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 AI로 물관리 문제를 풀다…KT 에이블스쿨이 증명한 'AX 인재'의 새로운 정의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KT 전농교육장에서 만난 4명의 청년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인문학적 감각과 공학적 도구를 동시에 갖춘 'AX(AI Transformation) 인재'
ddaily.co.kr 보도 | 2 days ago 문과 출신, AI로 물관리 문제를 풀다…KT 에이블스쿨이 증명한 'AX 인재'의 새로운 정의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KT 전농교육장에서 만난 4명의 청년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인문학적 감각과 공학적 도구를 동시에 갖춘 'AX(AI Transformation) 인재'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국어국문학, 통계학, 일본언어문화, 로봇공학이라는 이질적인 전공을 가진 이들이 6개월짜리 실무 교육만으로 AI 기반 물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정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들의 사례는 AI 교육이 더 이상 코딩을 아는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KT 에이블스쿨 9기 'DX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한 김남훈, 반재혁, 이승현, 최수빈 교육생은 '에코콩' 팀을 결성해 '보이다(BOIDA)'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AI로 다기능보 운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녹조 등 수환경 위험 예측부터 수자원 확보, 수질 관리, 하류 안전, 소수력 발전까지 복합 조건을 고려한 방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지난 7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한 '2026 AX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 시스템은, 4명이 각자의 전공에서 쌓은 시각을 AI라는 공통 도구로 융합한 결과물이었다.
에코콩팀의 사례는 비전공자 중심 AI 교육의 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언어문화를 전공한 반재혁 교육생은 "AI 번역이 인간 번역가보다 낫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경쟁력이 걱정돼 AI를 익히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한국어문학과 통계학을 복수전공한 김남훈 팀장은 "국어 시간에 소설 읽는 게 좋아 문과에 진학했지만, 졸업하면 할 게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통계학을 익힌 배경이 에이블스쿨 지원의 발판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2년간 통계를 공부했지만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했는데, 실무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전공의 다양성이 오히려 팀의 강점이 됐다는 사실이다. 반재혁 교육생은 "인문학적 사고로 데이터를 보는 시각과 이과적 사고로 보는 시각의 차이를 학습한 경험이 프로젝트에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인문학과 통계학이 만난 기획력, 언어가 결합된 데이터 해석력, 공학에서 온 기술적 구현력이 한 팀 안에서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이는 AI 시대의 핵심 역량이 단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도메인 지식을 AI와 결합하는 '도메인-AI 융합 능력'임을 시사한다.
에이블스쿨은 2021년 출범해 현재까지 약 3500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KT와 고용노동부의 공동 프로그램이다.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나 6학기 이상 수료자가 지원할 수 있으며, 모집 인원의 절반가량은 비전공자가 차지한다.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25.3세로 청년층이 중심을 이룬다. 교육 과정은 6개월간 이론 40%, 프로젝트 60%로 구성되며, 매일 시험을 치르는 '스파르타식' 운영으로 실무 역량을 강화한다. 교육생들은 AI 서비스 기획부터 데이터 분석, 모델 개발, 클라우드 서비스 구현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며, AI 자격증인 '에이스(AICE)' 응시 기회도 부여받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강점은 현직 전문가 밀착 코칭 시스템이다. KT는 관련 직무 경력 평균 10년 이상의 사내 전문 강사 약 200명을 코치 풀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여 명이 프로젝트에 투입돼 교육생을 직접 지도한다. 이론 강의는 외부 전문가가 맡고, 프로젝트는 KT 현직자가 이끄는 구조다. 커리큘럼도 기술 흐름에 맞춰 매년 갱신되는데, 김수천 KT 인재실 대외교육팀장은 "재작년은 클라우드, 지난해와 올해는 AI 에이전트가 화두"라고 설명했다. 통상 정부 주도 교육이 커리큘럼 변경에 제약을 받는 것과 달리, 에이블스쿨은 기업이 최신 기술을 반영해 과정을 조정할 재량을 부여받은 점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성과도 가시적이다. 고용노동부 주최 'K-디지털 트레이닝 해커톤'에서 2회부터 5회까지 네 차례 연속 대상을 받았으며, KT 그룹 취업률은 20% 이상을 기록했다. 취업자 중 절반은 대기업 정규직에 진출했고, 직무도 AI 개발·컨설팅뿐 아니라 IT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하게 분포했다. KT 본사를 비롯해 KT DS, KT클라우드, KT CS 등 그룹사는 물론,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쿠팡, LG전자,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에도 수료생이 진출했다. 교육 종료 후에도 잡페어, 채용 설명회, 취업 컨설팅이 이어지며, 우수 수료자에게는 일부 기업 지원 시 서류 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10기 모집이 진행 중이며, AI 개발자 트랙과 DX 컨설턴트 트랙으로 나뉘어 9월 말부터 6개월간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KT 인재실 이태성 상무는 "에이블스쿨은 KT가 AX 사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청년에게 전하고, 이를 다시 산업 현장의 성과로 잇는 인재 성장 플랫폼"이라며 "실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AX 인재를 계속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에이블스쿨의 사례는 한국 AI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AI 인력 양성은 컴퓨터공학 전공자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며, 비전공자는 '사용자'나 '기획자'로 제한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에코콩팀의 사례처럼 인문학적 사고력과 도메인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AI 개발 주체가 될 때, 기술은 더 다양한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기능보 운영 의사결정처럼 특정 산업의 깊은 맥락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일수록, 비전공자의 시각은 오히려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에이블스쿨이 에코콩팀 같은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비전공자가 6개월 교육만으로 AI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남훈 팀장이 통계학을 복수전공한 것처럼, 최소한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정량적 사고력은 사전에 갖춰져 있어야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향후 에이블스쿨과 같은 기업 주도 실무 교육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입문 단계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중급 단계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로드맵 설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문과생도 AX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이 기사의 메시지는 희망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자기 주도적 학습과 끊임없는 도메인 탐색이 필수라는 현실이 함께 읽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