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가 학생식당에 온 이유… 서울시립대의 '경험 복지'가 던지는 에듀테크적 질문]
개강 첫날 학생식당에 세계적인 중식 대가가 나타났다. 서울시립대학교가 2026학년도 2학기 개강을 맞아 여경래 셰프를 초청해 '팔보채 덮밥'을 배식하는 이색 행사를 열었다. 고물가 시대에 학생 복지의 문법이 '값싼
betanews.net 보도 | 1 day ago [스타 셰프가 학생식당에 온 이유… 서울시립대의 '경험 복지'가 던지는 에듀테크적 질문]
개강 첫날 학생식당에 세계적인 중식 대가가 나타났다. 서울시립대학교가 2026학년도 2학기 개강을 맞아 여경래 셰프를 초청해 '팔보채 덮밥'을 배식하는 이색 행사를 열었다. 고물가 시대에 학생 복지의 문법이 '값싼 한 끼'에서 '특별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사소해 보이는 캠퍼스 이벤트는 대학이 학생을 대하는 방식, 나아가 에듀테크가 주목해야 할 '비학습 경험 데이터'의 가치를 환기한다.
서울시립대는 9일 점심시간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에서 '맛있는 개강~ 특별한 하루! 여경래 셰프와 함께' 행사를 개최했다. 여경래 셰프는 이날 직접 조리와 배식에 참여했고, 학생들은 방송에서만 보던 셰프의 요리를 교내에서 맛보며 사진을 찍는 등 개강의 추억을 만들었다. 행사를 기획한 학생처장은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했다"며 "학생들의 선호와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메뉴와 이벤트로 학생식당을 만족도 높은 복지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메뉴로 선보인 팔보채 덮밥은 8가지 재료에 XO소스를 더한 구성으로, 단체급식 환경에서도 맛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행사의 핵심은 '무엇을 먹였나'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설계했나'에 있다. 대학 학생식당은 오랫동안 가격과 위생, 영양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평가받는 시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식당을 관계와 기억이 축적되는 접점으로 재정의한다. 스타 셰프라는 희소 자원을 개강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배치해, 학생들이 학기 초에 느끼는 불안과 부담을 낮추는 정서적 완충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학가에서는 고물가로 인한 식비 부담이 학생 이탈과 학업 몰입도 저하의 주요 변수로 지목돼 왔다. 서울시립대가 '복지'라는 이름 아래 셰프 협업이라는 콘텐츠를 결합한 것은, 복지를 비용 지출 항목이 아닌 학생 경험 투자로 재해석한 시도로 읽힌다.
주목할 지점은 이벤트의 확장 방식이다. 서울시립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생식당에 대한 관심과 이용을 높이는 한편, 학생식당을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구성원이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차별화된 복지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학생 의견과 수요를 반영해 메뉴와 문화·복지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를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어떤 메뉴가 반응이 좋았는지, 어떤 시간대에 어떤 학생이 몰렸는지, 행사 전후 식당 이용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같은 정보는 향후 캠퍼스 복지 정책의 실증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에듀테크 업계가 읽어야 할 지점이 있다. 교육 기술은 그동안 학습 성취도, 출결, 과제 수행 같은 '학습 데이터'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학생의 대학생활 만족도와 중도 이탈률, 정신 건강 지표는 학습 외 영역의 경험에서 크게 좌우된다. 식당, 기숙사, 상담, 비교과 프로그램 같은 비학습 접점의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와 연결해 분석하는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서울시립대의 셰프 행사는 그 자체로 기술 사례는 아니지만, 대학이 학생 경험을 '설계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의미를 갖는 것은 이후의 연결이다. 행사 예약과 대기열 관리, 만족도 조사, 식단 선호 분석, 알레르기 정보 연동 같은 기능은 이미 에듀테크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고물가와 학령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학생 복지는 더 이상 부가 서비스가 아니다.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 1인당 복지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면, 남은 선택지는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스타 셰프 협업은 그중 비용 대비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다. 다만 이런 프로그램이 일회성 화제로 끝나지 않으려면 반복 가능한 운영 모델과 측정 지표가 뒷받침돼야 한다. 행사 만족도가 식당 재이용률로, 재이용률이 학생 유지율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행사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대학은 학생을 학습자로만 볼 것인가, 생활인으로 볼 것인가. 에듀테크가 후자에 주목한다면 시장은 교실 밖으로 넓어진다. 서울시립대의 실험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캠퍼스 경험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복지 혁신의 시작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