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림일기, 4200명 학생의 글쓰기를 바꾸다…에듀테크가 풀어야 할 '문해력'이라는 숙제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받아쓰기 공책 대신 태블릿 PC 위에 하루의 일과가 글로 적히고, 그 글이 몇 초 만에 네 컷짜리 그림일기로 변신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글이 이미지와 음성 내레이션으로 재

fintechtimes.co.kr 보도 | 4 days ago AI 그림일기, 4200명 학생의 글쓰기를 바꾸다…에듀테크가 풀어야 할 '문해력'이라는 숙제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받아쓰기 공책 대신 태블릿 PC 위에 하루의 일과가 글로 적히고, 그 글이 몇 초 만에 네 컷짜리 그림일기로 변신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글이 이미지와 음성 내레이션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문장을 고치고, 장면을 다시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사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SK텔레콤이 순천향대와 함께 진행 중인 '2026 디지털새싹 사업'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수업의 모습이다.

SK텔레콤은 교육부가 주관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전담하는 '디지털새싹 사업'에 자체 개발한 AI 에듀테크 솔루션 'AI 그림일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가 주관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된 이 사업에서 SK텔레콤은 올해 협력기관으로 참여, 지난 5월부터 강원·충청권 지역 초·중·고교생 약 4200명을 대상으로 AI·SW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단순한 코딩 교육을 넘어, 생성형 AI를 활용한 문해력 향상이라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 지역 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AI 그림일기의 핵심은 '창작의 민주화'에 있다. 학생이 하루 동안 경험한 일이나 생각, 감정을 글로 입력하면 생성형 AI가 내용을 분석해 4개의 장면으로 나누고, 각 장면에 적합한 이미지와 음성 내레이션을 생성한다. 학생은 생성된 장면의 제목, 설명, 등장인물 대사를 스스로 수정하거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글쓰기 과정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그 문장이 시각적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험은 초등 저학년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특히 유의미한 학습 동기를 부여한다. 자신의 글이 '작품'이 되는 순간, 글쓰기는 더 이상 숙제가 아니라 표현의 즐거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교사용 수업 관리 기능이다. 전용 대시보드에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그림일기 작성 현황, 제출 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교사는 개별 학생의 진행 상황에 맞춰 차별화된 지도를 할 수 있다. 에듀테크 도입의 최대 걸림돌이 교사의 업무 부담 가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전략적 설계다. 여기에 디지털 활동과 손글씨 활동을 연계하는 전용 워크북을 별도 제작해 제공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들이 워크북에서 일기의 주제와 장면을 구상한 뒤 이를 AI 그림일기로 구현하도록 함으로써 온·오프라인 융합 교육을 실현한 것이다. 디지털 도구의 편의성과 아날로그 방식의 깊이 있는 사고 과정을 함께 담아낸 셈이다.

이 같은 접근은 최근 교육계의 화두인 '문해력 위기' 담론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길고 복잡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 SK텔레콤이 AI 그림일기를 통해 택한 해법은 디지털을 '적'이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역발상이다. 학생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디지털 환경 안에서 글쓰기의 기본기를 다지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기존의 종이 기반 문해력 교육이 닿지 못했던 학습 소외 계층에게 새로운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 특히 2학기부터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한 별도 교육 과정 'AI와 함께 읽고 쓰는 세상'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이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닌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실질적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새싹 사업의 교육 프로그램은 컴퓨팅 사고력, 코딩 기초, 생성형 AI,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해 구성됐다. 양 기관은 교육 소외계층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지역과 교육 여건에 따른 AI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구영 SK텔레콤 엔터프라이즈사업본부장은 "AI 그림일기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글과 이미지, 음성으로 확장하고 교사는 그 과정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현장 솔루션"이라며 "AI 기술을 통해 지역과 교육 여건 차이를 줄이고 더 많은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SK텔레콤의 이번 행보는 통신사가 단순히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술을 교육 콘텐츠와 결합한 '교육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그림일기는 SK텔레콤의 AI 기술력과 교육적 필요성이 만나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내레이션이 학생의 창의성을 오히려 제한하지는 않는지, 교사가 AI의 결과물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교육적으로 재해석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그림일기가 단순한 에듀테크 솔루션을 넘어, 디지털 시대 새로운 문해력 교육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