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듀테크, 싱가포르 유아교육 현장을 두드리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동남아 확장 전략

국내 AI·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싱가포르 유아교육 정책 수뇌부와의 직접 소통 채널을 확보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현지 교육과정과 제도에 맞는 서비스 설계를 함께

pinpointnews.co.kr 보도 | 2026-09-22 K-에듀테크, 싱가포르 유아교육 현장을 두드리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동남아 확장 전략

국내 AI·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싱가포르 유아교육 정책 수뇌부와의 직접 소통 채널을 확보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현지 교육과정과 제도에 맞는 서비스 설계를 함께 모색했다는 점에서, K-에듀테크의 해외 진출 방식이 한 단계 성숙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지난 20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아이스크림미디어 본사에는 싱가포르 유아개발청(Early Childhood Development Agency, ECDA)과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 MOE) 유아교육 담당 부서, 현지 유아교육기관 운영 관계자 등 총 13명이 찾았다. 양국 유아교육 분야의 교류 가능성을 살피고 한국의 에듀테크 및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 동남아 거점 국가의 정책 결정 라인을 직접 만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문단에게는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세 가지 대표 서비스가 공개됐다. 먼저 유아 교사의 교육·보육 업무를 지원하는 AI 기반 서비스 '킨더보드(Kinderboard)'가 소개됐다. 교사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 과정을 AI가 보조하도록 설계된 서비스로, 교사 1인당 업무 부담이 큰 싱가포르 유치원 현장의 니즈와 맞닿아 있다. 이어 글로벌 AI 에듀테크 수업 플랫폼 '루미티치(LumiTeach)'가 공개됐으며, AI를 활용한 수업 준비와 운영 기능이 시연됐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창작 에듀테크 플랫폼 '아트봉봉(Art BonBon)'이 등장해, 디지털 콘텐츠를 창의·예술교육에 활용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특히 이번 만남의 핵심은 제품 시연 자체보다 그 이후에 이뤄진 논의에 있었다. 방문단은 각 서비스가 싱가포르 현지 교육과정 및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AI를 통한 교사 업무 지원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즉 이번 행사는 '무엇을 팔 것인가'를 넘어 '현지에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회의 성격의 자리였다.

박대민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의 회사·교육사업 설명에 이어 진행된 이번 논의는, K-에듀테크가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언어 번역이나 UI 현지화를 넘어, 해당 국가의 교육철학·평가 체계·교사 문화까지 반영한 서비스 설계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교육부는 2022년 개정된 '싱가포르 유치원 교육과정 프레임워크(Nurturing Early Learners Framework 2)'를 통해 놀이 중심 학습과 교사의 형성적 평가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ICT 도구와 결합하려는 시도를 점차 확대해왔다. 따라서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싱가포르 진출을 본격화하려면 자사의 AI 서비스가 이러한 정책 흐름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방문의 시점이다. 싱가포르는 2023년 국가 AI 전략 2.0을 발표하며 교육 분야를 AI 적용의 핵심 영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유치원 단계부터 학생 맞춤형 학습과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도구를 적극 도입하려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ECDA는 최근 몇 년간 에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교사 연수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연계 콘텐츠를 시범 도입해 왔으며, 외국 기업과의 기술 교류에도 열린 태도를 보여왔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판교 본사로 현지 관계자를 초청해 직접 만나 서비스를 시연하고 정책을 논의한 것은, 이러한 싱가포르 측의 개방성과 시기적으로 맞물린 행보다로 해석된다.

업계 시각에서 보면, 이번 행보는 K-에듀테크의 해외 진출이 '제품 수출'에서 '정책·제도 기반 파트너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때 개별 유치원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B2B 영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부 부처와 정책 실행 기관을 관계자로 끌어들이는 상향식 접근이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간에 매출로 연결되기는 어렵지만, 현지 제도권 안에서 자사가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지닌다.

물론 이번 한 차례 만남이 곧바로 대규모 계약이나 정식 수출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은영 아이스크림미디어 해외사업실 이사가 "실질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구체적인 협력 모델과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후속 작업이 관건이다. 서비스의 현지화 깊이, 가격 정책, 데이터 거버넌스 이슈, 그리고 현지 유통·운영 파트너 확보 등 풀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보는 의미 있는 신호탄이다. 유아교육이라는 비교적 보수적인 영역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한국형 교육 서비스가 싱가포르 정책 라인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K-에듀테크의 다음 성장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콘텐츠 수출에 머물지 않고 정책·교육과정·평가 체계와 직접 연결되는 솔루션으로 진화할 때, K-에듀테크는 동남아는 물론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더 단단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이번 판교 회담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첫 번째 테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