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태블릿이 만나는 자리…북키즈콘서 본 '디지털 독서'의 현주소]
아이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태블릿 위에 색칠로 표현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누를 때마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험을 한다. 2026년 9월 초 수원컨벤션센터에 열린 '북키즈콘'에서 아이스크림에듀가 연
thepublic.kr 보도 | 2026-09-17 [종이책과 태블릿이 만나는 자리…북키즈콘서 본 '디지털 독서'의 현주소]
아이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태블릿 위에 색칠로 표현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누를 때마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험을 한다. 2026년 9월 초 수원컨벤션센터에 열린 '북키즈콘'에서 아이스크림에듀가 연출한 '독서캠핑존'은 이런 풍경이었다. 종이책의 깊이와 디지털 콘텐츠의 직관성을 결합한 시도가 공공도서관 부스 안에서 실현됐고, 단순한 체험 부스를 넘어 어린이 문해력(literacy)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아트봉봉'이라는 태블릿 기반 디지털 드로잉 콘텐츠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인상 깊은 장면이나 주인공을 기억한 뒤, 태블릿 화면에서 관련 도안을 골라 자기만의 색으로 칠한다. 단순히 소비하는 독서가 아니라, 읽은 내용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해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행사장에 비치된 '캣슈타인 박사의 냥냥 호기심 펀치', '달달곰 과자가게', '큰별쌤 최태성의 한국사신문' 같은 아이스크림북스 도서는 캐릭터의 세계관과 스토리성을 활용해 아이들의 읽기 동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행사 첫날 이재준 수원시장이 직접 부스를 방문해 체험 현장을 둘러본 것도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자치단체장이 직접 디지털 독서 프로그램의 현장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수원이 향후 아동·청소년 독서 진흥 정책의 시험대로 이 영역을 설정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행사에서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고 두 가지 독서 챌린지를 함께 알렸다. 자사가 운영하는 '홈런 독서챌린지'는 누적 독서량을 게임화해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며,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수원새빛북런 독서 챌린지'는 수원시와 협력해 지역 공공도서관 시스템을 활용한 시책형 프로그램이다. 기업 주도의 Gamification 기반 독서 운동과 지자체 주도의 정책형 독서 운동이 한 플랫폼 안에서 결합된 형태로, 민간 에듀테크 기업의 기술력과 공공의 인프라가 어떻게 접점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 측도 "공공기관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 독서 경험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도서관·교육청·지자체와의 연계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더 주목할 지점은 이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된 교육적 맥락이다. 오랫동안 '많이 읽기'에 초점을 맞춰온 어린이 독서교육이 이제 '이해하고 표현하기'의 단계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읽은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표현 중심 문해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추론하는 PISA형 문해력 평가도 단순 독해에서 '자기 주도적 읽기와 활용'으로 방향이 선회한 지 오래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아트봉봉'은 이런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책을 읽고 태블릿 위에 자기만의 해석을 색으로 입히는 행위는 문해력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인 '텍스트→표현'의 변환 과정을 자연스럽게 훈련한다. 게다가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매개는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낮고, 학습 동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짚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첫째, 디지털 콘텐츠 활용이 오히려 깊은 독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화면 위의 자극적 요소가 책 속 세계로의 몰입을 깨거나, 색칠 활동이 본래 독서 목적인 내용 이해보다 결과물 완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읽기→표현'의 시간 비율과 난이도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둘째,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에 대한 보호자·교사의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학교와 도서관 현장에서 태블릿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도서 출판사와의 저작권 협의, 콘텐츠의 교육과정 연계성, 학부모 대상 비용 부담 구조 등 사업화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 아트봉봉과 같은 콘텐츠가 단순 체험용을 넘어 정규 독서교육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교육적 효과성에 대한 실증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분명한 시그널을 남겼다. 전통적인 '책 읽기 캠페인'이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진화의 중심에 어린이 콘텐츠 전문 에듀테크 기업과 공공도서관의 협치가 있다는 점이다. 북키즈콘에서 아이들이 책장을 넘기고 태블릿을 두드리는 장면은, 종이책과 디지털이 대립하는 구도가 아니라 함께 읽는 미래형 독서환경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한 컷이었다. 앞으로 아이스크림에듀가 수원시와의 협력 모델을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트봉봉'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학교·도서관의 정규 독서교육 커리큘럼 안으로 흡수될 수 있을지가 국내 어린이 에듀테크 시장, 특히 공공 독서 인프라 분야에서의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