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순천향대, 'AI 그림일기'로 문해력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실험하다
초등학생이 자신이 쓴 짧은 일기를 화면에 입력하면,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 내용을 네 개의 장면으로 나눠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음성 내레이션까지 입혀 책 한 권짜리 동화처럼 만들어 준다. 학생은 다시 그 장면의 제목이나
issuetoday.co.kr 보도 | 3 days ago SK텔레콤-순천향대, 'AI 그림일기'로 문해력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실험하다
초등학생이 자신이 쓴 짧은 일기를 화면에 입력하면,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 내용을 네 개의 장면으로 나눠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음성 내레이션까지 입혀 책 한 권짜리 동화처럼 만들어 준다. 학생은 다시 그 장면의 제목이나 등장인물의 대사를 직접 고치고, 이미지를 새로 생성하며 자기 글을 다듬어 나간다. SK텔레콤이 순천향대와 함께 '2026 디지털새싹 사업'에 자사 AI 에듀테크 솔루션 'AI 그림일기'를 투입한 핵심 내용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AI 글쓰기 보조 도구가 아니라, 글과 이미지·음성·대사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해력과 표현력을 키우게 만든 설계가 주목할 만하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디지털새싹 사업에 통신사 자회사 에듀테크가 공식 협력기관으로 합류한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점은 더 커진다.
디지털새싹 사업은 학생 대상 AI·소프트웨어(SW) 교육 확산을 목표로 추진되는 정부 주도 사업이다. 순천향대는 이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됐으며, SK텔레콤은 올해 협력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양 기관은 지난 5월부터 강원·충청권 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 약 4,200명을 대상으로 AI·SW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이 투입한 AI 그림일기는 이 대규모 교육 현장의 정규 커리큘럼 안에 공식 편성된 형태로, 에듀테크 솔루션이 교육부 인증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솔루션 자체의 작동 구조는 비교적 직관적이다. 학생은 하루 동안 경험한 일이나 생각을 텍스트로 입력하고, AI가 이를 네 개의 장면으로 분석한 뒤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음성 내레이션을 자동 생성한다. 이후 학생은 장면 제목, 설명, 등장인물 대사를 직접 수정하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결과를 다듬을 수 있다. 글과 이미지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학생은 자신의 글이 시각·청각 자료로 구현되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면서 사고를 문장으로 정리하고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병행하게 된다. 또한 교사용 대시보드가 별도로 제공돼, 교사는 학생들의 참여도와 작성 현황, 제출 결과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개별 수준에 맞춘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지점이 있다. 일반적인 생성형 AI 글쓰기 도우미는 학생이 텍스트를 붙여 넣으면 문장 다듬기나 아이디어 확장에 초점을 둔다. 반면 AI 그림일기는 글쓰기 행위 자체를 '스토리텔링 경험'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교육부와 디지털새싹 사업이 표방하는 핵심 역량이 컴퓨팅 사고력, 코딩 기초, 생성형 AI 이해,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최신 기술 소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AI 그림일기는 단순한 문해력 보충 도구가 아니라 'AI 리터러시 교육의 입구'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은 도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입력-출력 구조, 프롬프트 수정에 따른 결과물 변화, 멀티모달 콘텐츠의 작동 방식을 경험적으로 습득하기 때문이다.
교육 소외계층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배려도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AI 그림일기는 초등 저학년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읽기·쓰기·표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솔루션으로,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에게 이미지·음성이라는 대안적 표현 경로를 제공한다. 손글씨로 일기 주제와 장면을 구상한 뒤 이를 AI 그림일기로 구현하는 전용 워크북도 함께 배포돼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2학기부터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전용 교육 과정인 'AI와 함께 읽고 쓰는 세상'이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며, 양 기관은 이를 통해 지역과 교육 여건에 따른 AI 교육 격차 해소라는 사업의 본래 목표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측면에서 보면 이번 협력은 통신사의 에듀테크 전략이 또렷한 궤도에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SK텔레콤 엔터프라이즈사업본부장 김구영 씨는 "AI 그림일기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글과 이미지, 음성으로 확장하고 교사는 그 과정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현장 솔루션"이라며 "AI 기술을 통해 지역과 교육 여건 차이를 줄이고 더 많은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통신사는 그동안 네트워크·단말 중심의 B2C 사업에서 AI·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 영역을 확장해 왔는데, 이번 사례처럼 교육부 인증 사업의 정규 커리큘럼에 자사 솔루션이 편성되면, B2B·공공 시장에서의 AI 사업 포트폴리오를 두텁게 한다는 전략적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다만 짚어 봐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AI 그림일기가 생성한 이미지와 음성의 품질과 안전성 관리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아동·청소년에게 노출될 만큼 검증된 출력인지, 유해 표현이나 왜곡된 정보가 필터링되는지에 대한 별도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둘째, 학생 작성 글과 AI 생성 결과물이 교사 대시보드에 축적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학습 데이터가 어떻게 보호되는지 투명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교육청은 물론이고, 협력기관인 통신사도 데이터 수집·저장·삭제 정책과 외부 학습 데이터 활용 범위를 명확히 공개할 책임이 있다. 셋째, 4,200명에 달하는 대규모 대상 학생에게 제공되는 만큼, 도구 접근성의 형평성도 점검해야 한다. 저소득·농어촌 지역 학생이 가정에서 동일한 AI 환경을 누릴 수 있는지, 학교 밖 학습으로의 자연스러운 연계는 가능한지 등 사업 종료 이후의 지속가능성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SK텔레콤과 순천향대의 협력은 AI 에듀테크가 '교과서 보조 콘텐츠'를 넘어 '문해력 교육의 운영체제'로 진입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글쓰기를 멀티모달 콘텐츠 제작 경험으로 재정의하고, 교사에게는 대시보드 기반의 수업을, 학생에게는 자기 주도적 수정과 재창작을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는 향후 에듀테크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좋은 표본이 된다. 2학기 특수교육 과정과 온·오프라인 융합 워크북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학습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후속 평가가 이어진다면, 이 사업은 단순한 통신사 ESG 활동을 넘어 한국 AI 에듀테크 표준 모델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