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마의 대만 행보가 보여주는 K-에듀테크의 글로벌 전략 변화

한국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가 기초 영어 학습 앱 ‘토도영어’의 대만 버전을 출시했다. 중국과 일본에 이은 세 번째 현지화 시도다. 단순한 앱 출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에누마의 이번 행보는 한국 에듀테크 산업이 국

매일경제 보도 | 4 days ago 에누마의 대만 행보가 보여주는 K-에듀테크의 글로벌 전략 변화

한국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가 기초 영어 학습 앱 ‘토도영어’의 대만 버전을 출시했다. 중국과 일본에 이은 세 번째 현지화 시도다. 단순한 앱 출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에누마의 이번 행보는 한국 에듀테크 산업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2030 이중언어 정책’으로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대만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진출은 현지 교육 환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누마가 이번에 출시한 토도영어는 4~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기초 영어 학습 솔루션이다. 유아교육 및 언어 전문가들이 개발한 약 3500개의 액티비티와 500여 권의 책, 500여 개의 영상 콘텐츠를 갖췄다. 학습 콘텐츠는 알파벳과 파닉스 같은 기초 단계부터 미국 초등학교 2학년 수준까지 총 26개 단계로 구성됐다. AI 기반의 실시간 발음 코칭 기능도 포함된다. 단순히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영어를 하나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몰입형 학습 방법론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에누마의 이번 대만 진출은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에누마는 202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4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토도영어의 작년 일본 매출은 2022년 대비 125% 이상 증가했다. 이는 일본이라는 까다로운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이 유효했음을 입증한 사례로, 에누마가 대만 시장에서도 유사한 접근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 토도 시리즈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누적 다운로드 1500만 건을 기록하며 20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대만 시장의 특성은 에누마의 전략과 맞물린다. 대만 정부는 2030년까지 영어를 공식 이중언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30 이중언어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은 공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학부모들의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에누마는 이러한 시장 환경을 고려해 지난 22일 안드로이드와 iOS 앱스토어에 ‘떠우떠우잉위()’라는 명칭의 현지화 버전을 출시했다. 텍스트 전반에 걸친 세심한 현지화 작업은 대만 사용자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에누마의 대만 진출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번역 수준을 넘어선 현지화 전략이다. 에누마는 제품명을 ‘떠우떠우잉위’로 변경하고, 대만의 교육 문화와 학습 패턴을 반영한 콘텐츠를 구성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언어 번역이 아니라 현지 교육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에누마의 접근 방식은 향후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에누마의 사업 구조는 B2G와 B2C를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공교육 협업 및 특수교육 분야에서의 B2G 비즈니스와 ‘토도 시리즈’ 앱 및 ‘토도원’ 학습패드 중심의 B2C 부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면서도 소비자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B2G 영역에서 축적한 교육 전문성과 B2C 영역에서의 제품 경쟁력이 결합되면서, 에누마는 단순한 앱 개발사를 넘어 종합 교육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대만 진출이 에누마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 가지는 의미는 크다. 중국과 일본을 거쳐 대만에 진출함으로써 에누마는 동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대만 시장에서의 성공은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영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고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에듀테크 기업이 성장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에누마가 대만 시장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이는 유사한 교육 환경을 가진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의 확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에듀테크 산업의 글로벌 진출 측면에서도 이번 에누마의 행보는 의미 있는 사례다. 한국의 에듀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기술력과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지만, 해외 시장 진출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현지 교육 시스템과의 차이, 유통 채널 구축의 어려움 등이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에누마는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한국 에듀테크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대만 시장에는 이미 현지 에듀테크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어 교육 시장은 특히 경쟁이 심한 분야로, 에누마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현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차이, 교육 방식에 대한 현지 학부모들의 기대치 등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에누마가 일본에서 보여준 현지화 역량을 대만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토도영어는 아이들이 영어를 또 하나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학습 방법론에 중점을 둔 만큼 대만의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해외 시장을 위한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에누마가 대만 시장 진출을 일회성 이벤트로 보지 않고, 장기적인 글로벌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누마의 대만 진출은 한국 에듀테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술력과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K-에듀테크의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에누마가 대만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글로벌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에누마의 행보는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