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플랫폼이 만나는 어린이 독서, ‘북키즈콘’이 제시한 새로운 표준]
경기도 수원의 가을을 수 놓은 2026 북키즈콘이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매년 어린이·청소년 대상 출판 콘텐츠와 교육 서비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대표 키즈 북 페어인
kdpress.co.kr 보도 | 2026-09-16 [도시와 플랫폼이 만나는 어린이 독서, ‘북키즈콘’이 제시한 새로운 표준]
경기도 수원의 가을을 수 놓은 2026 북키즈콘이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매년 어린이·청소년 대상 출판 콘텐츠와 교육 서비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대표 키즈 북 페어인 북키즈콘은 올해도 아동문학부터 체험형 콘텐츠, 공공 독서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민간 에듀테크 기업과 지자체 도서관이 손잡고 ‘독서캠핑존’이라는 공동 브랜딩 공간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에듀가 수원시와 협력해 현장 부스를 꾸리고, 체험형 독서 프로그램과 챌린지를 함께 알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를 넘어, 공적 독서 인프라와 민간 콘텐츠 플랫폼이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키즈콘은 매년 한국 키즈 출판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으로 꼽힌다. 올해도 학부모와 교육관계자, 출판사, 공공기관이 대거 참가했으며, 체험 부스는 행사장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수원시가 운영한 수원시도서관 부스 안에서 ‘독서캠핑존’을 운영하며, 방문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두 가지 핵심 콘텐츠를 내세웠다.
첫 번째는 ‘체험형 독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가 책을 읽은 뒤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디지털 드로잉 도구인 ‘아트봉봉’으로 책과 관련된 도안을 직접 채색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도서-태블릿 연계 활동이다. 책을 읽는 행위에서 멈추지 않고, 기록과 표현이라는 출력 과정을 디지털 도구와 결합시킴으로써 독서 경험을 입체적으로 확장한다는 취지다. 아이스크림북스의 인기 도서인 ‘캣슈타인 박사의 냥냥 호기심 펀치’, ‘달달곰 과자가게’, ‘큰별쌤 최태성의 한국사신문’ 등이 현장에 비치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책-디지털 도구-아이의 감각이 맞물리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홈런 독서챌린지’와 ‘수원새빛북런 독서 챌린지’다. 홈런 독서챌린지는 아이스크림에듀가 어린이의 독서습관 형성과 문해력 향상을 위해 자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며, 수원과 함께 진행하는 ‘수원새빛북런’은 지역 기반 독서운동에 디지털 챌린지 요소를 결합한 사례다. 정해진 분량의 도서를 읽고 인증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앱과 데이터를 활용해 참여 동기를 지속시키는 구조다.
현장에는 행사 첫날인 4일 이재준 수원시장이 직접 방문해 아이스크림에듀 이재준 대표와 함께 부스를 둘러보며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지자체 최고 의사결정자가 에듀테크 기업의 체험 부스를 찾아 현장 프로그램을 함께 점검한 것은,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단순한 후원이 아닌 정책적 관심사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북키즈콘의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전시회 참가가 아니다. 여기에는 한국 에듀테크 산업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세 가지 시사점이 담겨 있다.
첫째, ‘책을 읽는 행위’의 범주 확장이다. 전통적인 독서는 텍스트를 해독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데서 끝났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에듀가 제시한 모델은 독서를 ‘읽기-기록-표현’의 연속된 경험으로 재정의한다. 아트봉봉과 같은 디지털 드로잉 도구를 활용하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저학년 아동도 자신의 독서 경험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초등 문해력 교육이 단순히 글자 해독 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표현력을 아우러야 한다는 최근 교육 트렌드와도 정확히 맞물린다. 또 책의 내용을 자기만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은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강조하는 ‘읽기 수행력(reading literacy)’ 개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정답을 찾는 독서를 넘어, 자신의 해석과 감상을 외부로 표현하는 독서, 이른바 ‘능동적 독서’ 또는 ‘창의적 독서’라고 부를 수 있는 이 흐름은 향후 에듀테크가 독해력 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공공 독서 인프라와 민간 플랫폼의 융합이다. 수원시도서관 부스 안에서 민간 기업인 아이스크림에듀가 ‘독서캠핑존’을 운영한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지자체 도서관은 공간과 장서를, 민간 출판·플랫폼 기업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각각 분리해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북키즈콘에서처럼 한 부스 안에서 공적 공간을 빌려 민간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시민은 공공 서비스의 신뢰성과 민간 콘텐츠의 재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특히 이재준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이런 협력 모델을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시그널이다. 향후 다른 지자체 도서관과 에듀테크 기업 간의 유사한 제휴가 늘어나면, 한국의 공공 독서 생태계는 ‘도서관 단독 서비스’ 모델에서 ‘플랫폼과 도서관의 공동 서비스’ 모델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챌린지 기반 독서 습관 형성의 가능성이다. ‘홈런 독서챌린지’, ‘수원새빛북런’ 등은 단순히 책을 읽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읽도록 유도하는 행동설계(behavior design) 요소가 강하게 깔려 있다. 가정에서 아이가 자발적으로 책을 집어 드는 습관은 한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과 성취감, 때로는 경쟁과 같은 사회적 요인이 결합될 때 장기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챌린지형 독서 프로그램은 데이터를 통해 참여 현황을 시각화하고,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독서 이력을 손쉽게 점검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에듀테크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영역이 교과 학습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인 독서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스크림에듀 측은 “어린이들이 책과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활용해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북키즈콘에 참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공공기관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 아이들의 일상 속 독서 문화를 확산하고 독서 경험을 더욱 다양하게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짧은 한마디지만, 여기에는 ‘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알파·Z세대에게 독서는 종이책만의 영역이 아니다. 태블릿, 챌린지 앱, 디지털 드로잉 도구가 결합될 때 비로소 그들의 일상에 스며든다.
북키즈콘은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행사로, 매년 어린이 콘텐츠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키워드는 단연 ‘연결’이었다. 책과 태블릿의 연결, 공공과 민간의 연결, 독서와 데이터의 연결. 아이스크림에듀와 수원시도서관이 보여준 ‘독서캠핑존’은 그 연결의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향후 한국의 어린이 독서 시장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작은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다. 에듀테크 기업들이 더 이상 콘텐츠만을 단독으로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도시와 도서관, 가정과 학교라는 생활 인프라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야 한다. 북키즈콘의 작은 부스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