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기업들, '교실' 넘어 '실버케어'로… 전 생애주기 산업 재편 가속화
초등학교 교실을 장악한 대표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시니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교육업계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요양, 상조, 라이프케어에
it.chosun.com 보도 | 2026-08-26 에듀테크 기업들, '교실' 넘어 '실버케어'로… 전 생애주기 산업 재편 가속화
초등학교 교실을 장악한 대표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시니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교육업계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요양, 상조, 라이프케어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전 생애주기 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고령화 사회로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최근 시니어 세대의 일상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라이프 루틴 플랫폼'을 앞세워 시니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니어 사업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초등교사 93%가 사용하는 교사용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S'와 원격연수 사업 등으로 성장해 온 대표 에듀테크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실제로 이 회사의 매출은 2022년 1041억원에서 2023년 1231억원, 2024년 15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59억원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한 만큼, 이를 토대로 한 사업 다각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가장 먼저 내세운 카드는 인지 미술 프로그램 '그림약방'이다. 강남노인종합복지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온오프라인 결합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향후에는 'AI 타임 코치'로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복지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했던 개인화와 데이터 기반 관리 영역을 정조준한 전략이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검증된 디지털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시니어 케어에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교육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에듀테크 및 교육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산업 규모는 오는 2030년 16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시장의 정체와 고령화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주요 교육기업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니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전통 교육기업들의 행보는 더욱 공격적이다. 교원은 상조 브랜드 '교원라이프'를 기반으로 시니어 고객을 확보한 뒤 여행과 라이프케어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아동 교육 시장에서는 '학습' 중심에서 '성장 지원'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상조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시니어 시장 확대를 검토 중이다. 웅진은 지난해 업계 1위 상조업체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통해 장례 및 웰엔딩(Well-ending) 시장까지 진출했다. 교육을 넘어 생애 마지막 단계까지 사업을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기존 교육 사업보다 상조 부문의 성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교는 방문요양과 인지훈련, 상조를 아우르는 시니어 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교육 콘텐츠를 돌봄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재능교육 역시 시니어 대상 학습과 두뇌 훈련 중심의 평생교육 서비스를 강화하며 기존 방문교사 모델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사업 확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존 교육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자산인 콘텐츠 제작 역량, 플랫폼 운영 기술, 그리고 방문교사 등 인적 네트워크가 시니어 케어 시장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대교의 방문요양 서비스는 기존 학습지 방문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아이를 가르치던 비즈니스 모델을 시니어 돌봄에 적용한 사례다. 재능교육의 시니어 대상 두뇌 훈련 프로그램 역시 교육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즉, 교육 기업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가정 방문 서비스'와 '맞춤형 콘텐츠 제공'의 노하우가 시니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다만 단순한 사업 확장만으로는 시장 안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시니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만, 본격적인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기업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시니어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니어 케어 시장은 의료, 복지, 금융, 주거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레드오션이다. 교육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케어 솔루션과 같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시니어 시장 진출은 에듀테크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동안 에듀테크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주로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교실 안에서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 AI 기반 맞춤형 학습, 원격 교육 플랫폼 구축 등이 주요 화두였다. 그러나 이제 에듀테크 기업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더 이상 교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생의 전 단계에 걸쳐 학습과 돌봄, 삶의 질 관리가 필요한 시니어 세대까지 그 타깃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에듀테크 산업의 정의 자체가 '교육 기술'에서 '생애 전반의 삶의 질을 관리하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이스크림미디어가 구축한 '교사 네트워크'가 시니어 사업에서도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등교사 93%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아온 신뢰도와 현장 네트워크는,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학교와 복지관 등 공공 인프라에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강남노인종합복지관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공공 복지 시설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교육 기업들이 구축해온 공공 부문과의 관계가 시니어 시장에서도 그대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교육 기업들의 시니어 시장 진출은 저출생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고령화 사회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다. 이제 에듀테크 기업들의 경쟁 구도는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것인가'에서 '어떻게 더 오래,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시장 확장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은 단순히 자본력이 뛰어난 곳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검증된 데이터와 콘텐츠 역량을 시니어 케어에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곳이 될 것이다. 에듀테크 산업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