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90초 숏폼, 프랑스가 들고 온 '에듀쇼츠'의 도전

현대인의 평균 집중 시간이 47초 남짓으로 줄어든 시대, 틱톡과 유튜브 쇼츠는 콘텐츠 소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런데 유독 기업 교육 시장만큼은 이러한 변화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수 시간에 달하는

venturesquare.net 보도 | 3 days ago 기업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90초 숏폼, 프랑스가 들고 온 '에듀쇼츠'의 도전

현대인의 평균 집중 시간이 47초 남짓으로 줄어든 시대, 틱톡과 유튜브 쇼츠는 콘텐츠 소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런데 유독 기업 교육 시장만큼은 이러한 변화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수 시간에 달하는 분량의 e러닝 강의, 읽기 싫은 매뉴얼, 끝나지 않는 LMS(학습관리시스템) 모듈이 여전히 일상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스며들어 90초 세로형 영상과 AI 자동 생성 기술을 무기로 한국 B2B 에듀테크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기업이 있다. 프랑스 명문 그랑제꼴 출신 두 청년 창업가가 세운 '에듀쇼츠(EduShort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듀쇼츠는 소라야 투이미 벤젤룬(Soraya Touimi Benjelloun) 대표와 톰 우도(Tom Oudot) 대표가 공동 창업한 마이크로 러닝 플랫폼 기업이다. 소라야 대표가 제품 개발과 법무를, 톰 대표가 사업 전략과 기술 비전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소라야 대표는 프랑스 최고 명문 시앙스포(Sciences Po)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법학 연구를 수행했으며, 톰 대표는 켑지 비즈니스 스쿨에서 디지털 전환을 전공한 엘리트이다. 이 두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쌓아 온 감각을 교육 분야에 이식한다는 야심 찬 구상을 품고 2024년 말 한국에 법인을 세웠다.

이들의 핵심 기술은 'AI 코스 크리에이터(Course Creator)'다. 기업 인사 담당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PDF나 파워포인트 자료를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AI가 서스펜스와 스토리 구조가 살아 있는 대본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이를 여러 개의 90초 세로형 영상으로 분할해 생성한다. 수 시간이 걸리던 교육 영상 제작 공정이 단 8분 안에 끝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75개 언어 자동 확장이 가능해, 다국적 기업도 별도 현지화 작업 없이 글로벌 전사에 동일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생성형 AI의 고질적 문제인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한 대비책이다. 에듀쇼츠는 사용자가 원본 문서에 대한 AI의 '충실도(Fidelity)'를 50%에서 100% 사이에서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충실도를 100%로 지정하면 AI는 업로드된 문서에 명시된 정보만을 활용해 결과물을 생성하므로, 사실 왜곡으로 인한 법무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뇌과학자와 심리학자의 자문을 거쳐 설계된 인지 강화 퀴즈와 경험치(XP), 배지 같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더해 학습자의 참여도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한다.

타겟 시장도 남다르다. 일반적인 사무직이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호텔, 건설, 리테일 등 데스크리스(Deskless) 현장 직원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PC 대신 개인 스마트폰으로 짧은 시간 틈새에 학습해야 하는 이들 특성에 90초 세로형 포맷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다. 별도 앱 설치 없이 모바일 웹 브라우저로 바로 접속하는 B2B SaaS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도입 기업은 기존 오프라인 교육 대비 최대 50%의 비용 절감과 80%를 상회하는 수료율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의 첫 번째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톰 대표는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모바일 보급률을 갖춘 시장으로 평가했다. 변화 수용 속도가 빠르고 신기술에 개방적인 한국 기업 문화가 새로운 솔루션의 시험대로서 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프렌치테크와의 네트워킹을 구축했고,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K-Startup Grand Challenge(KSGC)'에서 전 세계 2,000여 개 지원 기업 중 Top 40에 이름을 올렸다. 아LOW러 서울글로벌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기술 기반 우수인재 특별 창업 비자(D-8-4)를 취득하며 한국 내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졌다.

다만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겪은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소라야 대표는 서구권과 다른 한국 특유의 비즈니스 위계질서와 의사결정 구조에 적응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예비 외국인 창업자들에게 현지 언어 학습과 비즈니스 에티켓 존중을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꼽았다. MOU 체결 시의 격식 하나까지 세심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기의 아이디어를 고집하기보다 거절과 피드백을 열린 귀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결국 성공을 결정짓는 변수라고 강조했다.

에듀쇼츠의 장기 비전은 B2B를 넘어선다. 톰 대표는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수많은 직무가 대체되는 시대에 전통적인 학위보다 실질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스킬 기반 조직(Skill-based organization)'으로 인재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전 세계 개인이 짧은 시간에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계의 유튜브 쇼츠' 같은 B2C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Cheat Code(치트 코드)' 팟캐스트를 론칭하며 대중 접점을 넓혀가는 중이다. 100% 자금을 자체 조달로 운영해 왔다는 점도 이들의 단단한 실행력을 방증한다.

에듀쇼츠의 등장은 한국 에듀테크 시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B2B 학습 콘텐츠의 '콘텐츠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 교육은 지식 전달에 충실한 나머지 사용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소홀했고, 이것이 낮은 수료율과 학습 효과 부재로 이어졌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문법을 빌려온 시도는 이러한 근본 문제를 정면으로 찌른 사례다.

둘째, AI 에듀테크의 신뢰성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환각 현상은 생성형 AI가 B2B 시장에 본격 침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충실도 제어처럼 사용자가 AI 출력의 정확성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한 것은 향후 기업용 AI 서비스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에듀쇼츠가 주목하는 데스크리스 워커 시장이 국내 에듀테크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예고한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전체 근로자의 약 70~80%가 데스크리스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추산이 있지만, 이들 맞춤형 학습 솔루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계 스타트업이 한국을 첫 번째 무대로 선택했다는 사실은, 국내 B2B 에듀테크 시장이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품의 검증 무대로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에듀테크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할 때, 에듀쇼츠 같은 글로벌 협업 모델이 그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