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동지로 본 에듀테크의 진화…아이스크림S 개편이 던지는 메시지
초등학교 교사의 하루는 수업보다 자료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교과서와 지도안을 넘겨가며 학습지를 만들고, 퀴즈를 고민하고, 활동지를 출력하는 반복적인 노동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여전히 교실의 풍경이다.
edu.chosun.com 보도 | 2026-08-26 AI 활동지로 본 에듀테크의 진화…아이스크림S 개편이 던지는 메시지
초등학교 교사의 하루는 수업보다 자료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교과서와 지도안을 넘겨가며 학습지를 만들고, 퀴즈를 고민하고, 활동지를 출력하는 반복적인 노동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여전히 교실의 풍경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이달 26일 발표한 ‘아이스크림S’ 플랫폼 개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단순한 인터페이스 변경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 준비 동선을 줄이고 AI가 차시별 활동 자료를 자동 생성하는 ‘AI 활동지’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국내 초등 에듀테크 시장에서 AI 기술이 실제 교실의 ‘노동 밀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아이스크림S는 교사들이 학급 운영과 수업에 활용하는 국내 대표 디지털 교육 플랫폼 중 하나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콘텐츠와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복잡해진 정보 구조를 교사 중심으로 재정비한 데 있다. 먼저 메인 화면은 교사가 자주 쓰는 메뉴와 학급 정보, 수업 자료를 한 화면에 모아 이동 동선을 줄였다. 교과·학년별 콘텐츠 탐색 구조도 단순화했고, 수업도구와 학습 게임, 디지털 교구, 인기 애니메이션 등 추천 콘텐츠로의 접근 경로를 대폭 축소했다. 기존 사용자가 느끼는 익숙함은 유지하면서도 정보 구조를 개인 맞춤형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AI 활동지의 베타 오픈이다. 이 기능은 교과 차시 정보를 분석해 객관식·OX 퀴즈, 활동지, 용어 짝맞추기, 십자말풀이, 초성 퀴즈, 암호 퀴즈, 사다리 게임, 픽셀 아트 등 8가지 유형의 활동 자료를 자동 생성한다. 현재는 초등 사회·과학 3~6학년 2학기 차시를 대상으로 제공되며, 향후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교사가 차시 하나를 선택하면 해당 학습 내용에 맞는 다양한 형식의 활동지가 즉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수업 준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편의 의미는 단순히 기능 추가에 있지 않다. 에듀테크 플랫폼이 ‘콘텐츠 제공자’에서 ‘수업 설계 보조자’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나 콘텐츠 플랫폼이 양질의 자료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AI 활동지는 교사의 의도와 차시 목표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 준다’. 이는 생성형 AI 기술이 교육 현장에 침투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경로로 평가된다. 교사가 AI를 활용해 자료를 제작하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개별 교사가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있다. 아이스크림S처럼 플랫폼 내부에 차시 정보와 연계된 AI 생성 기능을 내장하면, 교사는 별도의 도구 없이도 버튼 몇 번으로 맞춤형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과 맞물려, 초등 교사들의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가 ‘AI 활용’을 막연한 부담으로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스크림S가 AI 활동지를 베타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AI의 효용을 체감하도록 한 전략은, 기술 도입 초기의 저항감을 낮추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특히 ‘게임형 활동지’를 강조한 점은 초등학생의 참여도를 높이는 동시에, 교사가 수업 분위기를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짚고 넘어갈 점도 있다. AI가 생성한 활동 자료의 질적 완성도와 교육과정 적합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베타 서비스 단계에서 제공되는 사회·과학 과목은 비교적 사실 기반의 내용이 많아 AI가 정확도를 확보하기 쉬운 영역이지만, 문학 작품의 감상이나 논술형 활동처럼 주관적 해석이 필요한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차시 정보를 분석해’ 자료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AI가 교육과정의 의도와 교사의 수업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따라서 AI 활동지는 ‘완성형 자료’가 아니라 ‘교사가 다듬는 초안’으로 활용되는 것이 현실적이며, 이에 대한 안내와 후속 편집 기능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개편은 에듀테크 업계의 경쟁 구도에도 시사점을 준다. 국내 초등 교육 시장에서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안정적인 서비스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최근 AI 기반 학습 플랫폼과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차별화된 기술 경험이 중요해졌다. 아이스크림S의 이번 개편은 기존의 방대한 콘텐츠 자산에 AI 기술을 결합해 ‘규모의 경제’와 ‘기술의 효용’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는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를 넘어, 플랫폼의 정체성을 ‘콘텐츠 유통’에서 ‘수업 창작 지원’으로 확장하는 시도다.
허주환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변화하는 교실과 수업 방식에 맞춰 사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향후 아이스크림S가 단순히 자료를 찾는 도구를 넘어, 교사의 수업 설계와 학급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임을 암시한다. AI 활동지가 베타를 넘어 정식 서비스로 안착하고, 적용 과목이 확대된다면 초등학교 수업 준비 문화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사가 반복적인 자료 제작에서 벗어나 수업 설계와 학생 개별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에듀테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일 것이다. 이번 개편은 기술이 교실의 풍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