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사람의 학습'을 파는 회사의 위기와 기회
국내 에듀테크의 상징적인 기업인 웅진씽크빅(095720.KS)의 주가가 1,216원에 머물며 52주 신저가 부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691억 원으로, 과거 학습지 시장을 주름잡던 대기업의
finance.biggo.com 보도 | 3 days ago AI 시대, '사람의 학습'을 파는 회사의 위기와 기회
국내 에듀테크의 상징적인 기업인 웅진씽크빅(095720.KS)의 주가가 1,216원에 머물며 52주 신저가 부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691억 원으로, 과거 학습지 시장을 주름잡던 대기업의 위상과는 거리가 먼 초라한 규모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산출 불가, 주당순이익(EPS)은 -273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거래량도 15,830주에 불과해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회사의 침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의 파도 속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부딪힌 국내 에듀테크 산업 전체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튜터, 생성형 AI 콘텐츠가 표준이 되어가는 시대에, 종이 기반 학습지와 방문 교사라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온 웅진씽크빅의 현재는 곧 국내 에듀테크의 과거형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의 위기는 구조적이다. 회사의 핵심 자산은 ‘스마트올’과 같은 AI 학습 플랫폼이지만,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통적인 학습지 ‘씽크빅’과 방문 교사 기반의 서비스다. 이는 인건비와 물류비용이 높은 사업 구조로, 디지털 네이티브 학부모 세대가 선호하는 저비용·고효율의 온라인 학습 환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밀크T’, ‘산타’와 같은 AI 기반 개인화 학습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을 재편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수천 개의 콘텐츠를 AI가 분석해 학생별 취약점을 진단하고 맞춤형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방문 교사의 개입 없이도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에 비해 웅진씽크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 결과 신규 회원 유치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 정보 플랫폼 빅고(BigGo)가 최근 공개한 웅진씽크빅 관련 팟캐스트 콘텐츠는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짚어낸다. 해당 콘텐츠는 단순히 주가 등락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지을 핵심 지표로 ‘AI 전환 성공 여부’를 꼽는다. 특히 2026년 5월로 예정된 차기 실적 발표 시점까지 회사가 어떤 신사업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에서는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방대한 학습 빅데이터와 1,600만 명에 달하는 누적 회원 데이터가 여전히 유효한 자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느냐다. 최근 사내에서 ‘AI 튜터’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올의 업데이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은 긍정적 신호로 읽히지만, 아직 시장의 기대치를 뒤집을 만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의 정체성 혼란에서 찾을 수 있다. 웅진씽크빅은 스스로를 ‘에듀테크 기업’으로 정의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 회사를 ‘학습지 회사’로 인식한다. 이러한 괴리는 기업가치 평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실제로 동종 업계에서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경쟁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동안, 웅진씽크빅은 적자로 인해 PER 산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극도로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팟캐스트 역시 이러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전하면서도, 한 가지 반전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로 회사가 보유한 오프라인 인프라와 교사 네트워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Hybrid) AI 교육’ 모델이다. 순수 온라인 AI 서비스가 가진 한계인 ‘학습 의지 저하’와 ‘정서적 교감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방문 교사가 AI가 도출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을 직접 코칭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내 에듀테크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순수 AI 기반의 디지털 학습이 효율성은 높지만 장기적인 학습 동기 부여에 약점을 보이면서,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람의 온기’가 결합된 서비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전국적인 방문 교사 조직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유통 채널이자 학습 관리 시스템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교사들을 단순한 콘텐츠 전달자가 아닌 ‘AI 데이터 해석가’로 재교육하고, 이들의 역할을 고도화된 학습 코칭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회사가 이러한 변신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저평가된 주가는 충분히 재평가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를 놓친다면, 웅진씽크빅의 현재 주가는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웅진씽크빅의 침체는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 자체가 아니라, ‘기존 성공 공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에듀테크 업계는 이제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를 지나,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웅진씽크빅이 이러한 흐름을 뒤늦게라도 포착해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룰지, 아니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다 시장에서 완전히 잊힐 지는 향후 2년 내에 결정될 것이다. 2026년으로 예정된 차기 실적 발표는 단순한 재무 성적표가 아니라, 이 회사의 미래 생존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