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에듀, AI로 만든 '결핍의 과학'… 숏폼이 교실을 다시 정의한다]

과학이 "있다"가 아니라 "없다"에서 시작한다. 아이스크림에듀가 18일 공개한 AI 과학 숏폼 '과학 OFF' 시리즈는 교과서 속 개념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혼란이 빚어질지를 1분 내외 영상으로 먼저 보여준 뒤

insightkorea.co.kr 보도 | 2026-09-18 [아이스크림에듀, AI로 만든 '결핍의 과학'… 숏폼이 교실을 다시 정의한다]

과학이 "있다"가 아니라 "없다"에서 시작한다. 아이스크림에듀가 18일 공개한 AI 과학 숏폼 '과학 OFF' 시리즈는 교과서 속 개념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혼란이 빚어질지를 1분 내외 영상으로 먼저 보여준 뒤, 원리를 짚어주는 역발상 구조를 내세웠다. 전작업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제작 효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콘텐츠 출시를 넘어, 에듀테크 기업의 영상 제작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자사 학습 플랫폼 '아이스크림 홈런'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학 OFF 시리즈를 동시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증발, 자전, 마찰력 등 초등·중등 과정에서 자주 마주치는 과학 개념을 다룬다. 영상의 흐름은 뚜렷하다. 첫 장면에서 "만약 이 개념이 없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상 속 상황이 어긋나며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를 빠르게 전개한다. 시청자가 웃음 속에서 불편함을 체감한 직후, 정확한 정의와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 개념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결핍을 통해 필요성을 배우는" 학습 설계라고 규정했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제작 방식이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이번 시리즈의 모든 영상을 AI를 활용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AI 활용 범위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대본 생성, 이미지·영상 합성, 내레이션, 편집 자동화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회사는 어린 자녀도 안심하고 볼 수 있도록 폭력적 표현, 비속어, 캐릭터 간 갈등 요소를 일절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짧고 자극적인 숏폼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교과 연계성과 과학적 정확성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학습용 영상에 대한 회사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크림에듀 측은 "탄탄한 교과 연계성과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과학적 위트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누구나 어려운 과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놨다. 회사가 표방하는 학습 효과의 핵심은 '직관적 이해'다. 교과서의 정의와 수식 중심 설명에서 벗어나, 개념이 부재하는 상황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학습자가 자기 경험을 통해 원리를 깨닫도록 유도한다. 이는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적 오류(negative instance)' 학습, 즉 반례를 통해 개념 경계를 더 선명하게 인식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숏폼이라는 짧은 호흡 안에서 이 기제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콘텐츠 설계의 밀도는 낮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AI 전면 제작은 효율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제공하지만 품질 통제에 대한 질문도 함께 끌어낸다. 과학 개념의 정확성은 학습용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잣대다. AI가 생성한 영상에서 자전 방향, 마찰력의 방향성, 증발 시 열역학적 설명 등 사실성 오류가 발생하면 '재미는 있으나 틀린 콘텐츠'가 되어버린다. 아이스크림에듀가 "교과 연계성과 과학적 원리"를 명시한 것은 곧 이 지점에서 자체 검증 프로세스를 갖췄다는 의미로 읽힌다. 향후 시리즈가 확장될수록 검수 인력, 자문단, 교사 리뷰 같은 인간 검토 체계가 콘텐츠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숏폼이라는 포맷 자체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에듀테크 시장은 이미 '콘텐츠 과잉' 상태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수학, 영어, 과학을 아우르는 학습 영상이 유튜브와 OTT를 휩쓸면서, 학습자는 질 좋은 콘텐츠를 충분히 접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제 '양'이 아니라 '첫 3초'를 사로잡느냐로 이동했다. 과학 OFF는 첫 장면에서 "개념이 사라진 세계"라는 비일상적 상황을 제시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노렸다. 1분이라는 시간 안에 호기심 유발 → 혼란 경험 → 원리 정리라는 3단 구조를 압축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학습용 숏폼이 단순 클립 모음이 아닌 미니 에피소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출시가 노리는 시장도 뚜렷하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주력 서비스인 '아이스크림 홈런'은 자사 플랫폼 트래픽을 학습 영상으로 끌어들이는 수직 통합 전략을 취해왔다. 유튜브 채널은 외부 유입 통로, 홈런은 학습 데이터와 연계된 정식 학습 공간이라는 역할 분담이다. AI 제작으로 콘텐츠 단가를 낮추고 업데이트 주기를 짧게 가져갈수록, 홈런의 과학 카테고리 깊이는 자연스럽게 두꺼워진다. 동시에 부모 세대에게는 "AI로 만든 콘텐츠라 불안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교과 연계성'과 '폭력·비속어 배제'를 강조한 커뮤니케이션은 의도된 신뢰 구축 전략으로 해석할 만하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AI는 에듀테크에서 더 이상 '부속 기능'이 아니라 '제작 인프라'가 되고 있다. 영상 한 편을 사람의 손으로 기획·촬영·편집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대본은 LLM이 쓰고 영상은 생성형 모델이 합성하고 음성은 TTS가 읽는 파이프라인이 학습 콘텐츠 영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결핍을 통한 학습'이라는 교수설계 아이디어가 더해졌고, 결과물은 1분 숏폼이라는 소비 친화적 포맷에 실렸다. 향후 이런 움직임은 두 가지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단순 개념 영상을 넘어 실험·탐구 영상의 AI 자동화로 영역이 넓어질 것이며, 둘째, 학습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된 과학 숏폼 큐레이션이 강화될 것이다. 결국 승부는 "AI로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로 만든 콘텐츠를 얼마나 정확하고 따뜻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로 갈림이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