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기술지주, "장기 자본의 교두보"로 아시아 VC 생태계 이끈다
차인환 대표 "딥테크·에듀테크에 15~20년 견디는 자본 투입…톱다운 방식의 글로벌 역추적 투자"
edaily.co.kr 보도 | 1 day ago 서울대기술지주, "장기 자본의 교두보"로 아시아 VC 생태계 이끈다
차인환 대표 "딥테크·에듀테크에 15~20년 견디는 자본 투입…톱다운 방식의 글로벌 역추적 투자"
국내 대표 대학 기술지주회사인 서울대기술지주가 단순한 국내 대학계 VC를 넘어 아시아 대학·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취임한 차인환 대표는 "민간 VC와 경쟁하기보다 딥테크와 장기 성장이 필요한 산업을 국가 자산으로 키워내는 것이 대학 기반 VC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필리핀 프로젝트와 인도 확장 협의 등 구체적인 글로벌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특히 AI 반도체, AI 인프라, 에듀테크, 우주항공, 모빌리티를 새로운 투자 관심 분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오는 17일 이데일리와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대학벤처포럼(GUVF)을 통해 중국 칭화대, 홍콩과기대, 일본 도쿄대 등 아시아 주요 대학의 투자 관계기관과 한자리에 모인다. 차인환 대표는 "글로벌 생태계에서는 현장에서 살아 있는 이야기와 사업 파트너를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규모를 확장해 실질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서울대기술지주는 국내 대학 기술지주의 대표주자로 성장해왔다. 2017년 첫 펀드를 결성한 이후 현재 16개 펀드, 약 13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230여 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설립 후 18년 만의 결실로서, 이 같은 자산 규모는 국내 대학계 VC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차인환 대표는 대학 기반 VC의 차별화 포인트를 "민간 대비 장기적 관점의 성장 집중"에서 찾는다. 그는 "대학은 당장 수익성을 덜 고려하기 때문에 기술이 오랜 기간 숙성되어야 하는 딥테크 투자에 더욱 적합하다"며 "15~20년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기업도 많으니 그 시간을 견뎌줄 수 있는 자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내 VC 업계가 단기 엑시트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대학 기술지주의 장기투자 본질에 대한 재확인으로도 읽힌다.
투자 방식에서도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서울대기술지주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시드 단계부터 프리IPO까지 모든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차인환 대표는 "초기 주주가 계속 투자한다는 신호가 후속 투자 유치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비상장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 패트론(patron, 후속 투자 참여 주주)의 존재는 투자 신뢰의 상징이며, 이는 리벨리온이 엔비디아에 NPU를 납품하는 등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투자 접근법이다. 차인환 대표는 "현재의 시장만 보지 않고 미국 등 글로벌 선도시장에서 어떤 기업과 기술이 주목받는지 분석한 뒤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역으로 찾아간다"며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을 바라봐야 하기에 자본시장의 장기적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VC 트렌드를 추종하는 후행 투자에서 벗어나, 기술 수명과 시장 타이밍을 선제적으로 판단하는 대학 기술지주만의 투자 철학을 보여준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 일반형' 운영사로 대학 기술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초기 창업 단계의 팁스(TIPS)와 성장 단계의 스케일업 팁스 운영권을 모두 확보함으로써, 기술 스타트업의 탄생부터 스케일업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종합 벤처투자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업 경험이 있는 투자심사역과 관리 인력이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며 인재·파트너·후속 투자자를 연결하는 등 단순 자본 투입을 넘어선 '핸즈온'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글로벌 확장 움직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서울대기술지주는 필리핀 소재 4개 대학에 대학 기술지주 기반 창업 투자 생태계 컨설팅 프로젝트를 아시아개발은행(ADB)로부터 수주해 진행 중이며, 같은 모델을 인도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차인환 대표는 "필리핀은 대학 기반 창업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당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해외 사업 검증과 실제 투자 유치까지 연결해 한국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에듀테크 및 AI 교육 분야에 대한 시사점은 명확하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신규 투자 분야로 AI 인프라와 함께 에듀테크를 명시한 것은, AI가 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콘텐츠·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수출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기반 VC가 15~20년의 장기 자본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은 수익화 시점이 긴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결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GUVF와 같은 아시아 네트워크가 한국의 에듀테크 기업들에게 후속 투자자와 해외 시장 진출 통로를 동시에 제공한다면, 단순한 자본 유치 이상의 생태계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차인환 대표가 강조했듯 궁극적 목표는 "운용자산이나 투자기업 수의 확대보다 해외에서 사업을 검증하고 실제 투자 유치까지 연결하는 실제 성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숫자가 아닌 가치를 만드는 대학 기술지주의 다음 10년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