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조 교육교부금, AI 교육 투자 걸림돌?…학령인구 줄어도 자동 증가하는 재정 구조 개편 시급]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법인세가 고스란히 교육청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이 학생 수 감소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생 수는 100만 명 넘게 줄었지만,
newspim.com 보도 | 1 day ago [76조 교육교부금, AI 교육 투자 걸림돌?…학령인구 줄어도 자동 증가하는 재정 구조 개편 시급]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법인세가 고스란히 교육청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이 학생 수 감소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생 수는 100만 명 넘게 줄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오히려 30조 원 이상 불어났다. 이렇다 보니 재정당국은 AI·첨단산업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역설에 직면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교육교부금 같은 의무지출을 건드리지 않고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596만 명이던 초·중·고 학생 수는 올해 492만 명으로 104만 명(17.4%)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3조 원에서 76조 원으로 76.7% 증가했다. 학생 한 명당 교육재정은 2016년 721만 원에서 올해 1545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는 현행 교부금 산식이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전액을 자동으로 묶어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세수가 증가하면 학생 수가 줄더라도 교부금은 따라 늘어난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법인세가 급증하면 교육청 통장에 더 많은 돈이 자동 입금되는 셈이다.
이런 구조는 교육재정의 효율성 논란을 키웠다. 2023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은 8조6334억 원, 2024년에도 5조6334억 원에 달했다. 예산을 제때 쓰지 못하고 남겨둔 규모가 해마다 수조 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일부 교육청은 교직원 인건비나 시설 유지비에 재원을 묶어두고, 정작 디지털 교육 인프라나 AI 교육 콘텐츠 개발에는 인색한 실정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부금이 자동 증가하는 현행 방식은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교육의 질적 혁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는 반발한다. 디지털 교육환경 구축, 교원 인건비 상승, 늘봄학교 등 돌봄 확대를 위해 현재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25년 교육부 예산안에서 디지털 교과서 도입, AI 튜터 시스템 구축 등 에듀테크 관련 예산은 1조 원 안팎에 불과하다. 교부금 총액 76조 원 대비 턱없이 적은 규모다. 문제는 교부금이 지자체 교육청 간 배분에서도 낙후 지역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교부금이 오히려 지역 간 불평등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당국은 올해 하반기를 교부금 개편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사업 구조조정'이 7조7000억 원 규모에 그치는 반면, 교부금은 76조 원으로 재량지출을 압도한다. 복지·연금과 함께 의무지출의 3대 축인 교부금을 건드리지 않고는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교부금 산식 조정을 검토해왔지만, 교육계와 지방교육청의 반발에 부딪혀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에듀테크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교부금이 성과 기반·디지털 전환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AI 교육 솔루션, 디지털 교과서, 맞춤형 학습 플랫폼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여지가 생긴다. 반면, 현재처럼 학생 수 감소에도 자동 증가하는 구조가 유지되면, 교육청은 기존 인프라 유지에만 집중하고 혁신적 교육 기술 도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전체 재정에서 교육비 비중이 줄어들 전망인 점을 고려하면, 제한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교부금 개편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한국 교육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에, 교부금이 과거의 관성에 묶여 있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글로벌 혁신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교부금 산식을 개편할 때, 진정한 의미의 '에듀테크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적기다.