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납품 위생 위반 5년간 329건…그런데 제재 끝나면 "다시 수의계약"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

학교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이 최근 5년간 329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업체들이 제재 기간만 지나면 아무런 제약 없이 다시 학교 급식 시장에 진입해 대규모 수의계약을 따내고 있다는

betanews.net 보도 | 1 day ago 학교급식 납품 위생 위반 5년간 329건…그런데 제재 끝나면 "다시 수의계약"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

학교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이 최근 5년간 329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업체들이 제재 기간만 지나면 아무런 제약 없이 다시 학교 급식 시장에 진입해 대규모 수의계약을 따내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학교급식 시장에서 반복적 위생 위반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이 총 527건에 달한다고 9일 밝혔다. 이 가운데 식품위생법 위반이 32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당업자 처분이 163건, 원산지 위반이 35건이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식품위생법 위반 329건의 처분 성격이다. 과태료가 192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해 절반을 넘겼다. 이어 영업정지 51건(15.5%), 과징금 34건(10.3%), 영업소 폐쇄·영업허가 취소·직권말소 30건(9.1%), 품목제조정지 22건(6.7%) 순이었다. 다시 말해 위생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 10곳 중 6곳 가까이가 영업에 사실상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의 과태료로 마무리된 셈이다. 영업 자체가 정지되는 강력한 제재는 15.5%에 그쳤다.

여기에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제재를 받은 업체가 제재 기간 종료 이후 별다른 진입 제한 없이 다시 학교급식 납품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의원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A업체는 2022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과 89일간 학교급식 전자조달 플랫폼 이용제한을 받았다. 그런데 제한 기간이 끝난 뒤 이 업체는 7,598건, 총 915억5,587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 차례 위생 위반을 저질렀음에도 막대한 규모의 납품 물량을 되찾은 것이다.

더 큰 그림은 학교급식 계약 시장 자체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은 기간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 총액은 14조1,95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 규모는 13조5,290억원으로 전체의 95.3%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학교급식 시장의 거의 전액이 경쟁입찰이 아닌 특정 업체와의 직접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수의계약 비중이 95%를 넘으면 해당 시장은 구조적으로 소수 업체에 의해 독과점될 가능성이 높고, 위생 위반 이력이 있는 업체라 하더라도 일정한 영업 네트워크와 관계가 유지되는 한 다시 거래가 재개되기 쉽다.

한병도 의원은 "학교급식은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 발달과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제재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학교급식 시장에 진입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생 위반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와 재진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복 위반 업체에 대한 계약 제한, 위반 이력의 투명한 공개, 그리고 수의계약 비중 자체를 낮추기 위한 경쟁입찰 확대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사안이 에듀테크 및 교육행정 분야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첫째, 데이터 기반의 공급망 관리 부재 문제다. aT가 이처럼 방대한 행정처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나 학교 단위에서 위반 이력에 기반한 납품업체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공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둘째, 시장 모니터링과 예측 분석의 필요성이다. 5년간 329건이라는 위반 건수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봐야 한다.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위반 이력 자동 연계, 입찰 시 자동 감점 시스템 등의 기술적 도입이 요구된다. 셋째, 스마트 조달 플랫폼의 기능 강화 과제다. 학교급식 전자조달 플랫폼이 단순한 주문 채널을 넘어 품질 데이터, 위생 검사 이력, 현장 평가 결과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넷째,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학교 급식의 수의계약 비율 95.3%라는 수치는 학부모와 교육 당국 모두에게 시급한 개선 과제를 보여준다. 블록체인 기반 이력 추적이나 공개 입찰 시스템의 확대 같은 디지털 전환 과제가 이 자리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결국 이번 한병도 의원의 자료 분석은 단순한 학교급식 위생 논란을 넘어, 공공조달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공급망 관리의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더딘지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아이들의 식탁 위에 오르는 식품의 안전은 한 번의 과태료와 일시적 제재로 보장되기 어렵다. 위반 이력의 누적 관리, 시장 재진입 기준의 강화, 그리고 경쟁을 유도하는 조달 구조의 개편이 병행될 때 비로소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에 부합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