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의 '부자론'과 웅진의 현실… 에듀테크 대전환 앞둔 교육기업의 위기 신호

“부자 되는 법을 논하기 전에, 먼저 회사를 살려주십시오.” 웅진그룹이 자본잠식과 계열사 파산 선고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윤석금 회장의 신간 출간 소식에 주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저출산 여파로 교육 사업

newsspace.kr 보도 | 4 days ago 윤석금 회장의 '부자론'과 웅진의 현실… 에듀테크 대전환 앞둔 교육기업의 위기 신호

“부자 되는 법을 논하기 전에, 먼저 회사를 살려주십시오.” 웅진그룹이 자본잠식과 계열사 파산 선고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윤석금 회장의 신간 출간 소식에 주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저출산 여파로 교육 사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웅진씽크빅이 분사 이후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듀테크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웅진그룹이 보여준 대응은 업계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웅진그룹의 모회사인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영업손실 105억 원, 당기순손실 227억 원을 기록하며 2007년 분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저출산 영향으로 핵심 교육 사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회사는 사업 재편과 인력 재배치를 동반한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침체의 신호라는 점이다. 웅진씽크빅의 교육 사업은 전통적인 방문 학습지와 단행본 판매에 의존해 왔는데, 디지털 전환 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더뎠던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웅진그룹의 위기는 모회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룹 소속 20개사 중 6개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웅진플레이도시는 자본잠식 규모가 828억 원에 달하며, 2013년부터 13년 연속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자 비용은 2017년 88억 원에서 지난해 126억 원으로 급증해 영업이익을 모두 잠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71억 원의 현금을 창출했지만, 실제 지급한 이자 비용이 90억 원에 달했고, 대출 주선 수수료 15억 원까지 더해지면서 현금성 자산은 2024년 말 26억 원에서 지난해 말 9억 원으로 급감했다. 터키에서 렌탈 사업을 운영했던 웅진에버스카이는 현지 경제 침체와 통화 가치 급락으로 지난 6월 18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재무 위기 속에서도 윤석금 회장의 신간 출간은 주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부자론’을 주제로 한 저서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 주주들은 “회사의 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윤석금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웅진 대표가 최근 웅진플레이도시 지분 17.58%를 취득해 개인 최대 주주가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룹의 지배구조와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웅진그룹의 위기는 단순한 재무적 위기를 넘어, 한국 교육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읽힌다. 웅진씽크빅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교육 시장을 주도했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스마트러닝과 AI 기반 개인화 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학습지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경쟁사인 대교는 ‘AI 튜터링’ 서비스를 앞세워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고, 비상교육과 아이스크림에듀 등 후발주자들도 AI 기반 교육 플랫폼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웅진씽크빅의 디지털 전환은 부분적인 콘텐츠 디지털화에 그쳤고, AI 기술을 접목한 신사업 발굴이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웅진그룹의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웅진플레이도시는 최근 1,487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2027년 8월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임시방편’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추가 자금 조달 능력도 제한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필요하지만, 오너 일가의 의사 결정이 과연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점에서 웅진그룹의 위기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교육 산업은 더 이상 전통적인 오프라인 모델만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이번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교육 기업의 기술 역량과 디지털 전환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방대한 학습 콘텐츠와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가치 있는 자산이지만, 이를 AI 시대에 맞게 재편하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빠르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웅진그룹의 사례는 또한 교육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 가치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오너 일가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기업의 공적 역할이 충돌할 때, 주주와 소비자의 신뢰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에듀테크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기술 혁신뿐 아니라 투명한 경영과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웅진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을 넘어, AI 기반 교육 플랫폼으로의 전환, 글로벌 시장 진출, 그리고 수익 모델의 다각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너 일가의 확고한 의지와 실행력이다. ‘부자론’을 논하기 전에, 회사의 생존과 주주 가치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먼저다. 한국 교육 기업들이 웅진그룹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진정한 에듀테크 혁신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