 K-에듀테크, '수출 상품'에서 '교육 모델'로 진화한다]

싱가포르와 홍콩 교육계 인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아 국내 에듀테크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이들은 단순한 제품 견학이 아니라 자국 교육과정에 K-에듀테크를 어떻게 이식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etnews.com 보도 | 2026-09-23 [싱가포르·홍콩이 주목한 K-에듀테크, '수출 상품'에서 '교육 모델'로 진화한다]

싱가포르와 홍콩 교육계 인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아 국내 에듀테크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이들은 단순한 제품 견학이 아니라 자국 교육과정에 K-에듀테크를 어떻게 이식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방문은 K-에듀테크가 이제 '기술 수출'을 넘어 '교육 체계 수출'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한국의 교실에서 검증된 AI 교육 모델이 아시아 교육 시장의 표준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방문의 물꼬는 지난주 열린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2026'이 텄다. 행사를 계기로 방한한 싱가포르 방문단 13명은 지난 20일 경기도 판교 아이스크림미디어 본사를 찾았다. 이들은 싱가포르 유아개발청(ECDA)과 교육부(MOE) 유아교육 담당 부서, 현지 유아교육기관 운영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박대민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이 회사와 교육사업을 소개한 뒤, 유아 교사용 AI 업무 지원 서비스 '킨더보드', 글로벌 AI 에듀테크 수업 플랫폼 '루미티치', 디지털 창작 플랫폼 '아트봉봉'의 기능을 시연했다. 방문단은 특히 싱가포르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에 맞춘 서비스 적용 방안, AI를 활용한 교사 업무 경감,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법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박은영 아이스크림미디어 해외사업실 이사는 "유아교육 현장의 AI전환(AX)과 디지털전환(DX)을 지원해온 서비스와 활용 경험을 공유하고 현지 적용 가능성을 함께 살폈다"며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민관 협력 채널이 움직였다. 홍콩 스마트시티 컨소시엄(SCC) 소속 교사·학생 대표단 60명은 지난 17일 경기도 과천 비상교육 본사를 방문했다. 초·중등 교사 11명과 학생 49명으로 꾸려진 대표단은 한국어 에듀테크 솔루션 'KLASS'를 활용한 AI 기반 한국어 수업과 'AllviA'를 활용한 디지털·AI 교과 수업에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수업 체험 후 홍콩 현지 학교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도입 방향을 논의했고, 비상교육의 교육문화공간 '라키비움'도 둘러봤다. 오형식 비상교육 글로벌 컴퍼니 대표는 "홍콩 교사와 학생들이 제품을 실제 수업 방식으로 체험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며 "SCC 등 홍콩 교육기관과 접점을 확대해 현지 요구를 반영한 협력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문의 성격을 정확히 읽으려면 두 기업이 선택한 '진입 경로'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유아교육이라는 특정 세그먼트에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접근했다. ECDA와 MOE 유아교육 부서가 직접 방문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싱가포르가 유아 단계의 디지털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운영 경험을 참조하려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비상교육은 스마트시티 컨소시엄이라는 민관 협력 플랫폼을 통해 교사와 학생을 직접 초청했다. 정책 결정자보다 최종 사용자의 반응을 먼저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수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도입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제품 시연회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검증 절차에 해당한다.

주목할 대목은 양측 모두 '한국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상교육의 KLASS는 한국어 수업에 특화된 솔루션이지만, 홍콩 대표단이 체험한 것은 AI 기반 수업 방식 자체였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시연도 유아교육 현장의 업무 효율과 수업 혁신에 초점이 맞춰졌다. 즉 이들이 파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교수학습 방법론과 운영 노하우다. 이는 K-에듀테크의 수출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한국어 교육 콘텐츠나 단일 앱을 수출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한 수업 설계, 교사 업무 지원, 평가 체계 운영이라는 '교육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안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이 흐름은 합리적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학부모의 교육 지출 의향이 높고 디지털 인프라가 정비돼 있어 에듀테크 도입 장벽이 낮다. 동시에 자체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이 엄격해, 글로벌 기업이라도 현지화 없이는 진입이 어렵다. 한국 기업들이 교사 업무 지원이나 수업 운영 방식처럼 '제도와 결합된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것은, 한국 교육 현장의 높은 디지털 전환 경험이 그만큼 이전 가능한 자산이라는 뜻이다. 다만 양국 모두 영어와 중국어 기반 교육 환경이라는 점에서, 한국어 중심으로 설계된 서비스의 다국어 대응과 현지 교원 연수 체계 구축은 남은 과제다.

이번 방문이 반드시 성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교육 시장은 정책 변화와 예산 주기에 민감하고, 도입 결정까지 긴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K-에듀테크가 '기술력을 인정받는 단계'에서 '교육 모델을 수출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한국의 교실을 직접 찾아온 것은, 그들이 참조할 만한 성공 사례가 한국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건은 개별 기업의 현지화 역량과 함께, 한국 에듀테크 산업 전체가 일관된 수출 모델과 검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방문은 그 출발점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